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희 개인전, 3일부터 8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 관훈동에서 개최
고등학교 때 처음 미술 시작해 77세까지 개인전 7회 열어
사별의 슬픔도 그림으로 견디고 이겨내
손이 떨리기 전까지 붓을 놓고 싶지 않다는 '김숙희' 작가 인터뷰

생애 마지막 개인전을 연 김숙희 작가
생애 마지막 개인전을 연 '김숙희' 작가

[스타트업4] 생애 마지막 개인전을 연 작가가 있다.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던 소녀 시절 붓을 잡았고, 희끗희끗해진 머리칼을 주름진 손으로 넘기는 지금까지도 붓을  놓지 않고 있다. 일어설 힘조차 없을 때도 그녀를 지탱해준 것은 그림이었다. 그림으로 위안받고, 이제는 그림으로 위로를 전하는 김숙희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올해로 77세인 그녀는 어려서부터 미술에 소질이 있었다. 그림을 그리면 늘 선생님의 칭찬이 따라왔다. 피아노를 전공하려고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미술로 눈을 돌렸고,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데생을 시작했다. 2년간의 노력 끝에 세종대학교 회화과에 진학했다. 

대학에서는 서양화를 전공했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계속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개인전을 열 계획이었지만, 결혼을 하면서 무산됐다. 결혼 후,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 후, 한동안은 아이들 교육 때문에 붓을 놓았다. 그림을 그리지 못하자 심한 강박에 시달렸다.

“나는 왜 안 그림을 안 그리고 있을까?”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아이들을 모두 대학에 보낸 뒤, 본격적으로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개인전을 두 해마다 한 번씩 열었다. 지금도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룹전, 초대전에서도 연락이 오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화사해 ‘엄마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며 웃었다. ‘엄마들’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모두 77세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대단하다고 그녀를 치켜세운다. 그러나 그녀는 손사래를 쳤다.

“미술 작가들은 80세를 넘어서도 작품 활동을 해요. 난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손이 떨려 붓을 잡지 못할 때까지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 미술 작가예요. 90세 넘어서까지 그림을 그리다 세상을 떠나는 작가도 있어요. 작가들은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려요.”

그녀는 그림으로 인해 지금까지 잘 견뎌왔다며 회상에 젖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즐겁고, 모든 것을 다 잊을 수 있었다. 화폭 안에서 또 다른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림이 잘 그려지면, 성취감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그림에 만족하지 못한다. 7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지만, 작품을 볼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림을 조금만 더 고쳤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 그림이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김숙희 작가가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감'을 주제로 한 그림
김숙희 작가가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감'을 주제로 한 그림

진한 아쉬움 속에서도 애지중지하는 작품 몇 가지가 있다. ‘감’을 주제로 한 그림을 가장 좋아한다.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작품 중, 가장 작은 그림이지만, ‘감’이 예뻐 이 그림을 아낀다. 그림에 이름은 따로 붙이지 않았다. 관람객의 시선과 생각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감’을 그렸는데, 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사실화가 아니라서 더 그렇다는 것이 김 작가의 설명이다. 

김 작가는 초롱꽃 그림도 좋아한다. 초롱꽃은 김 작가가 한눈에 반한 꽃이다. 머리를 숙이고 있는 자태가 겸손해 보였다. 좋아하는 만큼 초롱꽃을 많이 그려, 초롱꽃을 사랑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김 작가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더 이상 개인전을 열기 힘들다고 고백했다. 크기가 큰 그림을 그릴 때는 서서 그림을 그려야 해서 다리에도 무리가 온다.
김 작가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더 이상 개인전을 여는 것은 힘들다고 고백했다. 크기가 큰 그림을 그릴 때는 서서 그림을 그려야 해서 다리에도 무리가 온다.

이번 전시회는 김 작가의 개인전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김 작가는 더 이상은 힘에 부쳐 전시회를 열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이번 개인전도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규모가 상당히 큰 전시회였다. 홀이 큰 만큼 공간을 채울 그림을 많이 그려야 했다. 

“또 개인전을 한다면 소품전 같은 것은 할 수 있지만, 규모가 큰 전시회는 벅찰 것 같아요. 나이가 드니까 그림 그리는 게 힘들어요. 젊을 때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전시회를 열었죠. 그러나 세월이 지날수록 소심해지고, 정신적·육체적으로 모두 힘들어요. 나이 드니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녀는 또다시 회상에 잠겼다. 두 번째 개인전을 떠올렸다. 당시 선보인 그림들은 굉장히 강렬했다.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억눌렸던 감정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소리 내 울었다. 

“내가 왜 그동안 그림을 안 그렸을까?”

그녀는 그것을 ‘한’이라고 표현했다. 이제는 한이 모두 풀렸다. 현재는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그때그때 느낌대로 마음 가는 대로 붓을 움직인다.

살면서 가장 힘든 순간도 그림으로 이겨냈다. 남편이 몇 년 전 세상을 떠났다. 견딜 수 없는 슬픔에 매일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그러나 사별의 아픔도 그림을 그리며 이겨낼 수 있었다. 그림은 언제나 그녀 곁을 지켜줬다.

그녀는 인터뷰를 마치며 개인전이 아니더라도, 다음 전시회는 기약하기 어렵다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손이 떨려오기 전까지는 계속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다.

사람들 기억 속에 ‘편안한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는 김숙희 작가의 개인전은 3일(수)부터 8일(월)까지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41-1, 가나인사아트센터 관훈동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숙희 개인전' 전경
김숙희 작가가 자신의 정원에 있는 식물들을 주제로 그린 그림들

[스타트업4=임효정 기자] 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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