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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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4] 최근의 노트북 상업광고에 있어서 사용자가 노트북 위에 그림이나 도식 그리고 글을 직접 쓰면 이것이 바로 발표용 자료로 변환되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바로 노트북 위에 요약하여 정리하면 이것이 바로 상대방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단어나 문장이 되는 방식이었다. 이것을 바꾸어 말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바를 전달하는 데 있어 PPT 등과 같은 외형적인 형식을 빌리는 것이 때로는 힘들고 시간이 걸리는 작업임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따른 변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진정으로 핵심을 말하고자 하는 노력: '제로 PPT' 선언하는 기업 현장>

이런 의미에서 최근 '제로(zero) PPT', '노 파워포인트(No PowerPoint)'를 선언하고 실천하는 기업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PPT 퇴출을 선언한 1호 기업은 현대카드다. 2016년 정태영 부회장은 '제로 PPT'를 선언했다. 업무만족도 조사에서 직원들이 호소한 고충사항 중 하나가 'PPT 작성'으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사내 보고용 문서는 PPT 대신 워드와 엑셀로 작성한다. 대외용 문서 작성용으로 부서마다 컴퓨터 한 대만 파워포인트를 깔도록 허용하고 나머지 컴퓨터에선 프로그램을 삭제했다. 지난해 10월 두산그룹도 PPT를 금지했다. 보고 문화 개선의 일환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2019년 '캐주얼 보고 습관화', '보고 문서 간소화'를 내걸고 꼭 필요한 경우만 PPT를 쓰고 사내에서 획일적인 PPT 양식은 쓰지 않기로 했다. 대신 2장짜리 '워드 보고' 양식을 배포해 권장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마존에서도 ‘노 파워포인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는 '노 파워포인트' 흐름을 이끌고 있다. 아마존에서는 회의 참석자들은 PPT 대신 "'6 페이저(6-pager)”를 각자 작성하여 회의 참가자들과 공유하고 회의를 진행한다.

이러한 '노 파워포인트' 흐름은 왜 생겨 난 것일까? 단순하게 PPT 작성에 시간이 들어가는 이유 때문일까? 이러한 흐름이나 트랜드에는 바로 형식보다 본질, 핵심에 접근하고자 하는 기업 현장에서의 욕구와 필요가 있다. 기업 현장에서 우리는 왕왕 화려하고 현란하게 PPT를 만들고 발표하였으나, 발표를 마치고 난 이후, “그래서 핵심이 뭔데?”, “무엇을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거야?”, “So What? 그래서 어쨌다는 건데, 진정으로 우리에게 원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뭐야?”하는 순간과 자주 마주한다. 시간을 들여 현란하게 발표 슬라이드를 마련하였으나, 정작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이나 본질이 빠진 발표나 토의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신문이나 잡지의 헤드라인처럼 고객의 관심을 일순간에 잡아야 한다>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조지프 매코맥은 2014년 발간된 신간 브리프(brief, 부제: Make a bigger impact by saying less, 덜 말하면서도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라)에서 “사람들은 1분에 평균 150단어를 말하지만, 인간의 뇌는 750단어를 소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600단어의 차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매코맥은 ‘누군가 말할 때, 당신이 1분에 600개 단어에 해당하는 만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라고 설명했다. 즉 집중력 분산과 조바심은 현대인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말한다. 비즈니스 공간에서도 이것은 더 절실하다. 의사표현은 간결해야 한다. 사내 고객이든 사외 고객이든 고객은 우리의 장황한 설명이나 발표를 기다리지 못한다. 상대방의 눈길을 끌려면 짧고 간결한 메시지로 승부해야 한다. 눈길을 끄는 신문이나 잡지의 헤드라인처럼 고객의 관심을 일순간에 잡아야 한다. 길고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는 핵심을 간결하게 명료하게 전달해야 한다. 핵심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 발표하고자 하는 것에 정통해야 한다. 사안을 꿰뚫어야 간결하게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전달하고자 할 때에는 정보의 양을 줄이고 핵심에 접근하여야 한다.

