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학 와이어반컬쳐 대표

[스타트업투데이] 음악이 넘치는 도시, 멜로디가 흐르는 거리, 흥겨운 춤과 환호성이 가득한 도시의 매력은 무척 환상적이다. 예부터 오락과 가무를 즐겨온 우리야말로 흥이 넘쳐나는 도시의 주인공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국민답게 국내 여러 곳에서 시대를 풍미한 아티스트를 주제로 한 콘텐츠들이 생겨나고 있다. 세월을 넘어 영원히 지역과 음악 팬들과 함께 하고 싶은 발로이자 도시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음악선율이 흐르는 이 곳. 여기는 음악 도시다!

 

해외의 유명 음악 도시(거리)
전설적인 팝스타와 뮤지션들을 관광콘텐츠로 개발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낸 도시들이 많이 있다.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미국 멤피스, 영국이 낳은 세기의 팝그룹. 비틀즈의 고향 리버풀, 스웨덴 스톡홀름은 혼성듀오 아바(ABBA)를, 재즈와 컨츄리의 본 고장인 미국 뉴올리언스, 내슈빌은 대표적인 음악 도시이다. 

영국 런던 에비로드는 일명 비틀즈의 거리이다. 비틀즈의 앨범을 녹음한 에비로드 스튜디오와 함께 소박한 4차선 횡단골목은 그들이 남긴 사진 한 컷으로 유명해졌다. 네 명의 아티스트가 줄지어 일렬로 도로를 건너는 장면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수많은 관광객이 한 컷 패러디 사진 연출을 위해 줄을 잇고 지역 교통경찰과 오가는 모든 자동차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배려하고 기다려준다. 

비틀즈가 태동한 본 고장은 쇠퇴하던 항구도시 리버풀이다. 라이브클럽이 밀집한 리버풀 매튜스트리트의 허름한 펍(PUP). 케번클럽에서 20세기 최고의 팝그룹 비틀즈가 탄생했고 이제 리버풀은 누가 뭐래도 비틀즈의 도시, 한해 1,500만 명의 세계 음악 팬들이 찾는 관광도시로 거듭났다.

비틀즈 박물관인 ‘비틀즈스토리’는 다양한 비틀즈의 콘텐츠로 채워져 있고 리버풀시(市) 당국은 종합적 지원을 위해 ‘비틀즈컬쳐컴퍼니’를 설립, 오늘날의 문화도시 리버풀을 창조해냈다. 공업도시가 문화콘텐츠 도시로 완벽히 재탄생한 것이다. 

영국인들은 흔히 “비틀즈의 멤버 존(레논)은 비틀즈의 영혼이었고, 조지(해리슨)은 정신, 폴(메카트니)는 심장, 링고(스타)는 비틀즈의 드러머였다….”고 한다. 

영원한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은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다. 멤비스 다운타운 빌스트리트에서 ‘프레슬리 거리’를 따라 내려가면 그가 20여 년간 거주했던 자택이 박물관 ‘그레이스랜드’로 거듭났고 한해 100여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명소가 됐다. 그의 앨범, 의상 소품과 함께 생전에 그가 탔던 모터사이클, 자동차, 자가용 비행기가 전시돼 있다.

엘비스의 동상 앞엔 기념 촬영을 위한 관광객이 연일 줄을 서 있고 인근 거리 모든 상점마다 구석구석 스피커를 통해 주옥같은 엘비스의 히트곡이 흘러나온다. 1977년 42세의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미국인의 가슴속에 영원히 추억으로 남아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쟝르는 아니지만 미국 테네시주(州) 네슈빌은 컨츄리 음악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유럽계 이민자들이 아메리카대륙에 넘어와 그들의 정서와 혼을 담은 전통이 이어져 오늘날의 음악 쟝르로 발전했다. 네슈빌은 365일 컨츄리 음악이 끊이지 않고 한 해 동안 130여 개의 다양한 음악축제가 펼쳐진다. 

