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지역혁신성장과 기업지원 거점기관으로 자리매김

한국테크노파크 출범 20주년 기념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이재훈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회장 (출처: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한국테크노파크 출범 20주년 기념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이재훈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회장 (출처: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이재훈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회장은 15년간 경북테크노파크에 근무하면서 대내외적으로 한국테크노파크의 산증인으로 불리고 있다. 전국 테크노파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한국테크노파크의 이재훈 회장이 전망하는 2019년 지역경제와 국가 경쟁력에 대해 들어봤다.

 

Q. 1998년 처음 닻을 올린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가 올해로 출범 21주년을 맞았습니다. 감회가 어떠십니까?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가 출범한 지 올해로 21년이 됐습니다. 그간 강산이 두 번 바뀔 정도로 많은 축적의 시간이 흘러 작년에 뜻깊은 ‘성년’을 맞이해 조촐하게 기념식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1998년 출범 당시 외환위기가 남기고 간 상처로 지역경제가 뿌리째 흔들려 참으로 암담하기 짝이 없었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지역기업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아낌없는 지원, 그리고 지역의 대학과 연구기관들과의 협력으로 한국테크노파크는 이제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고의 지역혁신성장과 기업지원 거점기관으로 우뚝 서게 돼 감회가 새롭습니다.

 

Q. 17, 18대 회장 연임에 이어, 지난해 8월 지역기업 육성과 테크노파크 브랜드화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21대 회장에 취임했습니다. 소감이 어떠십니까?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장에 연임된 이유는 제가 우리나라 테크노파크 기획단계에서부터 출범 그리고 현재까지 약 15년간 테크노파크와 함께하다 보니 한국테크노파크의 과거와 현재를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보니 전국 19개 테크노파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라고 연임시켜 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국 테크노파크의 심부름꾼 역할에 충실하면서 그간의 토대를 기반으로 한국테크노파크의 핵심역량을 승화, 발전시키고 19개 테크노파크의 의견을 수렴해 한국테크노파크의 미래 20년을 준비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경북테크노파크를 방문한 방글라데시 섬유&황마부 일행 대표단앞에서 강연 중인 이재훈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회장 (출처: 경북테크노파크)
경북테크노파크를 방문한 방글라데시 섬유&황마부 일행 대표단앞에서 강연 중인 이재훈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회장 (출처: 경북테크노파크)

 

Q. 회장님께서는 한국형 테크노파크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힙니다. 한국형 테크노파크는 무엇이며, 앞으로 역할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각 테크노파크가 지역의 인프라와 전략에 기반을 둔 지역 특화형 모델을 기반으로 성장,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형 테크노파크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장 공통적인 부분은 아마도 우리나라 지역사업 중 가장 현장 중심적인 사업으로서 PPP(Public-Private Partnership) 형식의 제 3섹터형 기관으로 관(官)으로부터 상당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현장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수렴한 정책 수립과 기업지원, 그리고 산학협력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으로의 패러다임 시프트 시기에 현장 중심적인 테크노파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경북테크노파크를 방문한 방글라데시 섬유&황마부일행 대표단과 기념 촬영 중인 이재훈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회장(왼쪽에서 여섯번째) (출처: 경북테크노파크)
경북테크노파크를 방문한 방글라데시 섬유&황마부일행 대표단과 기념 촬영 중인 이재훈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회장(왼쪽에서 여섯번째) (출처: 경북테크노파크)

 

Q. 한국테크노파크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보십니까?

지난 20년간 상장기업 수 41개사, 2018년 현재 입주기업 수 2,256개사, 입주기업의 고용인원수 19,674명, 입주기업의 총 매출액 17조, 그리고 19개 테크노파크에 근무하는 인력이 2,400명, 예산 9,307억 원, 보유 장비 2,899대 등으로서 지역경제에 커다란 이바지를 했습니다. 우리나라 지역혁신성장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Q. 한국테크노파크는 ‘K-TP’라는 브랜드로 에티오피아, 우즈베키스탄, 콜롬비아 등과 같은 개발도상국에 수출되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에서 'K-TP'를 수입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문화 한류(K-Pop)의 영향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관으로부터 상당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현장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수렴한 현장 중심적인 사업으로서 정책 수립과 기업지원, 그리고 산학협력 등을 기반으로 지역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 성공모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나라나 예외 없이 지역사업들이 지역기반 정치 지도자들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의 영향, 특히 정권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아 성공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러나 한국테크노파크는 설립 초기부터 ‘산업기술단지지원에 관한 특례법’에 의한 법적 기반을 갖추고 정권과 관계없이 지속해서 중앙정부의 지원과 지방정부는 물론 지역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힘을 합쳐 추진하는 지역주도형 협력모델이라는 점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경북테크노파크-요즈마그룹 캠퍼스 개소식에 참석한 이재훈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회장(왼쪽에서 다섯번째) (출처: 경북테크노파크)
경북테크노파크-요즈마그룹 캠퍼스 개소식에 참석한 이재훈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회장(왼쪽에서 다섯번째) (출처: 경북테크노파크)

 