 

<’현상보다는 본질’에 집중할 것을 웅변하다>

베테랑 광고전문가 남충식 작가(현재 광고회사 이노션 INNOCEAN 더캠페인랩 팀장)는 2018년 발간된 책 ‘기획은 2형식이다’에서 우리가 기획하고 입안할 때 ‘현상보다는 본질’에 집중할 것을 요청한다. 남충식 작가가 우리에게 다음의 사항을 전달한다. 본질은 간단하고 심플하나 여기에서 파생되는 현상은 수 만 가지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나타나는 수많은 현상에 일일이 집중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가능에 가깝다. 대응요법으로는 본질이나 핵심을 건드릴 수 없다. 남 작가는 아래의 한 문장으로 본인의 메시지를 전한다. “본질과 현상, 현상보다는 본질을 건드려라”

엘리베이터 회사에 컴플레인이 접수되었다.

“귀사의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려서 우리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불만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불만을 접수한 영업직원은 상부에 보고했다. 처음 이 문제는 별 일 아닌 것으로 치부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회사의 제품이 경쟁사 전부를 통틀어서 가장 빨리 고객을 수송하는 엘리베이터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컴플레인이 반복되자 사장은 대책을 세울 필요성을 느꼈다. 중역회의가 소집되었다. “좋은 해결책이 없을까요?”

여러 답변이 이어졌지만 딱히 대안은 없었다.

문제 해결을 열망했던 사장은 그날 밤잠을 설쳤다. 날이 밝자 사장은 다시 중역회의를 소집했다.

“좋아요, 그런데 문제는 진짜 ‘느리다’에 있는 것인가요?”

중역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제서야 중역들은 문제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이해했고, 고객 컴플레인의 실체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었을까? 회사는 자사의 엘리베이터에 거울을 달기 시작했다. 거울이 있으니 고객들은 수십 초의 탑승 시간 동안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거나 옷매무새를 고치는 등 할 일이 생겼고, 그와 동시에 지루함은 사라졌다. 더 이상 “너무 느리다”는 고객의 컴플레인은 접수되지 않았다.

상기 일견 우스꽝스러운 사례는 고객 불만이 ‘느림’보다는 ‘지루함’에 있음을 파악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해결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핵심을 파악하고 핵심을 전달하라>

우리가 일상으로 접하는 업무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자주 일어난다. 기안 결재를 받으러 온 직원에게 상사가 질문한다. 질문을 받은 직원은 답을 하면서 5분 정도 주저리 주저리 설명하지만 정작 상사의 질문에는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한다. 다시 질문을 해도 돌아오는 내용은 똑같다. 이에 지친 상사가 묻는다 “그래서 핵심이 어떻다는 건가?”, “이번 기안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고객과의 미팅에서도 비슷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 고객들은 말한다. “이 사람들이 주장하는 바가 뭐지?”, “우리 고객에게 무슨 혜택을 준다는데 혜택의 알맹이는 어디에 있나?”

사안을 꿰뚫어야 정확하게 요약할 수 있다. 정통하면 간결해진다. 문장이 두서너 단어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를 간결하게 전달해야 한다. 전달하려는 정보의 양을 줄이고 압축해야 한다.

위에서 열거한 사례들은 의사소통에서 핵심을 파악하고 핵심을 전달하는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근무현장에서 일상 대화에서 우리 스스로 핵심을 파악하고 핵심을 전달하는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가 30여 년이 넘는 실무 경험에서 터득한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방법이 핵심의 ‘파악과 전달’을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된다.

① 보고서나 할 말을 1개의 문장으로 줄이는 연습

② 평상시 핵심을 메모하는 습관

③ 발표나 보고 이후에 반드시 ‘핵심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게 되는데, 이때 사전에 답을 1~3개 정도 만들어 놓고 이를 순서에 따라 답하는 방법

④ 비즈니스 관련 대화를 할 때 간결하고 명쾌하게 전달하고 표현하는 습관

⑤ 상사 및 주변 동료로부터 본인의 발표나 보고에 대한 피드백을 구하여 핵심을 정리하는 습관

 

배진실 인사경영컨설팅 '인재와 미래' 대표
배진실 인사경영컨설팅 '인재와 미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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