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N15 강무경 본부장’ 인터뷰

​N15 내부 전경 사진 (출처: N15)​
​N15 내부 전경 사진 (출처: N15)​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전문으로 발굴·보육하는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허제·류선종 공동 대표가 함께 이끌고 있는 ‘N15’이다.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스타트업의 ‘매치메이커’가 되기 위해 책임을 다하고 있는 ‘N15’의 강무경 본부장을 만나봤다.

 

왼쪽부터 강무경 본부장, 류선종 대표, 허제 대표 (출처: N15)
왼쪽부터 강무경 본부장, 류선종 대표, 허제 대표 (출처: N15)

 

하드웨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N15은 4년 전인 2015년 2월 12일 서울 용산구 나진상가 15동에 둥지를 틀었다. N15을 함께 만든 이들은 자신들이 처음 시작한 곳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사명을 N15으로 지었다. 현재는 중구 한강대로 서울스퀘어에 자리를 잡고 있다.

N15은 허제·류선종 두 대표가 이끌고 있다. 허 대표는 삼일회계법인, 류 대표는 우리은행 출신으로, 언뜻 봐서는 접점이 보이지 않는 이 둘이 만나 창업을 시작했다. 2015년 창업 당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들은 대부분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만 관심이 있었다. 액셀러레이팅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소액을 투자한 다음, 빠른 회수를 통해서 비즈니스 모델을 키워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해나갈 수 있는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액셀러레이팅이 집중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두 대표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창업을 하게 됐고, 강무경 본부장이 첫 번째 구성원으로 합류했다.

N15은 창업을 한 2015년부터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경기혁신센터)와 긴밀한 인연을 맺고 있다. 강 본부장은 경기혁신센터를 보육 기관이라기보다는 자신들에게 굉장히 고마운 기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창업 당시 자본금이 적었고, N15 뒤에서 성공한 창업가나 유명한 VC 혹은 대기업이 지원을 해주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N15은 하드웨어 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창업 생태계에 커다란 패러다임을 가져오고 싶었다. 그러나 사업은 어떤 큰 계기가 있어야 전환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때 N15은 경기혁신센터에서 진행한 ‘K-CHAMP LAB IoT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특별한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N15은 경기혁신센터와 계속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저희의 성장을 많이 지원해주신 기관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강 본부장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보육 기업이 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스스로 설정한 KPI(핵심성과지표)를 달성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지금 당장 KPI가 달성되지 않더라도 KPI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아이템이나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추세에 맞도록, 시장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와 제품을 가지고 나만의 KPI를 설정하고, 하나하나 달성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메이커 스페이스 팀 (출처: N15)
메이커 스페이스 팀 (출처: N15)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위해 자체 프로그램 ‘Proto X’ 개발

N15은 4개 본부 11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N15는 하드웨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사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하드웨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은 무너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보다 액셀러레이팅 하는 데 2~3배의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저희 자체적으로도 생존하기 어렵겠다 싶었습니다. 스스로 자생할 수 없는데, 어떻게 다른 스타트업을 도와줄 수 있겠느냐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 ‘Proto X’였습니다.”

‘Proto X’는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만 가지고 와도 시제품 제작부터 양산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해주는 솔루션이다. ‘Proto X’를 진행하다 보니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협력사들을 통한 진행 보다는 내부의 디자이너들을 성장시켜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던 중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들 기회가 찾아왔다. 서울시와 함께 ‘서울디지털대장간’이라는 인프라를 설치하면서 메이커 스페이스의 성공사례로 발돋움하게 됐다.

 

메이커 스페이스를 찾은 방문객 (출처: N15)
메이커 스페이스를 찾은 방문객 (출처: N15)

 

매출 60억 달성하기까지 많은 어려움 겪어

N15의 총 구성원은 51명, 매출액은 작년 기준 약 60억에 달한다. 올해 목표는 100억 이상이다. 성과만 놓고 보자면, 어려움 없이 승승장구한 것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힘든 순간이 더 많았다. 액셀러레이팅 과정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경기혁신센터와 함께 한 ‘IoT 액셀러레이팅’ 당시였다. N15 구성원들의 배경 자체가 스타트업을 컨설팅해주는 역할이 아니었고, 강력한 배경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더 많았다.

“IoT 액셀러레이팅은 N15만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타트업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 가장 저돌적으로 뛰었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돌파구가 없었기 때문에 정면 승부를 가장 많이 펼친 프로그램이었고, 이를 통해 가장 많이 배웠습니다. 또한 내부적으로 무지했던 시기에 가장 많이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었습니다.”

 

회수 목적 아닌 스타트업 성장 위해 투자

N15은 지금까지 220개의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했고, 약 20건의 투자를 단행했다. 투자는 펀드 조성을 통한 것이 아니라, 자사 매출 일부에서 투자했다.

“투자가 저희에게 어마어마한 리턴을 줄 것으로 생각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면밀하게 케어를 해주고 싶다는 스타트업에게만 투자를 했습니다. 또 저희와 사업적인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스타트업이라고 생각 들면 투자했습니다. 총 누적 투자액은 5억 이하로 큰 규모는 아닙니다.”

