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녹원 딥엑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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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스타트업투데이

구글, 페이스북, 애플도 지금에야 누구나 아는 세계적인 기업이 됐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스타트업에서 시작됐다는 걸 알 수 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기술이 전 세계에 커다란 파급력을 가져다주리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거다. AI 저전력 하드웨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김녹원 딥엑스 대표가 그 뒤를 이어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김 대표의 사연에 집중해보자.

 

딥러닝 하드웨어 프로세서 개발의 시작

김녹원 대표는 한국에서 병역특례로 전자부품연구원(KETI)에서 전임 연구원을 지냈다. 2007년 미국 유학을 떠나 UCLA 대학에서 박사 과정 중, 2010년 들어가게 된 IBM 왓슨 연구소에서 딥러닝 하드웨어 프로세서 개발에 처음 도전한다. 이 연구 결과를 IBM 왓슨 연구소 연구원들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국제 컴퓨터학회인 ACM에 등재하게 된다. IBM 왓슨 연구소는 컴퓨터 기기 생산•판매, 컨설팅 제공 기업인 IBM 내 연구 영역을 총괄하는 연구 센터다. 

첫 번째 논문에서는 딥러닝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딥러닝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2011년 박사학위를 마친 그는 네트워킹 장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기업인 ‘시스코 시스템즈’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라우터 칩셋을 개발하던 중 애플과 구글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고민 끝에 컴퓨터 하드웨어 세계 최고 회사인 애플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애플에서는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를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그는 아이폰 X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개발의 8개 부분 중 한 부분을 메인으로 맡기도 했다. 그는 인공신경망 분야 세계 최고의 권위 있는 저널지에서 또 다른 논문인 ‘Deep Learning Accelerator’를 발표했다. 

김 대표는 “Deep Learning Accelerator 논문은 단독 저자로 과거 김 대표와 IBM 연구원들이 진행했던 하드웨어 프로세스에 다른 알고리즘을 적용했다”며 “이 논문이 딥엑스의 시드 특허가 됐다”라고 전했다. 

 

6년 간의 실리콘밸리 경험, 창업으로 이어져

그는 2011년부터 6년 동안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회사들이 AI에 주목하기 시작한 시기에 달라지는 변화를 몸소 느꼈다. 애플은 강력해진 AI 프로세스로 아이폰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에 김 대표는 “‘지금은 애플과 같은 대기업이 갈 수 없는 시장,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아주 큰 시장이 앞으로 반드시 온다’라고 판단했다”며 “중요한 건 공학자로서 IT가 또다시 세상을 변화시킬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며, 여기에 주역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창업의 시작”이라고 창업 배경을 밝혔다. 

지난해 2월 딥엑스 법인이 만들어지고 같은 해 9월 회사가 실질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물론 실제로는 지금으로부터 약 1년 반 전부터 새로운 기술을 연구 개발해온 김 대표. 최근 새로운 기술을 제품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그는 애플 리더 수석 엔지니어로서의 미래가 약속된 자리를 내려놓고 작은 회사를 설립했다.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와 판로가 있어 금전적 성공을 바라며 시작한 것보다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세상을 여는 데 이바지하겠다는 것이다.

 

딥엑스 AI 프로세서 핵심 기술 ‘저전력’ 

딥엑스의 솔루션은 딥러닝 전문의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로, 100배 이상의 전력 효율성을 자랑하며, 가격은 1/10 이하라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딥엑스는 딥러닝 기반의 객체 인식 프로세서를 통해 100배의 전력 효율성을 제공함은 물론, 이미지 품질 개선 기술 및 객체 인식 방면에서 더 안정적이고 높은 정확도를 지닌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한다. 또한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향상 프로세서로 이미지 품질을 극적으로 개선하고, 딥러닝 모델 최적화를 통해 저전력 인공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미 세계에는 여러 AI 프로세스 개발 기업들이 존재한다. 다만, 대부분의 기업은 ‘서버향’에 중심을 두고 있다. 최근 IoT, 엣지, 임베디드 시장으로 선회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지만, 딥엑스는 설립 자체부터 그 시장을 목표로 설립됐다. 그러다 보니 딥엑스의 AI 프로세서 기술의 핵심은 ‘저전력’이다. 즉, 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처리해서 전력을 덜 쓸지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고민했다. 그간 딥엑스는 새로 만든 기술들의 타당성을 실제 연구 개발을 통해 검증해왔으며, 이를 특허화 했고, 실제 응용 시스템으로 실현하려는 시점에 있다. 김 대표는 12년간 컴퓨터 하드웨어 시스템을 구현하면서 산업계에서 종사했다. 특히, 저전력 컴퓨터 하드웨어 시스템을 기술의 선두주자라고 볼 수 있는 애플에서 전 세계적인 물동량을 가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설계 경험이 있고, 전 세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고성능 네트워크 라우터의 칩셋을 설계한 경험이 있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최첨단 핵심 기술에 도전하는 기업이 적은 가운데 딥엑스는 기술집약적 분야에 목표를 두고 있다”며 “이 도전이 성공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기술집약적 분야 벤처기업들이 점차 많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스타트업 도전, 누구도 가지지 못하는 큰 가치

새로운 기술에 도전할 때 시작은 생각보다 소박할 수 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스티브 워즈니악.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래리 페이지 등 누구나 예외 없이 그렇게 시작했다. 세계적인 기업에서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들어간 제품을 만들다, 갑자기 10명 남짓한 사람들과 제품을 만드는 데는 분명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거기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컴퓨터 하드웨어·반도체 분야에서 적정한 인프라가 갖춰진 한국의 경우, 많은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스타트업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바라봤다.

