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넘어야 할 산은 따로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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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기업이 M&A를 하는 이유

기업이 M&A, 즉 인수(Acquisition·주식의 인수 등) 또는 합병(Merger·두 기업 간 완전통합이나 영업의 일부 양수 등을 포함)을 하려고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현재 해당 기업이 가지고 있지 못하는 역량을 다른 기업을 통해 흡수함으로써 시장의 요구에 보다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해당 기업의 성장 및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가 하면 당장 경쟁기업에 비해 우위를 점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위해 경쟁기업을 아예 통째로 사들여(경쟁기업이 이에 응하지 않거나 저항할 경우에는 우회적인 방법 등을 통해 적대적인(hostile) M&A를 하는 경우도 있다) 경쟁기업을 시장에서 몰아내거나, 경쟁기업에 핵심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를 인수하는 방법, 또는 이도 저도 어려울 경우에는 아예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 기업은 마음만 먹고 M&A 할 자금만 있으면 언제든지 기업을 인수 합병할 수 있을까? 특별한 이슈나 쟁점이 없어서 정상적이고 순조로운 M&A가 진행된다고 하는 가정하에서는 이사회, 주주총회 등 일련의 경영적 절차과정만 잘 거치면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이미 세간에 잘 알려진 것처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이나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현대자동차 그룹에서의 계열사 간 사업 부분 조정 등을 통한 지배구조개편 등과 같은 그 간의 사례들을 볼 때 주요 주주 간의 이해관계(利害關係)가 다를 때에는 반드시 의지와 자금만으로 M&A가 순조롭게 성사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공정거래법상의 기업결합신고 및 심사 통과해야

여기에다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가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공정거래법상의 기업결합신고 및 심사를 받고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M&A 상대방 중 하나가 연간 매출액 규모 또는 자산 규모가 3,000억 원이 넘는 대규모회사이고 상대회사가 300억 원이 넘는 회사라면 반드시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는 물론 심사도 받아야 한다. 

만약 이를 거치지 않고 M&A를 했을 경우 사정에 따라서는 자칫 M&A 하기 전으로 원상회복해야 함은 물론 벌과금까지 물고 M&A 실패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되지도 않을 M&A에 불필요한 기업역량을 소모함으로써 기업경영전략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하고 기업의 이미지마저 하락할 수 있다. 그야말로 기업의 M&A에 있어서 반드시 넘어야 할 큰 산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M&A가 기업 안팎 관계자들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 대개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그 과정도 비밀스럽게 하는 편이다. 따라서 관련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일단 계약부터 성사시켜 놓고 사후에 필요한 것들을 수습하는 경우가 많다. 

세금문제나 고용승계문제 그리고 재고나 부채, 보유자산 이슈 등 계약 내용에 따라 상대회사를 실사하면서 M&A의 내용적인 면에 주로 치중한다. 하지만 아무리 M&A 내용이 만족스럽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바로 M&A가 성공적으로 성사되는 게 아니다. 

물론 M&A 규모가 아주 작거나 미미해 M&A를 하더라도 시장의 경쟁상황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경우가 아니라면 정부 당국에 의해 일정한 통제를 받게 된다. 시장감시기구이자 경쟁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가 M&A를 심사해 경쟁제한성이 큰 경우에는 주식매각 명령 또는 영업양도나 자산매각 명령 등의 시정명령을 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이 이루어질 때까지 최대 1일당 관련 M&A 금액의 2/10,00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데 이는 상당한 부담이 되는 벌칙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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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실패 사례

실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로 인해 M&A가 저지돼 결과적으로 실패했던 사례를 살펴보자. 2002년 경상남도를 주된 판매기반으로 둔 지역 소주회사인 M주조는 판매시장 확대를 위해 부산을 주된 판매기반으로 하는 지역 소주회사인 D주조를 M&A 하기로 마음먹고 D주조의 주식을 매집했다.

지금은 폐지됐지만 과거 시도별 1개의 소주회사만 인정하는 자도주(自道酒) 제도에 기반한 지역별 소주시장의 정서상 M주조가 부산지역시장을 치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자 내부사정으로 경영상 허점이 있던 D주조의 주식을 적대적 M&A를 통해 주식을 사들여 D주조를 지배함으로써 경남지역은 물론 부산지역시장까지 사실상 M주조의 지배하에 두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방의 중소기업이었던 M주조는 어떻게든 대선주조를 손아귀에 넣는 데만 관심을 두었지 M&A로 발생하는 공정거래(경쟁) 이슈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 건이 공정거래법상의 신고 및 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M주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지로(지적으로) 기업결합신고는 했지만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조차도 몰랐던 것이다. 아마도 적대적인 M&A를 했지만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에 그 자체가 문제 될 게 없다고 본 모양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건을 심사함으로써 M주조가 부산 및 경남지역 소주시장을 독점해 경쟁제한성이 큰 M&A 건으로 판단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 M주조로 하여금 매집한 D주조의 주식을 전부 매각하도록 하는 명령(사실상의 주식 매집 전과 같은 원상회복명령)을 내리자 M주조는 그때서야 비로소 이를 수습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미 루비콘(Rubicon) 강을 건넌 뒤였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M&A가 성공한 듯 보였으나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공정거래 이슈로 인해 도루묵이 돼버린 것이다. 적대적인 M&A로 비교적 비싸게 사들였던 주식을 정해진 기한 내에 매각해야 하니 주식시장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고, 주가가 내리더라도 싸게 팔아야 했던 만큼 결과적으로 M&A를 통해 이루려고 했던 목적 달성이나 이익 발생은커녕 더 큰 손해를 본 케이스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경쟁이슈를 간과하면서 물어야 했던 수수료(?)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뼈 아픈 경험이었다.

