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치열해진 고정형 라이다 센서 경쟁

상용화된 자동차 중 최초로 라이다 센서를 탑재하게 된 아우디의 A8 (출처: 아우디)


시장조사 기관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라이다 시장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25.8% 성장해 52억 48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주로 자율주행 자동차에서의 수요 증가로 촉발된 라이다 센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소형화와 가격 문제를 해결하면 드론,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간 베일에 쌓여왔던 애플(Apple)의 자율주행 기술 프로젝트인 ‘타이탄(Titan)’이 모습을 드러냈다. 프로젝트 타이탄은 애플이 그 동안 자율주행 관련 엔지니어를 1,000명 이상 대거 영입하며 비밀리에 추진한 것으로,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모습 등이 공개된 바가 없었다.

온라인 교육회사인 보야지(Voyage)에서 독립해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추진 중인 맥콜리스터 히긴스(MacCallister Higgins)는 2017년 10월 18일, 트위터를 통해 최근 캘리포니아 주 차량국(DMV)의 승인을 받은 애플이 운행 중인 자율주행 자동차의 동영상을 촬영해 올렸다.

임대한 렉서스 RX 450h SUV에는 자율주행을 위한 다수의 센서가 목격됐는데, 이 센서들 중에는 라이다(LiDAR) 센서 제조회사인 벨로다인(Velodyne)의 라이다 센서를 비롯해 여러 대의 레이더, 카메라 등의 센서가 포함돼 있다. 기존의 테스트용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발견됐던 모습, 예를 들어 구글(Google) 웨이모(Waymo)가 센서부를 최소화해 차체와의 조화를 강조했다면, 애플의 자동차 센서부는 지붕 전체를 덮고 있는 형태를 하고 있다.

 

2018년,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자동차 등장

애플, 구글 혹은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사 등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 중인 모든 회사들의 공통점은 센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의 등장과 상용화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레벨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현재 자율주행 자동차의 발전 단계는 레벨 0~5 중에서 레벨 3 정도의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레벨 5가 완전 자율주행의 실현이라면, 레벨 3은 부분 자율주행 단계로 최근 아우디에서 해당 수준의 자동차인 A8을 2018년에 출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2017년 7월에 열린 프랑크푸르트 국제모터쇼(IAA)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A8은 운전자의 개입이 일부 필요한 조건부 자율주행 수준을 명확히 보여줬다. 국제 표준에 따라 중앙 분리대가 설치된 고속도로 및 다차선도로에서 시속 60 km 이하로 서행 시, 아우디의 AI 트래픽 잼 파일럿(Audi AI Traffic Jam Pilot)이 운전자를 대신하게 된다. 이 시스템은 차선 내에서 정지, 가속, 조향, 제동 등의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데, 시스템 적용 시 운전자는 가속 페달과 운전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A8에는 주행용 센서로 전면 라이다(Light Detection And Ranging: LiDAR) 센서를 비롯해 360도 어라운드 뷰를 위한 카메라 4대, 전면 카메라 1대, 자동차 네 코너에 장착된 중거리 레이더 4개, 전면 장거리 레이더 1개, 나이트 비전을 위한 적외선 센서 1개, 초음파 센서 12개 등이 장착되게 된다. 게다가 별도로 내부 카메라를 통한 사용자 모니터링 기술도 탑재됐다.

이러한 수많은 센서를 통해 A8은 레벨 3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 특히 아우디는 IAA에서 A8을 발표하면서 라이다 센서를 적용한 최초의 양산차가 될 것임을 공표했는데, 이 라이다를 공급하게 될 기업에 발레오가 선정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라이다를 개발하고 있는 주요 기업은 벨로다인(Velodyne), 콰너지(Quanergy), 이노비즈(Innoviz), 콘티넨탈(Continental), 발레오(Valeo), 파이오니아(Pioneer), 정상라이다, 오스람(Osram) 등이 있다. 특히 벨로다인은 라이다 기술의 선도 기업으로 꼽히고 있지만 소형화와 저가격화 문제에 대해 뒤늦게 고민한 까닭에 소형 라이다 분야에서는 경쟁 기업에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발레오는 소형의 회전형 라이다인 스칼라(SCALA)를 발표했는데, 현재까지는 대량생산 시 약 250달러의 저렴한 가격으로 양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가격화, 소형화를 위한 기술 경쟁

레이더가 전자파를 이용해 물체를 탐지한다면, 라이다는 고출력 펄스 레이저를 이용해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3D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정보를 얻기 위한 지형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어 오래 전부터 국방, 건설 분야에서 많이 활용됐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최근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센싱 기술로 급부상했다.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에서 라이다 센싱 기술은 레이저 스캐너를 사용해 3D 이미지 환경을 생성하며 이 3D 이미지는 자동으로 처리되어 모니터링, 경고, 제동, 조향 작업 등을 수행하게 된다.