스타트업을 세워 성장시키는 과정을 배우고 경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스타트업을 살펴보면 좋은 인재를 영입하려고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특히 AI 분야에 있는 많은 창업자뿐 아니라 현재 대기업들도 ‘좋은 인재가 없다’라고 같이 느끼고 있는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처음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한 가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성공 후에 얻게 될 금전적 가치보다 앞으로 하게 될 경험”이라며 “이러한 경험은 누구도 쉽게 갖지 못하며 굉장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다가오는 리스크를 성장을 위한 연습과정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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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초기 스타트업에 큰 도움

지난해 회사를 막 설립한 무렵 김 대표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해 알게 되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사무실 제공, 스타트업의 법률 및 지적재산권에 대한 자문, 투자자 소개, 지원금 지급 등의 초기 스타트업에 필요한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입주기업이 되었다. 지난해 입주한 이후, 좋은 환경에서 딥엑스는 많은 변화와 성장을 거듭해 나갔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굉장히 좋은 스타트업 환경을 가지고 있고, 최근 AI 분야는 중국이 공격적으로 좋은 스타트업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공감했다. 그러나 이 둘을 제외하면 우리나라도 창업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정부가 나서서 꾸준히 스타트업에 투자를 장려하며,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사실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내가 처한 환경에서 좋은 면모를 인지하고 새로운 기회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좋은 투자처와 매력적인 근무처가 되기 위해 고민하고 있으며 이런 고민이 미래에 더 좋은 방법과 지혜를 발휘하게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이점 앞당기는 기술 제공하는 회사로 거듭날 것

현재 딥엑스는 큰 딥러닝 어젠다를 생각하고 있다. IoT를 예로 들면 블루투스와 휴대폰 간 연결 등이 가능해졌다. 앞으로는 자동차들조차도 네트워킹화 되어 IoT화 될 것이다. 한 마디로, 대부분의 사물이 IoT화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김 대표는 IoT가 진정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AI가 먼저 성공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네트워킹화가 됐더라도 능동적이지 않고 수동적인 존재라면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네트워크화 된 디바이스 안에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지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러한 디바이스들을 가질 때 더욱 높은 수준의 지능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며, 이러한 서비스를 실현하려면 임베디드 디바이스에 AI가 필수적이다. 

80년대, 90년대는 하드웨어 시대였다. 그러나 2000년 중반 이후 하드웨어가 플랫폼화되기 시작하면서 시들어졌다. 김 대표는 다시 컴퓨터 하드웨어 분야가 살아날 계기로 ‘IoT(AI) 하드웨어’를 꼽았다. 하드웨어가 없으면 소프트웨어를 실행할 수가 없다. 전 세계는 이런 현실 속에서 ‘IoT를 위한 AI’에 이제 막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러한 방향이 곧 큰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2017년 특이점(기계가 인간 지능을 넘는 순간)이 30년 안에 온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대표는 이런 시기를 5년, 10년 더 앞당길 수 있는 기술, 앞으로 20년 사이 시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공급할 수 있는 AI 하드웨어 솔루션 회사로 ‘딥엑스’를 성장시킨다는 목표가 있다.

김 대표는 “현재는 단기적으로 1~2년 내 결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메가 트렌드에서 딥엑스는 앞으로 다양한 기회가 오게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특이점을 앞당길 수 있는 기술을 만들고 싶다”라고 전했다.

 

엣지 디바이스를 위한 AI 저전력 프로세서 구현 목표

딥엑스는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지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에서의 적합한 기회를 모색 중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한계를 정해두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기여할 수 있는 현시점을 최대한 이용해 성장해가는 것을 꿈꾼다. 

딥엑스는 AI 기반 IoT 디바이스가 인간 개체 수를 넘어갈 때 인류 사회가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진화된 사회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 꿈꾸고 있다. 딥엑스는 아직 도래하지 못한 미래이지만 이를 역사의 한 부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오지 않은 미래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렵다. 그래서 벤처캐피탈과와의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딥엑스다. 

벤처기업이 원활한 투자를 받는 방법에 대해 김 대표는 “투자를 받을 만한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이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에 더하여 방향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투자자를 만나는 게 더욱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딥엑스는 올해 원천기술 입증에 이어 이를 제품으로 실현해 내기 위해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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