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도시재생의 핵심은 살기 좋은 남산 첫 마을로 향하는 것"

아늑한 카페에서 한광야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출처: 스타트업4)
아늑한 카페에서 한광야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출처: 스타트업4)

[스타트업4] ‘해방촌’이라고 적혀있는 표지를 따라 걸었다. 아늑한 골목 뒤의 오르막길. 해방촌답게(?) 길을 걷는 동안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던 외국인들. 그리고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인 윗동네. 부동산 시장은 투자로 북적거렸지만 해방촌은 특유의 분위기를 뽐내며 조용했다. 주택가 사이에서 맞이한 한광야 해방촌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동네를 돌아보며 회상에 잠겼다. 그의 회상을 따라가본다.

 

현장 소통의 중심 '해방촌 도시재생지원센터' 전경 (출처: 스타트업4)
현장 소통의 중심 '해방촌 도시재생지원센터' 전경 (출처: 스타트업4)

 

살기 좋은 남산 첫 마을로의 첫 걸음

2004년부터 동국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로 지내온 한 센터장은 도시설계와 도시계획 전공을 맡고 있다. 그는 7년 전 서울시에서 진행했던 주민참여형 재생사업 ‘은평구 응암동 산골마을’에도 약 1년간 참여했다. 이는 도시재생과 상당 부분 유사한 주거환경관리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사업으로, 당시 경험이 ‘해방촌 도시재생지원센터’를 맡는 계기가 됐다.

시간을 거슬러 때는 2014년. 당시 서울시는 침체된 해방촌을 탈바꿈시키고 새로운 주거지 재생모델을 만들기 위해 해방촌 도시재생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미 응암동 산골마을 프로젝트로 비슷한 경험이 있고, 해방촌 근방이 생활권인 그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도시재생사업에서 소통이 중요한 만큼 그는 끊임없이 시·구·주민 사이에서 소통하며 의견을 절충해나갔다.

시가 운영하고 있는 도시재생지원센터도 이러한 이유로 존재한다. 센터장을 비롯해 사무국장, 사회적경제자문가, 마을활동가, 청년 인턴 등으로 꾸려진 도시재생지원센터는 그야말로 현장 목소리를 담아내는 공간이다. 구청서 파견 나온 주무관과 틈틈이 도시재생지원센터를 방문하는 시청 관계자의 소리도 담는다. 주민 의견을 가까이에서 듣고 한 뜻으로 모으기 위해 구와 시뿐 만 아니라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나아가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듯 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업무에 집중하는 한광야 해방촌 도시재생지원센터장 (출처: 스타트업4)
업무에 집중하는 한광야 해방촌 도시재생지원센터장 (출처: 스타트업4)

도시 문제 해결 방안, 도시재생사업·신도시

서울시는 처음 해방촌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할 때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사업으로 시작했다. 서울시와 용산구가 힘을 모아 총 100억을 지원했다. 그렇게 1년동안 진행하던 중 중앙 정부(국토교통부)가 전국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이 필요하다고 판단,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허허벌판 농지 위에 신도시를 짓는다. 이러한 전 세계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도 신도시 수요가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주택 부족 등의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신도시’ 건설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함과 동시에 해당 도시가 며칠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반면, 이런 열기 속에서 원·구도시는 점점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된 셈.

하지만 사회가 나아지면서 이제는 쇠퇴해가는 원·구도시도 살려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생겼다. 이러한 움직임이 ‘도시재생’이라는 형태로 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한 센터장은 “아예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의 도시를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해서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방촌 도시재생사업은 현재 진행형

이미 진행 중이던 도시재생사업을 정리하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사업으로 다시 추진하려니 비용 문제가 발생했다. 초기 예산이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시는 기존 일정에 맞춘 사업 진행이 불가능했고, 작은 사업 위주로 예산을 집행할 수밖에 없었다. 1년이 넘게 이런 상황이 지속된 탓에 주민들은 도시재생사업의 실질적인 효과를 체감할 수 없었다.