강 본부장은 N15이 그동안 소규모 투자를 단행했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1억 원이라는 큰 금액의 투자를 했다. 투자 받은 곳은 여성용 속옷을 만드는 단색이라는 기업이다. 여성들에게는 매번 생리대를 갈아 끼우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또 바쁘거나 사정이 생겨 비위생적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속옷 자체적으로 분비물들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속옷을 만들고 있다.

투자를 단행한 기업 중에는 쓰리디컨트롤즈와 엠오피가 가장 큰 성공을 이뤘다. 두 회사는 3D프린팅용 소재 회사로, 쓰리디컨트롤즈는 쇠, 엠오피는 세라믹을 소재로 하고 있다. 쓰리디컨트롤즈는 IMM과 포스코의 투자를 받고, 팁스에도 선정됐다. 또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엠오피 또한, 팁스에 선정됐으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액셀러레이팅을 하면서 이처럼 성공 사례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장애물을 넘어야 할 때도 있다. 액셀러레이팅도 사람 간에 이루어지는 비즈니스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점은 서로의 의중을 잘 파악하지 못해서 발생할 수 있는 미스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이 잘 돼서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도 맞춰줄 수 없는 때도 있고, 이처럼 맞춰줄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요구가 있는 분들의 경우가 가장 어렵습니다.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연계해서 도와주려고 하지만, 저희가 도와줄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요구를 가진 분들도 너무 많았습니다. 이런 애로사항은 초반에 많았고, 지금은 거의 없습니다. 발표 평가 때, ‘저희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이만큼이다. 저희한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이렇게 물었을 때, 서로가 원하는 것이 맞으면 함께 합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N15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는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솔직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기업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에서는 그렇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런 차이는 저희가 좁힐 수 없었습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운영사로서 먼저 기업과 소통을 많이 하고, 스타트업 대표들과 솔직하게 면담을 하고, 안에서 조율하는 것입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액셀러레이팅은 일방적인 디렉션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에 맞도록 같이 고민하고 사업하는 것입니다. 핵심 역량은 그분들이 원하는 것을 맞춰드리는 ‘매치메이커’와 ‘페이스메이커’로서 그분들이 달려가는데 같이 호흡 조절을 해주는 것입니다. 액셀러레이팅을 운영하는 기업은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제너럴리스트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스페셜리스트로서 전문성을 가지고 많은 기술을 가진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다방면에 걸쳐서 아주 깊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의 깊이가 있는 지식을 가진 것이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액셀러레이팅은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한 산업입니다.”

 

스타트업4와 인터뷰 하고 있는 N15 강무경 본부장 (출처: 스타트업4)
스타트업4와 인터뷰 하고 있는 N15 강무경 본부장 (출처: 스타트업4)

 

액셀러레이팅·투자 결정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N15에서는 액셀러레이팅 할 스타트업을 선정할 때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를 가장 우선순위에 놓고 결정한다. N15의 액셀러레팅 스타트업 선정 기준과 투자 결정 기준은 비슷하다. 투자를 고려해서 스타트업을 선정하기 때문이다. 아이템의 참신함,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의 시장경쟁력도 보지만,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대표의 성향을 가장 많이 본다. “아이템의 방향이 잘못됐을 때, 빠르게 피봇을 하고, 그것을 통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대표인가?”, “이 회사가 정말 힘들 때 어디서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돈을 끌어와서 이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대표인가”를 가장 많이 본다.

“대표의 역량이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70~80%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가 정확하게 사업 계획을 짜지 못하면 무너지는 것이 스타트업입니다. 팀 역량이 부족한 기업인데, 대표의 역량이 출중하면 함께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N15의 올해 캐시카우는 커머스 산업이다. 이 외에도 B2B나 B2G 액셀러레이팅이 비즈니스 모델로써 매출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Proto X’를 통해서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 제작, 양산 연계를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LG, 현대이노션과 같은 대기업과도 협업 중이다.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 운영 컨설팅을 통해 BM을 다각화하고,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을 통한 도시재생 사업까지 추진하면서 전반적인 워킹 비즈니스 숫자를 늘리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강 본부장은 엑셀러레이팅 스타트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쓴소리도 마다치 않는다.

“어렵습니다.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백그라운드가 정확하게 세팅이 안 된 상태에서는 결국 기업이나 기관과 액셀러레이팅을 해야 하고, 협업을 통해 경험치를 쌓아야 하는데, 경험치를 쌓으려면 기업을 설득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이나 이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것이 없으면 관문을 하나하나 뚫고 나가기가 매우 힘듭니다. 저희가 경기혁신센터를 고맙게 생각하는 이유는 저희에게 첫 사업을 맡겨줬기 때문에 그것을 스노우 볼처럼 굴려서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좋은 사업 파트너, 좋은 멘토 같은 기업이나 기관을 만나는 것이 그분들에게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능력을 증명하는 것은 그분들의 몫입니다. 신뢰를 잃지 않도록, 신뢰의 끈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새롭고, 창의적인 것을 제공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 이후에는 보육하는 스타트업에게 어떤 창의적인 것을 더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N15은 국내 제조 스타트업을 유니콘으로 만드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자신들의 능력을 키워서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이에 맞는 퀄리티 높은 체계적인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당면한 숙제다.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 아니라, 체계화를 통해 모두가 똑같은 퀄리티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올해 세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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