네슈빌이 백인계 미국의 음악 도시라면 남부 뉴올리언스는 이와 반대로 흑인의 음악. 째자(JAZZ)의 고향이다. 버번스트리트는 라이브 재즈카페가 즐비한데 해마다 이 거리를 찾는 이들이 어마어마하고 매년 열리는 재즈축제에는 전 세계들이 찾는 관광명소이자 미국 흑인의 소울(soul)이 녹아있는 역사적인 음악 도시로 발전했다..

아바(ABBA)의 나라 스웨덴 스톡홀름도 빼놓을 수 없는 음악 도시이다. 스톡홀름 유르고르덴 지역에 자리 잡은 아바박물관은 2013년 개관했는데 크고 작은 33개 전시공간을 마련해 관람객을 맞이한다. 관객은 마치 5번째 아바의 멤버가 된 것처럼 노래도 부르고 사진도 찍으며 인터렉티브한 콘텐츠에 매료된다.

스톡홀름 곳곳에 베어있는 아바의 에피소드와 흔적이 담긴 명소를 직접 체험하는 2시간 코스의 도보 투어와 보트관광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아름다운 운하도시 스톡홀름을 더 없이 매력적으로 만든 힘은 세계적으로 여전히 사랑받는 아바의 음악이다.

 

대한민국 대표 음악(예술)인의 거리, 홍합거리

홍합(홍대+합정)거리는 대표적인 클럽거리, 젊은 음악(예술)인의 거리로 불린다. 지난 20여 년간 국내 뮤직클럽과 인디밴드 문화를 주도하며 이끌어왔다. 홍대지역이 외국인이 손꼽는 대한민국 최고의 핫플레이스가 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 음악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고 쟝르의 다양성, 뮤지션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담아낸 커다란 용광로 역할을 했다. 

홍합거리는 뮤직클럽과 인디문화의 발원지이자 현재까지로 봐선 거의 종착역으로 보인다. 잘나가던 한창 시절(2000년대 중반?)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홍대 클럽들이 협력하여 이른바 ‘클럽데이’란 문화가 생겨나 통신, 카드 등 국내 유명 브랜드들의 마케팅 전쟁터가 되기도 했다. 이후 일부 젊은 층의 과도한 향락, 퇴폐문화란 오명을 쓰고 방문객이 급감, 대형 클럽 몇 곳이 폐업하는 등 한때 주춤하기도 했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듯 다시 우뚝 섰다. 

홍대입구역이 공항 전철선과 경의선의 환승역으로 확장, 개통되고 외국인 전용 비즈니스 관광호텔이 줄지어 들어서며 이곳은 현재 외국관광객이 물밑 듯이 몰려오고 있다. 매주 주말이면 홍대 문화의 거리에 젊은 뮤지션과 댄스그룹들의 흥겨운 버스킹공연이 방문객의 눈길을 끈다. 

홍합거리는 이제 다채로운 문화예술의 거리로 거듭나고 있다. 뮤직, 패션, 푸드, 글로벌 커뮤니티가 어우러진 국제적 감각의 젊고 핫(hot)한 거리로 발전하고 있다. 다만 음악 도시의 매력이 점점 더 빛을 발하고  다른 대도시 번화가가 그렇듯 상업.쇼핑거리로 변해가는 느낌이 아쉽기는 하다. 보다 강력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젊고 활기찬 뮤지션들이 더욱 분발하여 이 거리를 음악의 힘으로 채웠으면 한다.

 

한국의 전설(뮤지션)을 담아낸 대구근대골목 ‘김광석 거리’&성남 분당 ‘신해철 거리’

김광석 테마거리로 유명한 대구 중구 근대골목은 낙후된 시장과 골목을 재생하여 만든 성공사례로 꼽힌다. 방천둑 옹벽만 있는 볼품없이 죽어가는 시장을 살리기 위해 상인과 지역 예술가들이 나섰고 대구 중구청도 적극 지원했다. 2010년부터 문화예술을 접목시켜 야외 공연장도 만들고 옹벽길엔 김광석을 테마로 한 벽화가 그려지고 한켠에는 골목 방송 스튜디오가 꾸며졌다. 음악을 테마로 한 거리답게 골목골목에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음향시설이 갖춰졌다. 

