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활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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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등 국제경제기구의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그동안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원동력 중 하나로 수출 경쟁력에 입각해 산업구조를 적절히 잘 발전시켜 온 점을 들고 있다. 

선진국의 기술을 신속히 도입하고 저렴하고 우수한 노동력을 활용해 경쟁력 있는 분야로 주력 산업을 끊임없이 전환시켜 왔다는 것이다. 60년대 가발, 의류 등 단순 가공산업에서 시작해 경공업, 건설, 조선, 철강, 중화학공업, 자동차, ICT, 게임, 디스플레이, 반도체, 스마트폰 등으로 쉬지 않고 주력산업을 발전시켜 왔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추세에 발맞춰 핀테크, 콘텐츠, 공유경제 등에서 숨 가쁘게 선진국을 추격하고 있다. 기술 격차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데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과 강소기업들도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산업 분야를 개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자본과 인력 면에서 비교우위가 있는 분야로 자원을 원활히 이동하게 하는 것도 핵심적인 과제다. 사람으로 치면 잘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폐물 배출 등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일어나야 몸이 가뿐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M&A의 중요성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M&A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첫째, M&A는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핵심 대책이 된다. 신기술과 신산업을 활용하는 스타트업은 그 자체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내며, 특히 청년 실업을 해소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는 많은 예산을 투입해 모태펀드 등을 통해 투자자금을 지원하고 융자와 신용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인큐베이팅, 액셀러레이팅, 팁스 프로그램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지원정책을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수많은 지원 정책보다 두드러진 성공사례, 소위 ‘대박’이 젊은이의 꿈과 희망이 되어 스타트업에 자발적으로 뛰어들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7년 인텔사는 1999년 설립된 이스라엘 스타트업 모빌아이(Mobileye)의 자율주행 관련기술을 153억 불에 M&A 함으로써 큰 성공사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 부산 동아대학교 출신 박종환 대표가 창업한 스타트업 록앤올이 내비게이션 프로그램 김기사를 다음카카오에 626억 원에 인수시킨 사례가 있다. 이런 성공 사례가 100가지 정부 지원정책보다 더 강력한 창업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60~70년대 강력한 정부 주도의 수출지원 정책에 힘입어 창업주들이 대기업을 키워내고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도 계열사를 직접 설립함으로써 다른 사람이 창립, 운영하는 회사를 인수 합병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기술 진보가 더욱 빨라진 요즘에는 스타트업이 개발한 기술과 특허를 바로 인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대기업의 연구인력으로 직접 개발하던 시스템도 점차 관료화되어 중소기업의 우수기술을 모방, 탈취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도 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사업화까지는 신속히 진행할 수 있지만, 자금 운용과 마케팅, 조직 및 노무관리 등 복잡한 영역으로 확장되면 창업자 능력의 한계에 봉착하는 경우도 흔하게 보게 된다. 

이럴 때 무리하게 리스크를 안고 사업을 유지, 확장하기보다는 자신보다 더 잘할 수 있거나 시너지를 이룰 수 있는 기업에 매각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매각 대금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벤처캐피탈로서 관련 산업을 육성하게 하는 것이 경제 전체에도 큰 이득이 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스타트업의 M&A를 적극 지원하도록 양도 양수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인수 대기업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 정책적 배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오로지 증시 상장을 통한 IPO만을 목표로 하는 현재의 스타트업 엑싯(Exit) 전략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상장 심사 시 기술과 사업성 평가가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경영 상황에 대한 투명한 정보가 공유돼야 일반 투자가에게 부당한 손실을 입히지 않게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악용하는 사례들이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들은 장시간의 회수기간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유망했던 바이오 기업이 2018년 11월 시가총액 10조 원을 넘었다가 최근에는 1조 원 이하로 급락해 다수의 소액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기술 획득을 위한 M&A는 전문가 그룹의 분석에 입각해 진행되므로 대중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적다.

둘째로 M&A는 전통산업 등 과거 주력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 조선, 해운, 섬유, 신발 등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는 전통산업의 경우 금융기관에 의한 워크아웃이나 통폐합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된 사례가 많았다. 

요즘 전국의 주요 공단에 가보면 공장을 매각한다는 광고를 흔하게 볼 수 있다. M&A 시장이 활성화되면 기업의 퇴출과 진입이 원활해져 구조조정이 촉진될 것이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등으로 악화된 기업환경으로 인해 해외 투자가 급증하고, 기업가들이 해외 이주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법인세, 상속 증여세 부담이 작은 싱가포르,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호주 등으로 투자이민 지원자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해외 투자자의 상당수가 국내 사업장과 부동산의 매각을 원하는 상황이므로 이로 인해 M&A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원리에 따라 기업과 기술에 대한 거래가 수월하게 이루어지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로는 부품·소재·장비 산업의 기술 경쟁력를 신속히 제고하기 위해 해외 M&A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핵심기술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을 때에는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이 비경제적 이유로 중간재와 기술도입에 차질이 발생하면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R&D 투자를 통해 기술 자립을 이룩해야 하지만, 개발 및 상업화 가능성과 소요 기간을 감안해 보면 해외의 첨단 기술과 사업장을 M&A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해외 시장에 대한 정보망과 네트워크 구축, 인수 자금 등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새로운 경쟁력 창출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M&A는 기존의 성장전략으로는 한계에 이른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활로를 개척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대기업들이 계열사 확장에 대해 제약을 갖고 있다면, 중견기업 또는 중소기업들도 사업도약의 수단으로 M&A를 적극 고려해 볼 시점이 됐다. 이같은 맥락으로 자금력은 풍부하나 시장확대에 한계를 느낀 국내 유수의 게임업체들이 최근 들어 인공지능, 콘텐츠, 플랫폼, 구독경제 관련 업체를 M&A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기존 산업의 발전 보다는 이업종간의 M&A를 통해 기술 융합을 이룩함으로써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한국 M&A협회는 필요한 정부정책을 발굴, 건의하고 기업에 대한 정보 공유와 교육사업 등을 통해 M&A 시장을 건전하게 육성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데 기여할 것을 다짐해 본다.

 


출처: 스타트업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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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M&A협회 김규옥 회장

1984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기획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기획재정부 대변인,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을 두루 거친 ‘타고난 행정가’로 평가받고 있다. 2014년 6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제40대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을 역임했고, 이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으로 취임해 신성장동력 창출에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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