이번에는 2003년 K사가 G사를 인수한 건을 살펴보자. 국내 화섬업계의 강자인 K사는 G사가 매물로 내놓은, 나일론필름 생산공장인 당진공장을 인수하기로 하고 자산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K사는 입찰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계약했지만 결론적으로 기업결합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경쟁사인 H사와의 경쟁에서 이겨 G사 당진공장 낙찰은 받았지만 경쟁 이슈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실패한 M&A가 돼 버린 것이다. 

자산의 양수도는 단순히 주권의 양수도인 M&A와는 또 다르게 양수도 계약 및 추진과정이 훨씬 더 복잡할 뿐만 아니라 M&A 후 인력 투입 및 공정 진행이 이루어졌을 경우에는 중단 및 되물리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사는 덜컥 일부터 저지르고 나서 사후에 문제를 수습하자는 식으로 기업결합신고 및 심사를 받지 않고 먼저 M&A를 추진한 우(愚)를 범한 것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떻게 하겠느냐’는 식인데 ‘아무리 경쟁당국이라도 이미 기업결합이 진행돼 생산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당해 M&A에 문제가 있어도 결국 이를 승인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하지만 경쟁 당국의 결정은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보호하는 것(경쟁제한적 또는 독과점적인 요소를 제거해 자원배분을 효율화하고 소비자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서 이런 전략이 통할 리 없었다. 

결국 K사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당진 공장 두 개 라인 중 하나를 매각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았으나 정해진 기한까지 이행하지 못해 시정명령 이행강제금까지 부과받고는 결국 미국업체인 HNW에 이를 매각했다. 

비록 두 케이스가 수많은 M&A 사례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지만(해외 기업 중에서도 경쟁이슈로 인해 M&A를 성사시키지 못하고 포기한 경우가 적지 않다), M&A가 결코 쉽지 않은 테마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고, 성공적인 M&A를 하지 못할 경우 해당기업에 오히려 더 큰 손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앞에서 살펴본 두 사례가 국내시장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스코프(Scope)를 좀 더 확장해 해외시장까지 관련된 사례를 살펴보자. 글로벌 통합경제 시대에 사는 오늘날 한 국가 내에서 발생한 일이 반드시 자국 내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기업을 위주로 한 수출 중심의 대외의존적 경제구조 특징상 M&A 효과가 해외시장에까지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외국 경쟁 당국의 관할(Nexus) 또한 국내업체에도 미친다. 

최근 진행 중인 H중공업(조선)의 D조선해양 M&A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는데, 과연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이 건의 경우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M&A 건이라고 할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국내업체지만 국내 조선시장은 물론 세계 조선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비교적 고부가가치 선종인 LNG선을 기준으로 두 회사의 2018 세계시장점유율은 60%를 상회하고 있다). 

따라서 반드시 국내시장만을 기준으로 시장지배력이 있는 독과점 기업이 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두 회사가 제조한 선박이 대부분 외국선주로부터 수주받아 수출되는 만큼 경쟁 당국은 국내시장에 대한 영향력보다는 오히려 세계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기준으로 M&A를 판단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해외 경쟁 당국으로부터의 심사 통과 여부가 이 건의 성공적 M&A 여부를 판가름하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경쟁법상 M&A 관련 룰(Rule)은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s)화 돼 있기 때문에 해외에 사업체가 있거나 국내업체라도 해외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M&A의 경우에는 반드시 관련 외국 경쟁 당국에 신고 및 심사하는 과정을 누락해서는 안 된다. 통상 선진국 경쟁 당국의 경우 이를 누락했을 때 부과하는 처벌 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흔히 하는 말로 ‘디자인(Design)을 잘 못하면 리자인(Resign)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기업의 CEO가 M&A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 결과에 따라서는 리자인(Resign) 해야 할 가능성도 절대 배제할 수 없다. 

잘못 디자인(Design)된 M&A를 하거나 또는 잘 된 M&A를 하고서도 이후 경영을 잘 못해 ‘승자(勝者)의 독배(毒杯)’를 마시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도 안 되겠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제대로 검토하거나 고려하지 못해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리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넘쳐날 정도로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스피디(speedy)하게 돌아가야 하는 현대 경영에 있어서 한 번 삐끗해 경쟁에 뒤처지게 되면 다시금 따라잡기(catch up)란 결코 쉽지 않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든 혹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되든 M&A와 관련한 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 차원에서 공정거래법상의 기업결합 신고 및 심사는 이제 성공적인 M&A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산을 잘 넘어가면 성장과 발전이라는 성공으로 향하는 꽃길이 열릴 수도 있겠지만 제대로 잘 넘지 못하면 시간과 체력이라는 코스트(Cost)만 소모할 뿐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큰 리스크(Risk)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한라대학교 경영학과 초빙교수 김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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