서울시 도시재생 야전 사령관 ‘강맹훈 도시재생본부장’ 인터뷰

젠트리피케이션방지 상생협약 및 로봇 신유통 플랫폼구축 MOU를 체결하고 있는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도시재생본부장 (출처: 서울시)
젠트리피케이션방지 상생협약 및 로봇 신유통 플랫폼구축 MOU를 체결하고 있는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도시재생본부장 (출처: 서울시)

과거에는 관 주도로 도시재생 사업을 이끌고 가는 것이 익숙한 서울시였다. 그러나 서울시에서는 점차 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귀를 기울이고, 시민들이 직접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시민 참여형 도시재생’을 꿈꾸는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이 이야기하는 2019년 서울시 도시재생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도시재생컨퍼런스에서 발제하고 있는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도시재생본부장 (출처: 서울시)
도시재생컨퍼런스에서 발제하고 있는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도시재생본부장 (출처: 서울시)
도시재생컨퍼런스에서 발제하고 있는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도시재생본부장 (출처: 서울시)
도시재생컨퍼런스에서 발제하고 있는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도시재생본부장 (출처: 서울시)

 

<INTERVIEW>

Q. 우리나라 도시재생을 선도하고 있는 서울형 도시재생의 기본 방향과 목표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도시재생이 화두가 되고 있고, 많은 분들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도시재생은 너무 광범위해서 다양한 부분으로 나눠질 수 있는데, 어떤 부분을 더 중점적으로 볼 것이냐의 차이는 있습니다. 전체적인 도시재생의 목적은 보존·개발·리모델링하는 과정을 통해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시재생에는 여러 가지 사업방향이 있지만 재개발과 재건축까지도 도시재생에 포함됩니다. 대규모 개발은 주민들이 체감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도시재생에 참여하는 주체도 한정적인 자본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서울형 도시재생의 목표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소외와 박탈을 당하지 않으면서 도시재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Q. 서울형 도시재생이 최종적으로 성공한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이 선행돼야 할까요?

도시재생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는 일이 아닙니다. 예산이 집행되는 기간은 1년 혹은 5년 단위입니다. 도시재생에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이라든지 인력을 집중할 수 있는 기간이 5년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로 도시재생의 성과가 나타나려면 10년은 지나야 합니다. 2000년도에 북촌 관련 도시재생 사업을 시작했었는데, 외부에서 도시재생 성과를 인정해 준 것은 10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그러나 10년 동안 이러한 외부의 평가 없이 스스로 발전시키고, 변화를 꾀했습니다. 최대 5년이라는 기간 속에서 성공을 하려면, 주민 스스로 주체가 돼야 지속 가능한 수익이 나올 수 있습니다. 또 주민 스스로 마을에 대한 자부심도 가지면서 필요하다면 젊은 사람들이 오도록 민간 주도의 지속 가능한 기반을 마련해야지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Q.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9년도 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내년도 예산에서 가장 증가율이 높은 부문은 도시재생 분야로 1조 272억 원이 편성돼 전년 대비 111.4% 늘어났습니다. 이 예산은 어떻게 쓰일 예정인가요?

도시재생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내년에 중점적으로 투입하려고 하는 분야가 ‘빈집 매입 사업’입니다. 빈집이 있음으로 해서 그 지역이 낙후되고, ‘깨진 유리창 이론’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빈집이 있으면, 위험하다고 느낀 사람들이 도시에서 빠져나갑니다. 이러한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에서는 내년에 예산을 빈집에 집중적으로 투입하려고 합니다. 현재 빈집을 400채 구입만 하는데도 2,400억이 들어간 상태입니다.

 

제3회 온동네어울림한마당에 참여하고 있는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도시재생본부장 (출처: 서울시)
제3회 온동네어울림한마당에 참여하고 있는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도시재생본부장 (출처: 서울시)

Q. 현재 빈집이 9만 5000호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400채는 강북 지역 위주인가요?

강북지역 혹은 낙후된 서남권 위주입니다. 국민 총조사에서는 빈집이 10만 가구로 나타나고 있고, LX 한국국토정보공사 자료에 따르면, 빈집 중 실제로 단전·단수가 돼서 쓰이지 않고 있는 곳은 2만 2,000호 정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지금 실태조사를 계속하고 있는데, 공동주택의 빈집을 제외한, 떨어져 있는 조그만 주택이라든지 폐허가 된 주택들은 4,000호 정도 되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이런 주택들을 서울시에서 우선적으로 매입하려고 합니다.