라이다 시장에서의 핵심 이슈는 상용화를 위한 저가격화, 소형화에 집중되어 있다. 라이다는 카메라나 레이더보다 정밀한 위치 정보를 획득할 수 있어 성능 측면에서 뛰어나지만 그만큼 가격도 비쌌다. 일례로 2007년 벨로다인(Velodyne)이 개발한 라이다 1대 가격이 8,000만 원이었으니, 이를 자동차에 적용할 엄두를 낼 수 없었던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벨로다인의 라이다 1대 가격은 현재 약 900달러까지 하락했으며, 경쟁사들이 속속 저가형 라이다를 개발하는 추세여서 2018년부터는 250~300달러대의 라이다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소형화 이슈에서 핵심은 회전형 라이다에서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모터 구동부를 어떻게 하면 없애거나 줄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회전형 라이다의 경우 다량의 광원 수를 통해 한 대의 라이다만으로 360도 범위를 세밀하게 탐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피나 가격 측면에서 상업성이 떨어졌다. 특히 부피에서 가장 큰 부담이 되는 모터 구동부는 문제해결의 집중적인 타깃이 됐다.

구글이 벨로다인으로부터 구매한 64개의 광원, 즉 레이저빔이 회전하는 라이다는 대당 7만 3,000달러(약 8,113만 9,500원)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라이다 제조사들은 광원 수를 줄이고 센서와 프로세서를 단일 칩으로 집적화하며, 모터 구동부를 없애는 등 회전형에서 고정형(Solid State) 라이다로의 변화를 모색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벨로다인의 강력한 경쟁사로 떠오른 쿼너지 시스템즈(Quanergy Systems)다. 쿼너지는 최초로 고정형 라이다를 개발한 기업으로, 4개의 라이다로 360도 범위를 감지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S3 라이다는 약 250달러에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이스라엘의 벤처기업인 이노비즈 테크놀로지스(Innoviz Technologies)도 고정형 라이다 가격을 2018년까지 100달러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하면서 가격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정형 라이다, 어디까지 개발 됐나?

물론 저렴한 라이다에 대해 장애물 탐지 거리 등 성능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들도 많이 있지만, 이는 향후 기술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비전 전문기업인 에이아이(AEye)가 300m 거리를 360도 범위 탐지가 가능한 고정형 라이다의 대도시 데모를 완료했다는 소식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또한 파나소닉(Panasonic)은 최대 수직 60도, 수평 270도의 광각 스캔이 가능한 3D 라이다 기술을 개발했다. 파나소닉 측은 강한 햇빛에서도 정확한 감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자동차 테스트 시에 발생했던 사고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기능에 해당할 것이다. 파나소닉의 3D 라이다 기술은 한여름 땡볕에 상응하는 10만 럭스(lux)의 광도에서도 높은 정확도로 작동할 수 있다. 

라이다를 대체할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오릭스 비전(Oryx Vision)은 최근 5,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써드 포인트 벤처스(Third Point Ventures), WRV, 유니온 테크 벤처스(Union Tech Ventures)가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로는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Bessemer Venture Partners), 매니브 모빌리티(Maniv Mobility), 트럭 VC 등이 있다. 오릭스 비전의 가치는 기존과는 달리 나노 안테나를 사용해 단순하고 견고한 저비용의 라이다 센서를 구현해냈다는 데 있다.

전통적인 라이다가 광전 센서로 빛을 감지한다면, 오릭스 비전의 라이다 센서는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미세한 안테나로 빛의 파장을 감지한다. 오릭스 비전의 CEO인 라니 웰링스타인(Rani Wellingstein)은 “미세한 안테나는 감도와 범위(150m)를 향상시켰으며, 시야의 모든 지점에서 속도 및 범위 데이터를 생성하게 된다. 이 안테나는 안개 속에서도 감지가 가능하며, 밝은 빛에 의해 감지 기능이 떨어지지 않는 10 마이크론(micron) 파장에서 작동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이 출시되면 자동차 회사는 비용, 가용성, 내구성과 같은 상용화를 위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가장 적합한 센서의 조합을 찾는 것은 최적의 상용화 조건을 찾거나 만들어낼 때까지 멈추지 않게 된다. 자율주행 시대는 인간이 운전하는 시대보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더욱 뛰어난 안전성, 편의성을 보장한다는 확신이 설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자율주행 시대까지는 아직 머나먼 길을 주행해야 하지만, 센싱 기술은 늘 빠른 속도로 개발되어 왔고 폭넓게 활용되어 온 만큼 자율주행 자동차의 개발을 촉진하는 역할을 지속해서 해나갈 것이다.

 

벨로다인의 고정형 라이다 센서인 Velarray의 측정 범위
(출처: 벨로다인)

 

오스람(Osram)이 투자한 고정형 라이다 전문기업 레다테크(LeddarTech)의 라이다 센싱 범위
(출처: 오스람)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