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IoT, Cloud, Big data, Mobile)으로 요약되는 기술과 인공지능(AI)기술, 그리고 기존의 IT기술들이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생성하는 시대를 일컬어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한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은 산업뿐 아니라 경제, 사회, 우리의 삶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특정 산업영역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 산업에 걸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양산하고 있다. 1차 산업인 농업도 예외는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들로 인해 산업의 양상이 달라지고 6차 산업화로의 혁신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우리의 농촌과 관련 종사자들도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고 적용하여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미래 농업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그에 대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점검해 보았다. <편집자 주>

 

농업의 부활, 사양·낙후산업에서 성장산업으로
학자들의 관점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명명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1차 산업인 농업의 관점에서 보면 1/ 2/ 3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은 완연하게 구분된다. 1/ 2/ 3차 산업혁명의 시기는 ‘탈농업적’시기라 할 수 있는 반면 4차 산업혁명기에서는 ‘친농업적’ 시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1/ 2/ 3차 산업혁명기에서는 대부분의 생산요소가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다시 서비스업으로 이전되면서 이제 세계 생산인구의 5%만이 농업에 종사하고, 부가가치의 창출면에서도 농업은 5% 정도만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농업은 도약의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세계 3대 투자자 가운데 한 사람인 짐 로저스는 몇 년 전부터 줄곧 “미래의 기회는 농업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식량과 농경지 부족이 심해져 농업이 수익을 가장 많이 낼 수 있는 산업이라는 주장이다. 올해 모 일간지 기자와 인터뷰 한 내용 중에도 4차 산업혁명시대의 직업으로 ‘농부’를 추천하고 있는데 앞서 설명한 이유와 동일한 맥락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융합기술은 농업부문에 생산과 유통, 소비측면에서 최적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 과부족의 문제를 해결한다. 인공지능과 ICBM 기술의 융합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했던 농업의 기술적 난제들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구조의 변화와 인구구조의 변화 등으로 인해 농업과 농촌에 등졌던 인력과 자본 등의 생산요소가 다시 농업과 농촌부문으로 유입될 여지가 크다.

 

농업생산부문의 변화1 : 스마트 팜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일기의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차양막과 온도를 조절하고 물의 공급을 조절하는 등 시설 하우스에 초보 수준의 스마트 팜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최근 센서 기술의 발전과 네트워킹 기술 및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IoT기술이 활성화되고 이에 더해 클라우드 기술과 빅 데이터 처리/분석 기술 등이 더해져 농장이나 축사를 정밀하게 관리하면서 품질의 최적화, 맞춤화가 가능한 혁신적인 스마트 팜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 팜은 스마트 센싱과 모니터링, 그리고 스마트 분석 및 기획 부문으로 나누어 접근하고 구축하여야 한다. 스마트 센싱과 모니터링은 기후, 환경, 동식물의 생육정보를 정밀하고 자동화된 방법으로 측정하고 수집하여 데이터 베이스화 하는 것이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 베이스가 바로 빅데이터이다. 이 빅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IBM의 인공지능 의사 ‘왓슨’이 인간 의사보다 더 정밀하게 진단하여 정확한 치료방법을 제시하듯이 영농에 필요한 정밀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 분석 및 기획부문이다.
이러한 스마트 팜의 구현을 위해서는 사람의 개입(환경설정과 가동조건의 입력 등)이 없이 자동적으로 모든 것이 조절 가능하도록 실시간 계측 진단기술 및 인공지능 기반의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 함께 경제성 확보를 위한 효율성 제고를 위해 신재생 에너지인 지열과 태양 에너지의 복합 에너지 관제기술이 확보되어야 한다.

 

농업생산부문의 변화2 : 로봇화(무인화)
농기계의 힘으로 농업부문에서도 사람의 손을 많이 들고 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완전 자동화가 아니어서 여전히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했다. 요즘 많이 보도되고 있는 자율주행차처럼 농기계부문에서도 사람의 개입이 불필요한 자율주행 트랙터나 아마존의 물류창고에서 작업하는 로봇과 같이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농작물의 줄기 유인, 과일 솎아 내기 및 농작물의 수확을 담당하는 무인 영농이 가능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잡초제거 로봇’이나 ‘딸기수확 로봇’ 등이 개발되어 맹활약 중이다.
사람의 노동력이 불필요한 완전 자동화의 실현을 위해서는 앞으로 다양한 항법정보를 분석해 경로설정과 농작업 제어를 수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 엔진의 개발 그리고 무인 농기계를 운용하고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관제 시스템의 개발이 수반되어야 한다.

 

농산물 유통부문의 변화 : 실시간 정보공유와 대응,개별 맞춤형 주문재배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은 지능정보기술 융합으로 생산이력을 관리하고 농식품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즉시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실시간으로 생산정보와 소비정보를 연결할 수 있다면 생산과 소비의 불일치로 폐기하는 가치소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농산물은 신선함이 핵심적인 가치로서 공산품처럼 오랜 기간 재고로 저장할 수 없으므로 생산과 소비의 실시간 연계는 곧바로 부가가치의 창출로 이어진다. 일례로 네덜란드에서는 암스테르담과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소비자의 스마트폰과 QR코드를 활용해 농산물 생산자가 소비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빅데이터를 수집, 분석하여 자동 주문과 수배송으로 연결하는 “스마트 푸드 그리드”(The Smart Food Grid)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텔리전트 냉장고가 등장하여 냉장고 속의 식료품 재고와 소비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자동으로 주문하는 생활도 곧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의 등장은 농산품의 유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농가와 연결되어 사이버 직거래로 자동 주문형 맞춤 거래를 할 수도 있다.
당뇨환자와 같이 질환이나 건강관리를 위해 식이 조절이 필요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메디컬 푸드와 같은 경우, 개인별 필요에 따른 맞춤형 주문재배가 가능하다. 이러한 개별 맞춤형 주문 재배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식품, 건강, 유전체 정보를 연계하여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이에 따라 맞춤형 식품 서비스가 되도록 Foodomics Platform을 구축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을 통해 생체정보 및 생활정보(운동, 수면 등)를 수집하여야 하고 이렇게 집적된 자료는 유전체 정보 등 기타 데이터와 융합되어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분석되고 관리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메디컬 푸드는 농업의 6차 산업화의 정수(精髓)라고도 할 수 있다. 재배-가공-서비스의 전형적인 구조로 연계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농업을 ‘제조업화’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서로 융합된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기후변화와 같은 자연환경의 제약을 받지않고 논과 밭, 산과 들이 아닌 식물공장에서 대량생산, 맞춤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4차산업혁명은 기존의 구도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처럼 단속적이고 파괴적인 혁신이 일어날 때 새로운 일자리와 창업의 기회가 생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농업은 더 이상 진부한 산업이 아니다. 새로운 첨단기술과 자본이 필요한 첨단산업이다. 짐 로저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다시금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시대가 왔다. 농업에서 많은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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