 

Q.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 도시재생 국제 콘퍼런스에서 2025년까지 도시재생으로 서울 전역에 3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어떤 구체적인 방안을 갖고 있나요?

대부분의 일자리 자체가 추정치에 의한 것입니다. 이 추정치라는 것도 산업분야에서 투자를 하고, 산업이 유입되는 것에 대해서 추정치로 계산한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세운상가에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기 전에는 더 이상 젊은이들이 들어오지 않고, 일자리도 계속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젊은 창업가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나 인큐베이팅할 수 있는 지원 기업들이 들어오면서 활기를 띠게 됐습니다. 이러한 간접적인 고용을 따지고, 사업기간을 5년 정도로 내다봤을 때, 일자리가 3개 지역에서 8만 개 정도 생기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문에서 확장해서 보면, 시장님께서 말씀하셨던 30만 개 일자리가 창출되고, 전체적인 실업률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낡은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바꾼 ‘서울로 7017’ 주변 지역은 임대료가 두 배 가까이 상승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젠트리피케이션은 두 가지 분야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주거 부문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있습니다. 주거 부문에서 가장 심각했던 문제가 재개발을 통해서 일어났던 젠트리피케이션입니다. 주거 환경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들어오는 사람, 재정착한 사람은 5% 밖에 되지 않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소득이나 그 외 다른 여러 가지 조건이 좋은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 살던 곳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게 된 것이 가장 큰 젠트리피케이션입니다. 이 문제는 서울시에서 주민 위주의 사업으로 방향성을 잡으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우려하는 것은 임대료가 오르는 것입니다. 도시재생의 가장 큰 목표는 지역의 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증가한 지역의 가치가 토지나 건물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에 대한 과제가 남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서울시에서는 투자를 하기 전에 상생 협약을 맺도록 합니다. 최소한 5년간은 임대료를 급격하게 올리지 말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공평 도시유적전시관 개관식에 참여한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도시재생본부장 (출처: 서울시)
공평 도시유적전시관 개관식에 참여한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도시재생본부장 (출처: 서울시)

Q. 서울시에서는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세운상가 쪽에 청년들을 위한 공간들을 여러 개 만들었습니다. 직접적으로 만든 것도 있고, 사회적 단체를 투입해서 만든 것도 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스타트업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기존의 산업에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젊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용산의 경우, ‘상상가’라고 해서 대학생들이 와서 아이디어를 내고, 본인들끼리 토론을 할 수 있도록 공유 벤처 사무실 같은 공간을 조성했습니다. 2019년에도 이런 정책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Q. 서울시에서는 도시재생 전문가를 교육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나요?

많이 기획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도시재생의 핵심입니다. 전문가, 아카데미들이 많습니다. 각 센터들마다 도시재생이 무엇인지, 어떻게 참여를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도시재생 관련해서는 지역의 주민들에게 손 내미는 작업부터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전국의 164개에 이르는 센터에서는 도시재생의 기본적인 개념, 도시재생에 접근하는 단계에서 의견을 모으는 것을 포함한 도시재생의 전문적인 내용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4와 인터뷰 중인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도시재생본부장 (출처: 스타트업4)
스타트업4와 인터뷰 중인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도시재생본부장 (출처: 스타트업4)

Q. ‘도시재생사업지역 주민 인지도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시행지역 주민 2,200명 중 7.7%만이 ”도시재생에 대해 잘 알고 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서울시 도시재생 정책을 주민들에게 잘 알리기 위해 어떤 홍보방안을 강구하고 있나요?