Q. 최근 들어 중소기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맞닥뜨린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떤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뒤돌아보면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요즘은 특히 산업의 패러다임 시프트 시기인 데다 이에 대비한 신성장동력산업에 대한 준비 소홀로 우리 경제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게다가 현장에서는 R&D 역량 미흡,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제, 현장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중소기업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및 기업지원기관들은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힘을 합쳐 서로의 정보와 역량을 공유하면서 지역 중소기업지원, 나아가 지역발전에 동참해야 합니다. 지역 중소기업들 역시 공유와 협력을 통해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함은 물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Q. 회장께서는 미국 코넬대에서 조직행동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전공과 함께 유학시절 쌓은 경험들이 테크노파크 운영에 도움이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제 전공은 조직 행동과 전략으로서 집단 간 초상위(Superordinate) 목표 설정을 통한 경쟁 지양과 협력 유도, 그리고 지역 중소기업들 간 네트워크와 클러스터 형성 혹은 합종연횡을 통한 규모의 경제 구축 등으로 조직 간 경쟁력 확보 전략과 방안 등의 분야입니다. 1980년대 이탈리아 꼬모 지역의 섬유기업들이 서로 네트워크형 합종연횡을 통해 마치 하나의 기업처럼 행동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는 모델을 연구했습니다. 박사학위 취득 후 귀국해 이러한 모델을 지역 중소기업들에 접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던 중 테크노파크 기획사업에 참여하라는 요청을 받고 제가 배운 이론을 현장에 접목할 좋은 기회라 생각해 참여했는데, 어느새 제 인생 40~50대를 테크노파크와 함께 보냈습니다.

 

Q. 중앙정부는 지방 경제 진흥을 위해 다양한 지역진흥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 중 테크노파크 사업은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거버넌스에 지역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포함됐다는 점과 이를 통해 현장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수렴한 현장 중심적인 사업이 비결입니다. 정책 수립과 기업지원, 산학협력 등에 기반을 둔 지역주도형 협력모델이라는 점이 또 다른 강점입니다.

 

경북테크노파크를 방문한 중국 인촨시 대표단과 기념 촬영 중인 이재훈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회장(왼쪽) (출처: 경북테크노파크)
경북테크노파크를 방문한 중국 인촨시 대표단과 기념 촬영 중인 이재훈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회장(왼쪽) (출처: 경북테크노파크)

 

Q. ‘Top-Down’ 방식을 취하고 있는 대부분 지역진흥사업과 달리 테크노파크 사업은 지역을 중심으로 한 'Bottom-Up'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Bottom-Up' 방식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무엇입니까?

사실상 우리나라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30여 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기적과 같은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관 주도형 ‘Top-Down’ 방식이 유효했고, 또한 그에 익숙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으로서 이제는 더는 관 주도형 ‘Top-Down’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과 대세로 자리 잡은 4차 산업혁명은 현장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테크노파크의 핵심 경쟁력 중의 하나였던 ‘Bottom-up’ 방식은 앞으로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제는 ‘정부 주도형 산업정책’이 아니라 지역현장의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혹은 나아가는 방향을 제대로 읽고서 이를 지원하는 ‘후원적 기업지원정책’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학습한 ‘Bottom-Up’ 방식은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경북테크노파크를 방문한 일본 조요시의회 대표단과 기념 촬영 중인 이재훈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회장(왼쪽에서 여섯번째) (출처: 경북테크노파크)
경북테크노파크를 방문한 일본 조요시의회 대표단과 기념 촬영 중인 이재훈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회장(왼쪽에서 여섯번째) (출처: 경북테크노파크)

 

Q.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회장으로서 2019년 지역경제와 국가 경쟁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다양한 견해가 있겠지만, 지표를 놓고 볼 때 반도체 분야를 제외하고는 지난해 12월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장하준 교수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현재의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국가 비상사태급’으로 보고, “심각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첫 해결 방안이다.”라고 말한 것에 공감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투자와 신성장동력산업의 발굴 부족으로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산업들이 붕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70~80년대 중화학공업 5~6개를 집중적으로 육성했듯이 공유경제가 대세로 자리 잡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모든 것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구태의연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선택과 집중’, 즉, 우리의 핵심역량과 인프라에 기반을 둔 투자와 R&D 역시 원천기초연구가 아니라 사업화 기반 연구를 통해 그 결과를 이론에 다시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보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이후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2차전지배터리 분야만 해도 화학물질과 소재, 나노 분야, 철강 및 알루미늄 소재, 용접, BMS 관련 ICT 분야 등 관련 산업이 무궁무진하므로 신성장동력 분야를 너무 넓게 펼칠 것이 아니라 산업현장의 목소리와 동향, 그리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차세대 먹거리 분야를 선정한 후, 이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이재훈 회장

이재훈 회장은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조직행동학 박사(Ph.D) 학위를 취득한 후, 1996년부터 영남대학교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1996년 한국테크노파크 추진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뒤, 1997년 경북테크노파크가 6대 시범테크노파크로 선정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1998년 (재)경북테크노파크 설립 이후, 기획부장, 부단장, 사업단장 등을 맡았으며, 약 15년간 경북테크노파크에 근무하면서 현재까지 원장직을 세 차례 역임했다.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회장직도 4번을 맡았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전문위원,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 사학연금공단 비상임이사, 고용노동부 고용노동행정 옴부즈만 위원 등을 지냈다. 테크노파크와 관련된 20여 편 이상의 논문을 국제 저명 학술지인 Technovation, International Journal of Human Resource Management, Management Decision, Personnel Review, and Managerial Psychology 등에 게재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테크노파크 경영 및 기업지원 활동 등을 인정받아 마르퀴즈 후즈후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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