김광석 거리(길)는 생전의 그가 다시 부활해 온 듯, 순식간에 관광객들이 물밀 듯 몰려들었다. 실내 공연장도 생기고 김광석을 빼다 박은 듯한 모창 가수 ‘채환’을 지역 명물 가수로 데뷔시키기도 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 김광석의 애잔한 인생스토리와 그의 수많은 히트곡과 결합되어 엄청난 관광 콘텐츠가 되었다. 주말마다 관광객들로 붐비고 이젠 시장 상권까지 넓어져 각종 카페, 액세서리, 소품 가게 등이 즐비하게 들어서 활력 있는 지역으로 바뀌었다. 

성남 분당에는 대학가요제 출신 마왕이라 불리우는 뮤지션 ‘신해철거리’가 있다. 그를 추모하는 팬들과 성남시의 지원으로 2018년 초에 준공한 이 거리에는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는데 신해철 음악작업실, 추모가벽, 음표가벽, 동상이 세워져 있다. 분기별로 팬들이 모여 작은 행사도 열고 매년 음악축제도 개최될 예정이다. 

이렇다 할 문화콘텐츠가 부족한 성남시에 모처럼 새로운 문화아이템이 들어섰지만 지역주민과 관광객의 관심은 아직 부족한 듯싶다. 평범한 기존 상가거리에 인위적으로 꾸며진 듯 전설의 뮤지션. 신해철의 흔적과 교감이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하다. 이제 시작인 만큼 ‘영원히 꺼지지 않는 마왕’답게 이 거리도 세월의 나이를 겪어가면서 성장하리라고 본다. 

김광석 거리, 신해철 거리에 자극을 받아 다른 여러 지역에도 음악을 테마로 한 마을, 거리가 조성될 계획이다. 

 

광주 북구 ‘김정호 거리’&안동 ‘유재하 거리’&파주 ‘이등병 마을 편지길’

광주시 북구는 70~80년대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 한국 포크송의 천재 가객이라 불린 김정호를 추억하기 위해 ‘김정호 거리’를 2020년까지 추진 중이다. ‘이름모를소녀’, ‘하얀나비’등 그가 남긴 명곡 50여 편이 아직도 팬들의 뇌리에 생생하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북동 수창초등학교와 인근 생가터에서 이르는 1.3km의 특화거리를 조성 중인데 이미 ‘김정호 동산’, 기타를 들고 있는 생전모습의 동상, ‘하얀나비’ 악보조형물이 배치됐고 음악다방, ‘김정호 추억의 길’을 내고 개장에 맞춰 ‘김정호 추모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 근대골목의 ‘김광석 거리’가 성공적인 평가를 받자 이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안동시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비운의 가수 ‘유재하 거리’조성을 추진 중에 있다. 안동 하회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1987년 솔로 앨범을 내고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한번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첫 앨범은 유작이 되고 말았다.

그의 생가도 하회마을에 보존되어 있고 월영교~법흥교, 호반나들이길과 연계한 ‘유재하 음악 거리’는 안동의 새로운 문화특구지역으로 발전이 기대된다. 그의 대표곡 ‘사랑하기 떄문에’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정도이니 이 거리의 조성이 완료되면 많은 팬들이 그를 추억하기 위해 안동시를 방문할 것이다.

파주시가 추진 중인 ‘이등병 마을 편지길’도 관심거리이다. 미군부대가 떠나 쇠락하는 신산리 일원의 ‘빈집’을 활용하여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도시재생사업의 유형이다. 故 김광석이 부른 ‘이등병의 편지’ 작사작곡가인 김현성이 이 지역 출신임을 감안한 아이디어로 시작해 이미 21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앞으로 김현성 스토리하우스, 이등병 우체국, 이발소, 라이브카페, 야외공연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다만 대구 김광석거리와 음악콘텐츠가 겹치는 부분이 있어 향후 어떤 결과를 낳을지 기대된다.

음악 도시의 매력과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문화콘텐츠의 힘은 곧 도시경쟁력의 원천이다. 바라건대 ‘차별화’없는 따라 하기식이 아닌 지역의 특색과 아티스트의 스토리를 잘 접목시켜 추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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