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나의 어린 시절의 꿈은 소설가도 사업가도 아니었다. 과학자가 되어, 작은 연구소 하나 차려, 거대 로봇 3대 정도 가지고 우주 침략군에 맞서 싸우는 것이 소박한 꿈이었다. 그 때는 정말, 박사 학위 하나만 가지면 연구소랑 로봇 몇 대 정도를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줄 알았다. KAIST 전자공학과에 입학했고, 대학원은 서울대로 진학했다. 그리고 현실을 보았다. 대기업 지원의 연구를 논문과 연계해 수행했는데, 기업이 갑자기 연구비 지원을 끊었다. 해외에서 관련 연구 성과를 사들여오면서 더 이상 연구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학원을 중퇴하고 입대했다.
어려운 공부보다(나는 정말 공부하는 사람을 존경한다.) 편한 돈벌이를 궁리했다. 제대한 후에 아르바이트로 소설을 썼다. 첫 소설의 원고료가 당시 대졸 초봉의 7배 정도였다. 만화 시나리오를 쓰고 돈을 꽤 벌면서, 과학 기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제조업에 투자했고 큰 실패를 맛봤다.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해야 한다는 생각을 이때부터, 뒤늦게 인식하게 됐다. 나는 스스로 기술 개발과 연구, 사람 관리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구현하게 될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는 일은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 판단을 통해 스토리허브가 만들어진다. 

 
한별카이
 
콘텐츠와 대화하기
콘텐츠는 웹툰, 소설, 영화 등 감성을 자극하는 콘텐츠와 과학, 기술, 지식, 깨달음 등의 이성에 호소하는 콘텐츠로 나눌 수 있다.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사람에게 쾌감, 만족감, 안도감을 제공하는 모든 것들의 개별, 혹은 그 결합이 콘텐츠이다. 우리 사회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사회다. 소비자는 많은 콘텐츠들 중 ‘무엇’을 우선 소비할 지를 결정한다. 개별 콘텐츠가 자신에게 주는 만족감이 그러한 결정의 기준이 된다. 한편 콘텐츠의 제공자는 ‘개별’ 소비자가 ‘어떤’ 콘텐츠를 선호하는지를 파악하고, 개별 콘텐츠를 ‘어떠한 우선 순위’로 제공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추가 정보를 만들어낸 다음 다시 개별 콘텐츠를 공급하는 모든 일에 ICT 기술이 이용되고 있다. 다시 말해 각 콘텐츠의 생산자와 공급자, 그리고 소비자는 ICT 기술을 매개로 하여 콘텐츠와 대화할 수 있게 된다.
 

 
돈주앙

상상과 현실의 연결, 모방현실(Emulated Reality)
스토리허브는 ICT와 콘텐츠의 스토리텔링이 접합하는 통로를 만들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그러한 통로의 구현 방법으로 스토리허브는 ER 즉 모방현실을 추구한다. 현재 준비 중인 서비스 ‘하늘 편지’를 예로 들어본다. 모든 세상이 완전히 스마트화 되고 IoT가 모든 곳에 구현되어 있는 세상을 상상해 보자. 이 상상의 세상에는 사물들이 모으는 정보, 포그(FOG)가 그야말로 안개처럼 바닥에 쌓여간다. 사물 각각은 IP를 갖고 구분이 있다. 그런 세상에서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라는 상상은 스토리텔링의 몫이다.
즉 콘텐츠의 영역이다. 일차적으로 이러한 상상으로 파생된 아이디어를 웹툰으로 기획했다. ‘어느 날, 세상이 세상을 기억하기 시작했다’라는 카피로 시작되는 웹툰 ‘하늘 편지’는 사람들에게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을 공유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세계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기억과 추억을 머릿속이나 컴퓨터에 저장하던 단계를 넘어 모든 사물에 개별적으로 저장해 둘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여행 갔던 바닷가의 인상적인 바위에 ‘즐거운 추억’을 저장해 두었다가 언제든지 그곳으로 돌아와 추억을 열어볼 수 있는 세상을 구현하고자 했다.
모바일에서 작동하는 앱 ‘하늘 편지’ 속에서 사용자들은 상상속의 세상을 가상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의 기술로 가능한 부분을 구현하고, 아직 기술 개발이 더딘 부분은 에뮬레이션을 통해 표현했다.
스토리허브가 제공하는 상상에 자극을 받은 누군가가 모방현실과 현실 사이에 비어 있는 공간을 진짜 기술로 채워 넣으면 스토리허브는 허브로서의 역할을 완수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드리머(Dreamer)’와 ‘플래너(Planner)’
미래의 직업은 현재보다 세분화될 것이다. 하지만 크게 나누면 ‘드리머(Dreamer)’와 ’플래너(Planner)’ 두 종류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드리머는 상상하는 사람이다. 때로 현실로부터 두 발을 뗄 수도 있다. ‘이게 불편해. 이런 불편한 점을 해결하는 기술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 라거나 ‘이런 기술이 가능해진 미래의 모습은 이럴 거야. 그럼 저런 기술이 다시 필요해지겠지?’라 상상하는 사람이다. 드리머는 그러한 기술의 구현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래야 상상이 자유로워진다. “도라에몽의 징구”가 내가 본 가장 훌륭한 드리머이다. 게으른 징구는 잘도 엉뚱한 상상을 해낸다.
플래너는 두 발을 철저하게 땅에 붙이고, 드리머가 상상한 것을 현실에 구현하려 계획하는 사람이다. 플래너의 선택을 받은 드리머의 꿈은 상상의 영역을 떠나 현실로 튀어나올 자격을 갖는다. 현실에서 플래너는 과학자, 공학자들일 것이다. 드리머는 작가다. 스토리허브와 카이스토리는 드리머와 플래너가 서로의 발전적 간극을 유지한 채 소통하는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스토리허브는 웹툰, 소설, 그리고 모바일 서비스 기획을 통해 과학기술이 만들어가는 미래를 상상하고 그것을 앱으로 ‘에뮬레이션’하고 있다. 이 일은 드리머의 꿈을 사이버 세상에서 저렴하게 구축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에뮬레이션을 통해 우리는 미래를 세상에 알릴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혹은 대중들이 어떤 미래의 모습을 가장 ‘선호’하는지 알아볼 수도 있게 한다. 스토리허브에서 드리머의 꿈이 플래너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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