예산 부분에 이어 도시재생사업 진행 속도도 더뎠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새로운 프로젝트 일정이 만들어졌고 거기에 따라 예산 100억이 다시 투입됐다. 내년까지 1년 6개월 이상 남은 현 시점에서 사업이 대부분 종료됐어야 하지만 앞서 언급된 이유로 지연된 것.

이에 대해 한 센터장은 “장기 예산을 가지고 진행되는 사업은 초기 계획대로 진도를 나가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최근 신설된 해방촌 도시재생지원센터도 그랬다. 원래라면 지난해 3월경 완공될 계획이었으나 1년 가까이가 늦춰졌다. 이유는 공사 과정에서 생기는 민원을 주민들과 해결하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어떤 방향으로 갈지 예측할 수 없기에 초기 생각한 계획들이 딱딱 맞아떨어지기 힘들다. 공사 기간이 늘어난 시간만큼 예산도 더 든 건 말할 것도 없다.

 

주민들과 함께 만든 단차 없는 보도 (출처: 스타트업4)
주민들과 함께 만든 단차 없는 보도 (출처: 스타트업4)

느리지만 처음 방향대로 진행 중

해방촌 도시재생사업은 8개 마중물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서울시, 주민들이 구성한 마중물 사업은 신흥시장 활성화를 포함해 공방·니트산업 특성화 지원, 해방촌 테마가로 조성,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 녹색마을 만들기 지원, 주민역량 강화 지원, 마을공동체 규약 마련, 주민공동이용시설 조성 등이다.

이 가운데 예산과 시간이 많이 들었던 주민공동이용시설 사업과 신흥시장 환경 개선, 그리고 단차가 없는 보도 조성 등 다양한 사업을 끝마쳤다. 특히 내년 도시재생사업이 종료된 이후 주민 주도로 사업 형태가 유지·진행될 수 있도록 4년째 주민역량강화 사업을 시행 중이다.

해방촌에 가면 길을 거닐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외국인을 자주 볼 수 있는데 해방촌 도시재생사업이 타 도시재생사업과 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 한 센터장에 따르면 해방촌의 인구 약 12,000명 중 외국인 비중이 11% 이상이다. 이러한 지역 특성을 고려한 외국인 커뮤니티를 추진하는 것이다. 물론 많은 오해들로 뒤섞여 쉽지만은 않은 여정이었다. 그는 다행히도 주민협의체에 가입한 해방촌 생활권자가 투표권을 가지면서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사업 방향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빈 점포는 밀려나는 경리단길의 상권을 보여준다. (출처: 스타트업4)
빈 점포는 밀려나는 경리단길의 상권을 보여준다. (출처: 스타트업4)

곳곳 빈 상가, 일자리 창출도 중요

해방촌의 이웃인 경리단길은 핫플레이스로 유명했다. 너무 핫해진 탓에 지역 상권은 증발했다. 이는 해방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면서 생기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때문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와해된 공동체 네트워크 강화, 일자리·상권 활성화, 노후화된 건물 개량 등 궁극적으로 세 가지 목적을 가진다.

특히 과거 니트·공방 산업은 해방촌을 먹여 살렸던 만큼 상징 산업이기도 했다. 이에 해방촌 도시재생지원센터는 마을협동조합을 조성, 니트·공방 산업 관련 일자리 창출 및 활성화 도모를 위한 마중물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최근 만든 신상품이 SNS 마케팅을 통해 호응을 얻은 것을 계기로 신흥시장 내 공판장을 준비하고 있다. 대량생산이 아니더라도 다른 접근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모습.

마지막으로 한 센터장은 “내년 국가의 해방촌 도시재생사업은 마무리가 되지만, 동네일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나고 이는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이끌고 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을 위해서는 결국 서로 한 발 양보하고 의견을 꾸준히 맞춰나가야 한다는 말.

이에 당연하면서도 지키기 어려운 ‘소통’이 필수다. 그래야 지역이 산다. 크고 작은 마을 규약을 통해 서로 존중하면서 한층 살기 좋은 마을이 되고자 노력하는 해방촌. 해방촌의 외관과 더불어 그 속까지도 알찬 행복이 자리잡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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