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숭실대학교
사진제공: 숭실대학교

문재인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스타트업 집중 육성 등을 통한 ‘제2벤처 붐’ 확산이다. 세계적 벤처 강국으로 재도약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벤처 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대학가도 예외는 아니다. 대기업, 공무원 등 취업은 한계점이 분명한 데다 평생 직장이 아닌, 평생 직업을 가져야 하는 시대와 맞물려 상당수 대학들이 ‘창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스타트업4>는 창업 분야에서 깊은 전통의 바탕 위에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벤처 창업으로 비상을 꿈꾸는 숭실대학교(이하 숭실대)의 ‘창업’을 시리즈로 집중 분석한다.

 

#장면 하나

2017년 11월 2일,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한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가 숭실대에서 열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열린, 아주 중요한 회의였다. 대학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가 열린 것도 처음이었다. 김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혁신창업을 통해 제2벤처 붐을 조성하겠다”며 “모든 자본을 확충해서 청년뿐 아니라 다양한 인재들이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도록 하고, 창업 후 실패한 경험까지도 우리 사회의 자산으로 축적되도록 실패한 분들의 재기를 돕고, 투자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장면 둘

2019년 5월 20일, 이준호 NHN 회장 겸 이사회 의장이 숭실대 벤처중소기업센터 벤처스튜디오에서 학생 창업을 위한 멘토로 나서서 약 1시간 30분 동안 열띤 강의를 이어갔다. 이 회장은 “요식업계에서 백종원을 거치면 다 대박이 난다”며 “오늘 나도 IT 업계의 백종원이 돼서 조언을 해주겠다”고 말한 뒤 실제로 일대일 질의응답 방식으로 세심하게 강의를 진행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와 같은 중요한 회의를 왜 숭실대에서 했느냐다. 황준성 숭실대 총장은 이에 대해 “청년 취·창업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창업이 체계적으로 활성화된 대학을 조사하다가 숭실대로 낙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숭실대는 1995년 국내 최초로 벤처·중소기업학과를 신설해 창업친화적인 학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창업이 전통적으로 강한 대학”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숭실대 IT대학 컴퓨터학부 부교수로 재직했던 이 회장 역시 교수로 재직할 때 묵묵하게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숭실대 학생들이 인상 깊어 창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강의를 시작했다. 올해 초 숭실대 석좌교수로 초빙된 이 회장은 앞으로도 창업요람 대학인 숭실대 학생과 교원을 위한 창업 강연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창업 관련, 교육부 등 정부사업 선정 ‘수두룩’
실제로 숭실대는 청년창업 활성화 대표대학으로 꼽힌다. 1983년 중소기업대학원 개설, 1995년 벤처중소기업학과 개설 등 이 분야의 선두주자 격인 숭실대는 2017년 창업교육, 창업활성화 및 창업사업지원 등의 우수한 성과를 바탕으로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창업선도대학육성사업 ‘최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2018년에는 창업교육 및 창업문화 활성화 부문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아 명실상부한 창업지원 최우수대학임을 입증했다. 또 같은 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주관의 실험실 특화형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됐다, 실험식 특화형 창업선도대학은 논문이나 특허 형태로 보유 중인 혁신 기술을 활용한 창업을 장려한다. 숭실대 역시 이를 기반으로 교원업적평가에 창업실적 반영 점수를 SCI 논문 게재 수준인 최대 200점으로 상향하고, 대학원생이 창업 활동으로 졸업 논문을 대체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이밖에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 2차 연도 성과평가 최우수 등급 등 최근 10년간 창업 관련 정부 사업에 수없이 선정되는 한편, 학교 자체적으로 창업규정 및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17년 기준, 숭실대는 창업아이템사업화 지원으로 341명 일자리 창출, 230억 원 매출, 창업 교육생 1,908명 배출, 창업 동아리 32개 발굴을 기록했다. 이는 전국 대학 최초 최단기간 최우수 등급 달성으로 경이적인 성적으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 산학협력 모델이자 창업 주춧돌 ‘기계창’ 
이처럼 숭실대가 벤처 창업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평양 숭실대 기계창의 전통이 유유히 그대로 이어졌다는 게 학교 쪽의 설명이다. 1897년 신앙과 지식이 조화된 ‘실용적’ 인재양성을 목표로 평양 땅에 숭실대를 세운 베어드 박사는 출범 초기의 입학생 대부분이 성적은 우수하나 경제 형편이 어려운 사정을 알고 당시 미국에서 널리 행해지던 산학협력 모델인 ‘학생자조기관’을 도입했다. 학생들이 근로 활동에 참여하며 등록금과 기숙사 비용을 마련할 뿐 아니라 졸업 후 자립과 직업선택에 유용한 기술 교육도 받을 수 있게 했다. 
처음엔 건축노동 등 단순한 일만 하다 점차 일거리가 다양해졌고, 특히 1902년 미국인 목재상 사무엘 데이비스가 후원한 학생자조사업 발전기금 5,000달러로 교내에 110평 규모의 ‘T’자형 공장을 짓고, 이를 ‘기계창(機械廠, The Anna Davis Industrial Shop)’으로 명명했다. 우리나라 대학의 산학협력 모델이자 창업의 주춧돌로 평가받는 기계창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1907년 미국 병기 제조창의 전문경영인 맥머트리 장로가 기계창을 맡아 독립채산제로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목공, 철공, 주물, 유리공 등 기술 교육 종류와 사업 규모가 대폭 늘어났다. 기업과 학교 간 협업의 기틀이 본격적으로 마련됐음은 물론이다. 연간 약 100여 명의 학생이 기계창 작업으로 학비를 마련할 수 있었고, 여기서 익힌 기술능력으로 이후 우리나라 산업계에 큰 발자취를 남기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방직업계를 상징하는 일신방직의 설립자이자 숭실대의 2~4대 이사장, 9대 총장을 지낸 김형남 박사가 바로 이곳 기계창 출신이다.