도시재생에 대해 “잘 알고 있다”라고 하는 분들은 보통 도시재생사업에 직접 참여하신 분들입니다. 알고 있는 것과 참여하는 것은 다른데,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60%가 도시재생에 대해 “알고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도시재생에 대해 “잘 알고 있느냐”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도시재생사업에 관여하고 있지 않으니까, 도시재생이 무엇인지 “모른다”라고 답합니다. 도시재생사업에서 커뮤니티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마중물 사업으로는 어떤 것을 하는지, 개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문가는 어떻게 참여하는지 이런 부분은 우리가 도시재생 관련 교육을 시키는 과정에서 알려줍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시재생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하는 사람이 1%만 돼도, 도시재생은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 박원순 시장은 '2018 세계도시 정상회의‘에서 "시민참여형 도시재생은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했습니다. 도시재생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도와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시재생을 처음 시작할 때도 주민들의 참여가 필요하고, 중간 과정에서도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주도해나가야 하고, 최종적으로도 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어야 도시재생이 성공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홍보를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도시재생의 예산에는 칸막이가 없습니다. 또 도시재생사업을 서울시 예산으로 집행하지 못하면 협력사업이라고 해서 중앙부처라든지 다른 부처에서 할 수 있도록 행정의 칸막이를 없애고, 행정 자체에 혁신적인 제도가 들어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주민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것이 도시재생 사업에 조금만 반영이 돼도, 직접 홍보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시에서 기본적인 홍보는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도시재생이 될 수 있도록 주민들과 도시재생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얘기를 많이 나누고 있습니다.

 

민관협력 거점공간(서계동 코워킹 팩토리) 개소식과 제막식에 참여한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도시재생본부장 (출처: 서울시)
민관협력 거점공간(서계동 코워킹 팩토리) 개소식과 제막식에 참여한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도시재생본부장 (출처: 서울시)

Q. 서울시는 올해 도시재생으로 '도시행정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받았습니다.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서울시 도시재생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제일 초기에 했던 도시재생사업 중 하나인 북촌의 경우에는 도시재생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고, 우리가 규제했던 것에 대한 부작용을 해소하려고 시작했었습니다. 철거 예정인 한옥을 서울시에서 매입하고, 수리하는 비용도 주고, 동네에 필요한 시설들을 만들어주다 보니, 우리의 계획과 달리 주민들이 스스로 알아서 도시재생을 했었습니다.

또 지금까지 익숙했던 도시재생은 서울시 주도로 하는 도시재생 사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도시재생을 하면서 시민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많이 거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한 프로젝트를 잘했다는 것보다는 도시재생의 프로세스에 의한 상을 받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Q. 해외에서도 서울의 도시재생을 배우기 위해 방문하는 사례가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이 서울시를 방문하고 있나요?

‘세운상가, 청계천, 마포 비축기지, 서울로 7017’을 보러 많이 옵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도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고 온 사람들은 형태적으로 많은 변화가 없어서 실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 도시재생에 관해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나면, 지금의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과정들을 겪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처럼 변화하는 과정을 듣기 위해 전문가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직접 초청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반대로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참고하신 해외 사례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캐나다, 미국, 유럽 등 세계적으로 수많은 도시재생사업이 있지만, 도시재생의 벤치마크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형태는 비슷하게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 도시재생이 지속 가능하려면 지역 성격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겉만 봐서는 안 됩니다. 도시재생이 성공했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 하면 안 됩니다. 에스파냐 바스크 자치지방 비스카야 주의 주도인 빌 바오에는 도시재생을 통해 연간 130만 명의 관광객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빌 바오를 따라한 백몇 개의 도시가 재정 위기에 도달했습니다. 도시재생 성공사례를 참고는 하되 스스로 발전시키지 않으면 빌 바오가 되든지, 빌 바오의 아류가 돼버릴 것입니다. 재정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도시재생에서 벤치마크는 없습니다. 스스로 풀어나가야 합니다.

 

Q. 우리에게 맞는 맞춤형 도시재생이 돼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요즘 종로구 익선동의 경우, ‘미스터 선샤인’ 때문에 양장을 빌려주는 곳이 뜨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창덕궁 가는 길에 한복을 빌려주는 곳이 많았는데, 이제는 양장을 빌려주는 근대 양장점이 뜨고 있습니다. 예약하고, 줄 서야 한다고 합니다. 장소가 기반이 돼야 하지만, 이처럼 내부의 내용은 주민들이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Q. 도시재생본부장으로서 향후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의 로드맵을 어떻게 그려나가고 있나요?

빈집 프로젝트도 그렇고,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도시재생사업을 하겠다고 했는데, 주민들이 구체적으로 체감을 못하는 부분들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거지든 상가든 그 지역만의 독특한 개성을 살리고, 지역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시재생의 단계를 더 올려 보려고 합니다.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도시재생을 위해서 행정력을 집중할 생각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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