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스타트업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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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공동화 현상(空洞化 現象)’이 갖는 의미는 공포에 가깝다. 큰 변화를 앞두면 누구나 두려울 수밖에 없다. 경북산업 아니, 우리나라 제조업의 선두주자였던 구미에서 들리는 ‘산업 공동화 현상’은 우려가 아닌 현실이 돼 신문지상에 등장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어디에나 흥망성쇠는 있다. 승승장구하던 구미시는 위축되기도 했었지만, 현재는 제조업 기반을 바탕으로 재도약의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 바로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다.

경북혁신센터를 이끄는 김진한 센터장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스마트팩토리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며 대기업 근무 30년 노하우를 아낌없이 쏟고 있다. <스타트업투데이>는 김 센터장을 만나 경북산업 재도약의 해법을 물었다.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특징은?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경북혁신센터)의 특징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경북산업의 특징을 짚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경북지역 GRDP(지역 내 총생산)의 50%는 제조업에서 발생한다. 특히, 구미시는 국가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1980년대에는 섬유·전자산업으로, 2000년대에는 삼성과 LG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IT 모바일 산업으로 크게 성장했다. 

이에 따라 경북지역은 제조업 기반이 어느 지역보다 우수하다. 주력 산업 분야도 전자·IT 모바일 분야로 4차 산업혁명의 융합 기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산업의 현황을 고려해 경북혁신센터는 하드웨어 스타트업 육성과 스마트팩토리 보급에 힘써왔다. 그 결과 창업기업 중 제조업 비중이 60%를 나타내고 있고, 스마트팩토리 부문에서는 2018년 말까지 총 588개(누계)의 과제가 완료돼 기업 평균 생산성 67.8% 증가, 불량률 54.5% 감소, 비용개선 376억 원의 효과를 창출했다. 

 

경북혁신센터의 대표적 사업은 무엇인가? 

지난 8월 개최됐던 스타트업-중소기업 밋업데이(2019 Together! Startup-SME MeetUp Day)다. 이 사업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협업 매칭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 사업으로 중소기업은 젊고 활기찬 스타트업이 가지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접목해 신규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 수 있었다. 스타트업은 중소기업이 가진 뛰어난 생산기술 및 설비 노하우를 활용해 조기에 사업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경북혁신센터는 밋업데이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다. 호응도 또한 높은 편이어서 앞으로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구미시 호텔금오산에서 있었던 2019년 대회에서는 스타트업 19개와 중소기업 7개사가 참여했다. 작년에는 2개 스타트업이 중소기업과의 협업으로 실제 제품 양산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내부. (출처: 스타트업투데이)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내부. (출처: 스타트업투데이)

침체된 지역산업의 재도약, 하드웨어 스타트업 육성과 스마트팩토리가 해법 

구미시의 산업공동화 현상 등 지역경제 우려에 대한 경북혁신센터의 해법은 무엇인가?

그간 지역의 산업구조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1~3차의 단계적인 협력업체 체계로 정착돼 대기업과 함께 호황을 누려왔다. 하지만 대기업의 생산기지 이전으로 협력업체 또한 동반 이전하며 지역을 떠나게 되거나, 지역에 잔존한 협력업체는 대기업의 일감이 떨어지면서 지역경제가 급속히 침체되고 있다. 

잔존한 지역 업체들은 매우 우수한 전문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기업에 의존해 제조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해 왔기에 독자적으로 신규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할 원동력이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구미지역 내 3,100여 개 기업 중 R&D 기능을 보유한 곳은 고작 500여 개에 불과한 사실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경북혁신센터가 추진하고 있는 해법이 하드웨어 스타트업 육성과 스마트팩토리다. 

 

훌륭한 제조기반 활용, 특화된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경북혁신센터가 말하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전통적 제조업에 ICT 기술을 접목한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하드웨어를 추구한다.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좋은 제조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우수한 전문기업이 많다. 이러한 지역적 특장점을 활용해 특화된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혁신적인 하드웨어 창업기업이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제품개발 단계를 체계화해 아이디어에서 양산에 이르는 과정을 가장 빠르고 경쟁력 있게 수행하도록 지원한다. 이 과정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도록 선발된 동반자 기업(Companion Company)은 하드웨어 스타트업과 신-구 조화를 이뤄 성과를 창출한다.

 

주도적 역할 수행하며 스마트팩토리 허브 자임

스마트팩토리는 상품의 주문, 제품 설계, 생산, 물류 등 고객에게 전달되는 전 과정이 ICT 기술과 빅데이터 기술의 융합으로 가장 저렴하고, 가장 빠르게,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되는 미래형 지능형 공장을 의미한다. 시설이 노후화되거나 대기업의 지역 이탈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지역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경상북도와 삼성전자가 함께 200억 원을 조성해 스마트팩토리 보급지원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현재까지 930건의 보급과제가 완료됐는데, 그 중 경북혁신센터가 588건을 담당할 만큼 주도적으로 역할을 수행했다. 과제를 통해 창출된 성과는 괄목할 만한 것이었고, 교육부문에서도 지난해까지 3,859명의 교육 이수자를 배출하는 등, 스마트팩토리의 허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해법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적 뒷받침은? 

하드웨어에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인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수도권보다 열악한 정주 조건 탓에 지역 안에서 고급인력을 찾기란 힘든 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수다. 인재양성을 위해 광주과학기술원을 설립하고 특구를 지정해 광융합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광주광역시는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스타트업의 성공요인은? 

스타트업은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성공 여부는 창업자 1인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 창업자가 어떤 덕목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스타트업의 성패가 갈린다고 생각한다. 많은 창업기업을 지켜보며 내린 결론은 창업자가 가져야 할 덕목은 열정과 집념, 그리고 근면이라는 것이다. 

기업에게 성공이란 지난한 과정을 통해 맺어진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한 과정 속에서는 생존이 필수다. 사업은 치열한 전쟁터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창업 초기는 창업자의 인생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열정과 집념이 그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농부의 근면성 또한 창업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라 본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꾸준히 도전하는 근면성은 혁신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남은 임기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은? 

경북혁신센터가 명실공히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성지’로 불리도록 지금까지 추진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더욱 구체화하고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스타트업-중소기업 밋업데이를 더욱 확대해, 신규사업에 목마른 중소기업과 사업화가 시급한 스타트업이 상생하는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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