기계창 전경. (사진제공: 숭실대학교)
기계창 전경. (사진제공: 숭실대학교)

새로운 가치에 기반을 둔 학교 자체 프로그램 ‘봇물’ 
기계창의 이러한 혁신성은 현재에도 캠퍼스 구석구석으로 스며들고 있다. 현재 숭실대에서는 창업지원단을 중심으로 단계별 스타트업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숭실대의 비전을 반영한 ‘스타트업 펌프 벤처 스튜디오’를 개관해 학생들이 마음껏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벤처중소기업센터 207호에 문을 연 이곳은 재학생이 사업 아이템을 기획하고 창업을 하기까지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명실상부한 창의공간이다. 348.34㎡(105평) 규모에 멘토링 룸, 프로젝트 룸, 코워킹 스페이스, 테라스 공간 등으로 구성했다. 멘토링 룸은 국내 최초로 창업지원형 산학협력 중점 교원이 상주하며 학생과 기업 대상 원스톱 상담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창업선도대학인 숭실대는 SSU 창업 생태계 로드맵 시나리오를 구축하고 창업 교양 수업, 경진대회, 아이템 사업화, 스타트업 인턴십, 청년 창업가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숭실대 창업지원단은 ▲창업을 배우다(창업 교과목, 창업 장학금, 창업 휴학제, 대학원생 창업 활동 논문 대체 인증제, 융합 창업 연계전공 창업 대체 학점, 창업 인증제, 7+1 스타트업 챌린지 학기) ▲창업이 재미있다(창업 페스티벌, SD 밸리 통합지원 프로그램, 꿈나무 창의력 개발 캠프, 남부권역 창업 기업 역량 강화 캠프, 스타트업 채용 박람회, 청년 창업 인턴십, 글로벌 창업 올인원 프로그램 등) ▲창업으로 날아오르다(하이테크 사업화 지원, 창업 아이템 사업화 지원, SNS 마케팅 지원,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등) ▲창업으로 강해진다(벤처중소기업센터 입주 지원, G밸리 Post-BI 지원, 크라우드 펀딩 지원)로 나눠 단계별로 지원하고 있다.
1단계에서는 창의 융합 교육과 아이디어 개발을 진행하고, 2단계에서 창업 동아리를 발굴해 육성, 3단계에서는 우수 기업 성장을 지원하고 4단계에서는 스타 기업 보육이 이어진다. 특히 숭실대는 4단계까지 진행한 후에도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최대 5년까지 지원한다. 창업자가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기간이 초창기 3년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창업역량 키우기 위해 올 2학기부터 창업 교과목 개설
숭실대는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창업 관련 교과목을 개설할 예정이다. 신입생 전원은 올 2학기부터 창업 강의를 필수적으로 들어야 한다. 또한 올 하반기에는 '기업가정신과 행동' 필수 교양 강의를 개설한다. 물론 이러한 교과목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창업 역량을 기르는 동시에 창인 마인드를 확산시키기 위한 일환이다.
최자영 숭실대 창업지원단장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융합돼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일자리 또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창업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가정신과 행동’ 수강생은 다른 전공을 가진 학생과 한 팀을 이뤄 사업 아이템을 발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게 된다. 효율적 성과를 내기 위해 벤처 운영 경험이 있는 숭실대 졸업생이 멘토 역할을 담당한다. 숭실대는 학기 말 사업 아이디어 경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신규 강의를 위해 기업가정신을 연구한 신임 교수도 채용했다. 최 단장은 “학생이 창업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으며, 나아가 마케팅·홍보 등 세부 업무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동시에 학부 때부터 시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숭실대의 롤 모델은 창업의 대명사 뱁슨칼리지
숭실대는 창업기업을 대거 육성하는 대학으로 유명한 미국의 뱁슨칼리지(Babson College)를 롤 모델로 삼고 벤치마킹하고 있다. 뱁슨칼리지의 최근 졸업생 창업비율은 17%이며, 창업지속비율은 54%, 기업가 출신 교수 비율은 무려 100%다. 이 대학의 학부 모든 전공 과정은 기본적으로 기업가정신 원칙을 반영하여 커리큘럼을 설계했다. 황 총장은 “샤오미, 알리바바, 우버, 에어비앤비 등 전 세계적으로 10년 미만의 창업 기업들이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며 대기업 중심으로 움직이는 한국 경제에 아쉬움을 드러낸 뒤 “숭실대는 이미 창업에 대한 가시적 성과와 계획이 확실한 만큼 뱁슨칼리지를 모델로 삼아 체계적으로 교육을 시켜 내로라하는 벤처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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