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스타트업의 허브로 각광받는 지금이 진출 적기
권평오 KOTRA 사장 특별기고

KOTRA 전경 (출처: KOTRA)
KOTRA 전경 (출처: KOTRA)

 
[KOTRA 권평오 사장] 4차 산업혁명의 본고장 유럽이 전 세계 혁신 스타트업의 허브로 부상 중이다. 스타트업 하기 좋은 비즈니스 친화적 환경, 창업 클러스터의 활성화, 높은 대외 개방성 등이 우수 스타트업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이유다. 스타트업이 혁신성장과 글로벌 일자리 창출을 견인함에 따라, 유럽 각국은 앞다퉈 적극적인 스타트업 지원정책과 해외인력 유치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유럽시장에 진출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유망 스타트업들이 유럽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 (출처: Startup Genome. 2017. Global Startup Ecosystem Report 201)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 (출처: Startup Genome. 2017. Global Startup Ecosystem Report 201)

 

유럽 각국, 디지털 경제혁신을 기반으로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에 총력  

그동안 미국의 실리콘밸리 등에 가려 우리의 관심이 덜 했던 유럽이지만,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유럽 각국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하다. 유럽 각국은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중심으로 한 미래 경제성장정책을 앞다퉈 수립, 추진 중에 있다. KOTRA 조사에 따르면, 현재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 산업혁신 이니셔티브는 30개를 넘어서고 있다. 

글로벌 도시별 스타트업 생태계 평가에서 유럽 내 1위에 오른 런던이 있는 영국은 2017년 11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경제’를 비전으로 담은 미래 산업 육성전략을 제시했다. 스타트업 창업 관련, 유럽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인 파리를 품고 있는 프랑스는 미래 산업을 위한 기술개발을 내세운 미래 투자 프로그램과 혁신 기반 경쟁력 확립 및 디지털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투자 大계획을 추진 중이다. 유럽 스타트업 2위 허브로 손꼽히는 베를린을 보유한 독일도 ‘스타트업 어젠다 2017’을 통해 지난 4년 간 연방정부가 스타트업 육성에 5억 유로(약 6,600억 원)를 지원해 오고 있다. 

 

유럽 내 스타트업 투자 추이 (단위: 백만 유로)
유럽 내 스타트업 투자 추이 (단위: 백만 유로)

 

외국 스타트업이 진출하기 좋은 ‘Startup Hub’로 부상 중인 유럽 

유럽 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가파르게 증가 중으로, 전 세계 투자 비중의 상당 부분이 미국 일변도에서 유럽으로 옮겨오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런던, 베를린, 파리, 스톡홀름, 암스테르담은 ‘글로벌 20대 창업 생태계’에 진입하여 유럽 스타트업 성장을 견인 중이다. 

자금조달의 용이성 외에도 유럽은 잠재력 있는 해외 스타트업이 진출하여 성장하기에 좋은 여건을 보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간소한 창업절차 덕분에 누구라도 쉽게 창업할 수 있고, 외국 스타트업에도 문호가 열려 있는 창업 클러스터들과 여러 엑셀러레이터들이 밀집해 있어 유망한 사업계획이 있는 스타트업이면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고 성장해 나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또한 기업, 대학, 연구소가 잘 연계된 산학연 프로그램들과 훌륭한 이공계 인력들이 배출되고 있어 혁신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이 성장하는데 최적의 토대를 제공한다. 이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지수 상위 20개국 중 13개국이 유럽 국가들이라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 2017년 Global Entrepreneurship Index(GEI) 순위 기준) 
유럽 각국은 스타트업 관련 해외 인력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영국은 ‘테크네이션 비자’라 하여 디지털 기술 분야의 우수 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 비자를 발급해 주고 있고, 프랑스는 ‘French Tech Ticket’과 ‘Paris Region Starter Pack’이라는 제도를 통해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해외 창업자들을 지원 중이다. 스페인은 ‘Rising Startup Spain’ 프로그램을 통해 자국 시장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 해외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스페인 내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1. 런던_메이커버시티 2. 런던_테크허브 3. 베를린_팩토리베를린 4. 파리_스테이션F (출처: KOTRA)
1. 런던_메이커버시티 2. 런던_테크허브 3. 베를린_팩토리베를린 4. 파리_스테이션F (출처: KOTRA)

 

유럽, 고부가가치 업종 진출 시장으로 적합 

한국 스타트업의 유럽 진출 현황은 어떠한가? 해외진출 창업기업 중 유럽 진출 비중은 아직 전체의 10.1%에 불과하다. 62%에 달하는 동북아 및 30%에 달하는 동남아와 비교할 때, 지리적, 심리적 거리감이 크고 , 동북아 및 동남아에 비해 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반면, 비슷하게 먼 거리에 위치한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유럽 역시 정부 및 창업지원기관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 위상이 충분히 변할 수 있다. 

