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납부 의무자 판결 달라져 혼란 예상

 

수탁자에게 신탁재산에 대한 재산세를 부과하는 개정 지방세법이 2014년 1월 1일 시행된지 3년 이상의 시간이 경과한 현재 신탁재산의 관리, 처분에 대한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가 수탁자라는 내용의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

 

부동산 사업과 부동산신탁
부동산사업은 일반적으로 개발하거나 매수한 부동산을 매각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사업 규모가 크다보니 매입이나 건축에 소요되는 자금을 타인으로부터 조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시행되는 대부분의 부동산사업은 이른바 프로젝트금융 대출(Project financing)이라 하여 사업 자체에 담보가치를 부여하여 물적 담보물 이상의 금융대출을 받아 진행하고 사업부지와 같은 기초자산을 신탁업자에게 신탁하고 1차적 사업이익을 귀속한 다음 이를 수익금으로서 정산하면서 대출채권을 추심하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신탁’은 신탁의 이익을 수탁자가 아닌 수익자에게 귀속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신탁재산이나 신탁사무와 관련된 급부에 대하여는 일반적인 조세원리가 그대로 적용되기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신탁재산의 관리나 처분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가가치세의 납부의무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종전의 실무관례와 상반된 입장이므로 이를 소개한다.

 

신탁재산과 관련된 부가가치세에 대한 종전의 입장
부가가치세는 재화의 공급이나 수입, 용역의 공급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부가가치에 대하여 과세되는 세금으로 부가가치세법 제31조는 재화나 용역을 공급받는 자로부터 부가가치세를 징수하도록 정하고 있다.
수탁자는 신탁재산을 소유하면서 이에 대한 각종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매도하거나 신탁재산에 대한 도급계약 등을 체결하게 되면 그로 인한 재화나 용역을 제공받게 되므로, 부가가치세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당연히 수탁자가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신탁은 수탁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수익자의 이익을 위하여 신탁재산의 관리, 처분, 운용, 개발, 그 밖의 신탁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행위를 하는 것이므로(신탁법 제2조), 신탁재산과 관련된 재화나 용역을 공급받더라도 이를 일반적인 경우와 동일시 할 수 없다는 반론이 상당했다.
이에 대해 종전 판례의 입장은 “신탁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의 사업자 및 이에 따른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위탁자라고 보아야 하고, 다만 위탁자 이외의 수익자가 지정된 타익신탁의 경우에는 위탁자가 아닌 수익자가 사업자 및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99다59290 판결,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0다33034 판결 등)

 

대법원의 새로운 입장(2017. 5. 18. 선고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
사업자 A는 상가건물을 사기위해 B은행으로부터 사업자금을 대출받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해 상가건물을 수탁자에게 신탁하면서 B은행을 우선수익자(신탁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귀속받는 자)로 지정했다.
그러나 A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B은행은 수탁자에게 상가건물을 처분해 그 대금으로 A에 대한 대출금을 갚을 것을 요청했다. 수탁자는 요청대로 상가건물을 처분하고, 그 대금은 대출채권자이자 우선수익자인 B은행에게 우선적으로 지급되었는데, 처분대금이 채권원리금에 못미처 위탁자이자 수익자인 A는 처분대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했다.
과세관청은 종전의 실무와 판례에 따라 신탁재산의 처분대금으로 채무가 소멸한 것이므로 A가 B은행에게 상가건물을 공급하고 재화에 해당하는 처분대금을 공급받은 것이라고 보아 A에게 이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부과했다.
A는 이는 부당하다며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상고심에 이르기까지 법원은 신탁재산의 처분대금에 대한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는 수탁자에게 있다며 과세관청의 과세처분이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수탁자가 위탁자로부터 이전받은 신탁재산을 관리·처분하면서 재화를 공급하는 경우 수탁자 자신이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의 귀속주체로서 계약당사자가 되어 신탁업무를 처리한 것이므로, 이때의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재화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통하여 재화를 사용·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거래상대방에게 이전한 수탁자로 보아야 하고, 그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이 거래상대방과 직접적인 법률관계를 형성한 바 없는 위탁자나 수익자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된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세금계산서 발급·교부 등을 필수적으로 수반하는 다단계 거래세인 부가가치세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이 신탁재산 처분에 따른 공급의 주체 및 납세의무자를 수탁자로 보아야 신탁과 관련한 부가가치세법상 거래당사자를 쉽게 인식할 수 있고, 과세의 계기나 공급가액의 산정 등에서도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과세관청의 A에 대한 부가가치세부과 처분이 법원의 판결에 의해 취소되었으므로 과세관청은 수탁자에게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게 될 것이다.

 

향후 전망과 문제점
위 판례에 따라 부가가치세 납부주체가 종전의 위탁자(수익자)에서 수탁자로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법의 개정이 아닌 판례의 입장이 변경된 것에 불과해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실무상 혼선이 빚어질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지방세의 경우, 종전에는 위탁자에게 이를 부과하였으나 지방세법의 개정을 통해 납세의무자를 수탁자로 변경했고, 부칙으로 시행일을 정했으므로 과거의 위탁자에 대한 과세처분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부가가치세의 경우 법률 개정이 아니라 법률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이 변경된 것이므로 부가가치세를 부과받은 다른 위탁자들이 과세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여지가 크다.
다만, 법에서 정한 시일이 지난 뒤에는 소송을 낼 수 없다. 그러나 과세관청의 직권취소는 기간의 제한이 없으므로 과세관청이 납부되지 않은 부가가치세를 새로이 수탁자에게 과세할 경우 과세처분을 받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 간에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위 전원합의체 판례는 ‘신탁재산의 매각으로 인한 재화의 공급’이라는 사실관계에 기인한 것이고, 신탁재산의 관리와 처분으로 인한 부가가치세라고 명시하고 있기는 하나, 부가가치세가 발생하는 개별적인 특성에 따라 반론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지방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신속한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향후 발생한 부가가치세는 수탁자에게 일률적으로 과세될 것으로 예상이 되기는 하지만 수탁자는 결국 고유재산이 아닌 신탁재산으로 이를 납부할 것이고, 신탁재산의 지출용도가 증가됨에 따라 사업비 대출의 축소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부동산사업의 위축이 초래되지 않을까 조심스런 걱정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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