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금 조달에 관한 몇 가지 상식 ①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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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돈이라고 다 같은 돈은 아니다.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고 어려운 걸림돌 중 하나가 자금이다. 사업을 하려면 충분한 자금이 있어야 하지만 자금을 충분히 가지고 창업을 시작하는 창업자는 거의 없다. 그래서 창업을 하면 대두되는 첫 번째 문제가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는 것이다. 창업자의 자금 조달능력은 창업 성공의 첫째 요건으로 꼽힌다. 

시장에 자금은 충분하다. 정부 창업정책의 핵심은 자금지원이고, 매년 조 단위의 창업지원 정책자금이 배정된다. 그러나 창업자에게 자금은 늘 부족하고, 자금조달은 언제나 어렵다. 대부분의 창업자에게 시중의 자금은 그림의 떡이다. 같은 자금도 유치 조건이나 방식, 지원주체에 따라 상환조건이나 시기, 방식이 전혀 다르다. 그래서 자금을 유치하고도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자금이 충분치 않은 창업 초기에는 자금 부족이 워낙 심한 상황이라서 돈이라면 무조건 덤비거나, 세부 조건을 따지지 않고 유치해 후회하는 일도 빈번하다. 창업 자금에 관해 몇 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을 두 차례에 걸쳐 정리해 본다.

 

창업 초기에는 개인을, 후기에는 기관을 활용한다

창업자금을 공급하는 곳은 크게 개인과 기관이 있다. 개인이라고 하면 가족, 친구, 친지, 지인 등 자금을 보유한 사람들을 말한다. 흔히 엔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즉 주위에 있는 사람들 중 자금 여력이 있어서 자금을 빌려주거나 투자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기관이라고 하면 은행과 같은 1금융권이나 투자사나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을 망라한 소위 말하는 금융기관을 뜻한다. 초기 창업기업들에만 투자하는 창업투자회사(Venture Capital)도 있다.

창업 초기에 자금을 조달하기에 더 적합하고 쉬운 곳은 기관보다는 개인이다. 성과가 없는 창업 초기에는 금융기관보다 창업자 주위의 개인들이 창업자를 더 잘 알고, 믿어주기 때문이다. 창업아이템이 아무리 좋아도 초기에는 사업의 유망성보다 창업자 개인의 자질이나 신뢰, 능력을 보고 판단한다. 따라서 그 창업자를 오래전부터 잘 아는 주위 사람들이 자금을 제공할 확률이 높다. 

기관들은 개인의 이력이나 자질보다는 아이템의 일반적인 사업성이나 객관적인 구비요건을 기계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실적이나 성과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 초기에는 창업자들을 잘 믿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창업 초기에는 큰 금융기관을 찾기보다는 자신을 잘 아는 주위 사람들에게 자금조달을 시도하는 것이 성공 확률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초기에는 융자, 후기에는 투자방식이 유리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에는 전문용어로 융자와 투자가 있다. 융자는 돈을 빌려서 이자를 지급하다가 갚는 것이고, 투자는 돈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돈을 받는 조건으로 자사의 주식을 주는 방식으로 이자를 주거나 혹은 원금을 상환할 필요가 없는 방식이다. 주식(회사 지분)을 대가로 자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자금을 받고 얼마만큼의 회사 지분을 줘야 하는가의 문제는 다소 전문적인 영역이지만, 창업자에게는 회사의 소유권과 관련되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창업자가 제대로 숙지해야 한다. 

조달된 자금에 해당하는 지분을 제공하려면 회사의 가치가 계산돼야 하는데, 창업 초기에는 회사의 가치가 높지 않기 때문에 같은 금액의 자금을 유치하더라도 더 많은 회사 지분을 줘야 한다. 

그래서 이러한 투자방식의 자금 조달은 창업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해서 기업가치가 높아진 후에 하는 것이 유리하다. 대신 창업 초기에는 회사 지분을 주지 않고 이자만 갚다가 원금을 상환할 수 있는 융자방식의 자금 조달이 더 유리하다. 경험 없는 초기 창업자가 융자와 투자의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투자 방식의 자금 조달 후에 지나치게 회사지분을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난 후 두고두고 후회하는 일이 빈번하다.

 

벤처캐피탈의 이해와 한계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은 우리말로 창업투자회사로 7년 이내 창업 초기 기업에만 투자하는 창업투자전문 금융기관이다. 현재 국내에 정부의 인가를 받은 회사는 133개로, 1년에 1,400여 개의 창업 기업에 3조 4,000억 원의 창업자금을 투자하는 큰 손이다. 그야말로 창업시장을 주무른다. 성공하는 창업자들은 대부분 이들의 투자를 받아서 성장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민간 회사들이다. 다만, 정부의 법에 따라 7년 이내 창업기업에만 투자하고, 그 대신 투자자금을 정부에서 지원받으며 투자수익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을 받고 있다. 민간 투자회사이지만 창업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지침에 따라 창업기업에 투자하면서 세제 혜택을 보고 있는 금융회사다. 