한국 스타트업의 유럽 진출은 아직 활발하지 않지만, 이미 진출한 기업들을 보면 주로 사업서비스, 과학기술, 교육, 정보통신 등 고부가가치 업종에 집중되어 있다. 유럽시장은 이들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이라면 꼭 도전해 볼 만한 시장이다.  

 

유럽 스타트업의 기대 경제효과 (출처: EUROPEAN YOUNG INNOVATORS FORUM(EIYF). 2015. European Startup Act, Vision 2020)
유럽 스타트업의 기대 경제효과 (출처: EUROPEAN YOUNG INNOVATORS FORUM(EIYF). 2015. European Startup Act, Vision 2020)

 

유럽시장, 수요분야와 현지 생태계 파악으로 개척하라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서 우리 스타트업들은 유럽 각국이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분야에 주목하는 한편, 현지 생태계의 특성에 최적화된 현지 진출전략을 짜야한다. 유럽의 주요 스타트업 투자분야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사이버보안, 로보틱스, 전자상거래 및 핀테크 등 최첨단 디지털 기술 분야들이다. 특히 인공지능의 경우는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의 전략적 육성 분야다. 유럽 기업과 정부가 신기술 확보를 위해 해외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늘리고 있는 추세도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이다. 

이들 수요 분야에 있는 한국 스타트업들 중 성공적인 사례로는 영국의 세계적인 엑셀러레이터인 레벨 39에 입주해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들, 오스트리아 정부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Go Austria)에 선정돼 지원받고 있는 인공지능 비즈니스 플랫폼 개발업체인 M사, 독일 핀테크 기업 M사와 블록체인 개발을 협의 중인 암호화폐 기술을 보유한 G사, 독일 B사와 협력하여 휴대용 피부진단기를 개발 중인 C사를 들 수 있다.

유럽 현지 생태계를 정확히 파악하여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수요가 확실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초기 성장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은 현지 인큐베이터, 엑셀러레이터 등을 통해 시장조사, 대기업과의 협업, 컨설팅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 최근 A사는 KOTRA의 지원을 받아 네덜란드의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진행했다. 유럽은 국가·도시별로 매우 다양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운영되고 있고 주력 분야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타깃 시장과 투자처를 명확히 설정하는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현지 대기업 소속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에서 운영하는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파트너링 기회를 노려야 한다. 최근 유럽이 자랑하는 글로벌 대기업·금융기관도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내 스타트업 S사는 독일 바이엘사가 운영하는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으로부터 5만 유로(약 6,500만 원) 투자를 받고 베를린의 제약 부분 본사에 입주해 유럽시장 진출의 기반을 마련했다. 

 

1, 2. '한-불 스타트업 서밋' 비즈니스 상담 3. Kotra-Paris_co MOU (출처: KOTRA)
1, 2. '한-불 스타트업 서밋' 비즈니스 상담 3. Kotra-Paris_co MOU (출처: KOTRA)

 

기술기반 스타트업의 해외진출, 산업별 클러스터 구축 및 스타트업 진출 지역 다변화가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의 핵심

유럽 국가들은 스타트업이 기존 기업에 자극과 혁신을 불러오며,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 신생 스타트업이 창출한 고용 규모는 약 110만 명, 경제적 가치는 약 870억 유로에 달한다(2017년 추산, EU집행위). 특히 실질적인 혁신과 일자리 창출은 스타트업이 성장(스케일업)했을 때 발생하며, 경제성장과 고용기여도 측면에서 고성장, 기술기반 스타트업의 기여도가 가장 크다는 점(ITIF*, 2017)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Information Technology and Innovation Foundation: 미국의 비영리 싱크탱크 

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관점에서 산업별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스타트업의 성장기반을 구축하고, 글로벌 기업에 스타트업을 연결해 ‘상호 윈-윈’하는 협력관계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 중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델프트, 헤이그, 로테르담 등 지역별 산업 생태계를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스타트업이 협력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또한 유럽은 성장 초기단계부터 스타트업의 글로벌화 촉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고객 비율이 14%로 아직 글로벌 평균인 23%에 미치지 못하고, 글로벌 고객에 초점을 맞춘 스타트업은 2.1배 더 빨리 성장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타트업 성장의 지름길은 해외진출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스타트업 성장 기반으로서의 산업별 클러스터가 제대로 구축되고 산학연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등 일부 지역에 편중된 진출 지원도 유럽과 같이 유망 스타트업 생태계 진출 지원으로 확대해야 한다. 

지난 10월 대통령 유럽 순방 시, 프랑스에서 열린 ‘한-불 스타트업 서밋’ 행사에 대한 현지의 관심은 높았다. 그 외에도 오스트리아, 스페인의 경제부 장관이 방한 시, KOTRA를 방문, 한국의 유망 혁신기술 스타트업들이 자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KOTRA가 가교 역할을 해 달라는 요청을 해 왔다. KOTRA는 이 같은 각국의 스타트업 관련 협력 수요를 기반으로 우리 스타트업 해외진출 지원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권평오 KOTRA 사장

권평오 KOTRA 사장 

필자 소개 :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및 주사우디 대사를 거쳐 현재 KOTRA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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