이들은 창업투자 재원을 조성할 때 정부 기금으로 70% 정도를 지원받는다. 물론 지원받은 지원금은 투자활동 후 상환해야 한다. 이들은 투자 대상을 창업기업으로 한정하지만(물론 투자재원 전부는 아니고 일정 비율의 금액만) 철저히 수익을 추구한다. 

성공 가능성이나 수익 창출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 관심이 낮다. 이들이 투자하는 곳은 어느 정도 성장한 창업기업들이지 성과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창업 초기 기업에는 쉽게 뛰어들지 않는다. 그래서 이름이 창업투자 전문회사이지 실제로 창업 초기 기업에는 그림의 떡이라는 비난을 듣는다. 실제 벤처캐피탈의 투자 확률은 1~2%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거의 안 한다고 하는 편이 맞을지 모르겠다. 

많은 개미 창업자들은 이들이 다 큰 어른 기업에만 관심을 두고, 어린 초기 기업은 홀대한다고 비난한다. 정부자금으로 투자하는 창업투자회사가 진정한 창업의 어려움을 겪는 초기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고, 초기 어려움을 딛고 어느 정도 성장해서 안정권에 접어든 큰 창업자들에만 투자해 수익만 남기려고 한다고 비난한다. 위의 투자 통계에서 나타난 금액이나 투자받은 창업기업 수를 보면, 실제 투자받은 창업자가 얼마나 적은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벤처캐피탈도 제대로 된 실적이나 수익 모델을 제시할 수 없는 초기기업에는 관심이 낮다. 지금은 세계 5위 안에 드는 거대 기업 ‘페이스북’도 처음 창업을 하고 투자 유치를 위해 벤처캐피탈을 찾았을 때, 가는 곳마다 투자를 거절해서 마지막에는 사업을 포기하려고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창업 초기에 벤처캐피탈을 찾아가면 투자가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확률은 아주 낮다. 그들의 투자 거부는 초기 창업자들에게 큰 실망과 좌절을 안겨준다. 그들이 투자를 거부하는 이유는 무지하거나 창업자들의 아이템에 큰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속성과 사업 구조 때문이다. 

많은 창업자들이 창업 초기에 벤처캐피탈로부터의 투자자금 유치를 큰 목표로 삼는다. 벤처캐피탈의 투자자금 유치에 엄청난 시간과 정력을 투여한다. 그러나 확률은 낮다. 창업 초기에 제대로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부족한 창업자들이 사실 이런 기관과 처음부터 접촉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그들에게 거절당했다고 그렇게 좌절할 일은 아니다. 오늘날 대기업이 된 많은 창업자들도 초기에는 좌절을 딛고 성장했다. 

한편으로는 이 까다로운 투자 유치·검증 과정이 비즈니스와 수익 모델을 더 다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갈고 닦은 아이템으로 경쟁력을 쌓고, 이것이 추후 지속적 성장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투자자들을 통해 창업자들의 무모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다듬어지고 시장 친화적이 되며, 더욱 매력적인 사업으로 변신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명한 창업자라면 투자 유치에 실패해도 그 실패를 자신의 사업 모델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시장에서 고객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는 계기로 삼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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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정책 자금을 활용한다

우리나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만큼 창업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나라도 드물다. 지금도 매년 조 단위 규모의 창업자금을 공공기관에서 지원하고 있다. 거의 모든 광역·기초자치단체가 한두 개씩 창업자금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다. 

이러한 공공 자금이 매력적인 점은 금액이 소액이더라도 기술만 우수하면 지원신청을 해 볼 수 있는 경우가 많고, 지원조건도 시중 자금보다는 저리인 경우가 많으며, 지원하는 곳이 워낙 다양해 신청해 볼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일부 정책자금의 경우 지원 자금의 원금을 상환할 필요가 없는 매력적인 자금도 있다. 

 

신용보증기금의 활용

창업 초기 자금 조달에 가장 근본적인 딜레마는 담보가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금융기관이나 제도 금융권은 관행처럼 자금을 대출하면서 일정 형태의 담보를 요구하는데, 창업자들은 그러한 담보가 없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이 열정과 생각만 있는 상태다. 국가에서는 창업 자금을 확충한다고 법석을 떨지만, 막상 창업자들이 창구에 가면 허사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 마지막에는 물적 인적 담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제도가 신용보증제도다. 국가 재정으로 출연해 기금을 만들고, 물적 담보가 없더라도 기술과 신용만 있으면 대출을 가능토록 해주는 제도다. 창업자의 아이템이 기술력이 있다고 인정되거나 사업성이 보증되면 보증기금에서 보증서를 발행해 준다. 그 보증서를 가지고 시중 어느 은행이나 가면 대출을 해 준다. 

초기 창업자, 특히 기술력이 있는 창업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두 곳의 거대한 기금이 있고 각 지역의 광역자치단체별로 14개의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전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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