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형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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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관심과 관찰이 선행돼야 한다

라포(rapport)는 주로 상담분야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다. 라포의 의미는 고객과 직원 간의 신뢰관계를 말한다. 식당 현장에서 가장 놓치기 쉬운 것이 처음 방문한 초면 고객 관리다. 초면 고객(初面顧客)은 구면 고객(舊面顧客)과는 달리 모든 것에 낯설어 하고 긴장을 한다. 점주가 초면 고객을 위해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으면 90% 이상의 고객이 재방문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특별히 좋은 감정과 기억도 없는데 다시 방문할 이유가 없다. 

초면 고객에 대한 응대 관리는 우선 관심과 관찰이 선행돼야 한다. 무관심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무관심은 특히 초면 고객에게는 아주 무서운 감정이다. 무관심은 고객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을 말한다. 매출이 감소하는 원인의 70%가 무관심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무관심은 식당의 분위기를 더욱 냉담하게 만들고 직원은 고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개의치 않는다. 고객이 밥을 먹고 난 뒤 계산만 하면 끝이라는 표정이다. 더욱이 식사 도중 고객이 불편한 표정을 지어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고객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서비스가 중요하다

고객은 밥만 먹는 돼지가 아니다. 하얀 튤립 꽃밭에 빨간색 튤립 한 송이가 되고 싶은 마음처럼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심리적 기제가 있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질문할 때 서로 정답을 말하려고 “저요! 저요!” 소리를 지르면서 선생님이 자신을 호명해주기를 간절하게 바라본 적 있는가? 

이와 마찬가지로 고객에게 지속적 선택을 받으려면 “저요!”라고 외치면서 고객의 관심과 마음을 얻을 때까지 노력해야 하는데 우리는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무관심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마음의 에너지와 열정을 고갈시킨다. 고객에게 자신의 좋은 감정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처럼 고객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장사가 안되면 경기불황 탓만 한다. 잘되면 자기 탓, 안되면 조상 탓일까? 사자성어 연목구어(緣木求魚), 즉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잡으려 하듯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하려는 것과 같다. 

결국 기대와 행동이 도저히 사리에 맞지 않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초면 고객의 감정은 어린아이와 같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금방 마음의 문을 연다. 처음 방문했는데 관심을 보이면 낯선 무인도 땅에서 혼자 외롭게 살다가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반갑게 여기지 않을까?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것이다. 따라서 직원은 초면 고객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관심을 표현해야 한다. 고객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서비스 행동이 필요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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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老鋪) 가게의 장수비결

초면 고객은 음식을 맛보기 전 식당을 잘 선택을 한 것인지에 대한 마음의 불안도 따른다. 마케팅 전문용어로 ‘지각의 위험도’라고 한다. 경험을 해야만 품질을 알 수 있는 무형의 서비스 상품은 특히 더 그렇다. 맛을 봐야 맛을 알기 때문이다. 여행사, 호텔 등 서비스 상품은 일반 유형의 제품과는 달리 사전에 품질을 알 수 없고 경험을 해야만 알 수 있다. 따라서 초면 고객의 작은 불안심리를 없애주는 연구와 고민이 필요하다. 

다른 분야, 즉 직업상담, 상담심리치료, 진로코칭, 병원에서 초면 환자와의 상담 등에서는 초면 내담자, 초면 환자에 대한 라포형성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실제 병원에서 초면 환자와 라포형성이 잘 돼 있는 경우에 치료효과가 더 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식당 현장에서 이러한 이론적 원리를 이해하고 초면 고객에 대한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초면 고객에 대한 세심한 관리는 재방문율을 높인다. 고객유지 비용은 신규고객 확보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보다 5배 낮다. 

신규고객보다 단골 유지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노포(老鋪) 식당은 고객과 신뢰관계가 두텁다. 2대, 3대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단골 유지 비율이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단골 고객이 자녀를 데리고 와서 식사를 했는데 그 자녀가 성장해서 어른이 되고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노포식당에 찾아온다. 고객 또한 대를 이어 찾아온다. 신뢰를 통한 정서적 유대관계가 대를 이어간다. 

 

초면 고객에 대해 호감을 높이는 방법

초면 고객에 대해 호감을 높이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심리학적 관점에서 몇 가지만 소개한다. 이 방법은 필자가 250석 규모의 식당 CEO로서 현장에서 사용했던 사례다. 

 

좋은 첫인상을 준다

초면 고객에게는 좋은 첫인상을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선 초면 고객에게는 진심 어린 마음으로 정중한 태도로 인사하며 테이블 안내까지 5~10초 동안 좋은 첫인상을 주고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을 하면서도 고객이 입장하는 것을 볼 때 하던 일을 멈추고 재빨리 고객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는 초동(初動)영접을 강조하는 이유다. 

초면 고객은 낯선 환경에서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 주변 모든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고 인상을 판단한다. 식당내부와 직원을 보고 매력적인지, 호감이 가는지 판단하는데 0.1초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최초의 판단 대부분은 눈에 보이는 시각적 요소에 의존하지만 시각적 요소 이외에 분위기, 직원의 서비스 태도, 용모 등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호감과 비호감을 결정한다. 

물론 처음에는 자신을 응대하는 직원도 외모를 보고 판단하려고 하지만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는 사람의 첫 모습이 외적인 모습보다 더 큰 영향을 준다. 첫 대면에서 인사할 때 진심어린 마음으로 눈을 맞추며 웃는 얼굴로 인사해야 하는 이유다. 

 

고객과 50cm 근접 거리

고객과 50cm 근접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멀리 있는 사람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사회심리학의 공간 근접성 이론에서는 사람들의 거리를 친밀한 거리, 사적인 거리, 사회적 거리, 공적인 거리의 네 가지 형태로 나누고 있다. 

사적인 거리는 0~50cm 정도의 거리인데 이 거리는 부모와 자녀, 부부, 연인과 같이 아주 친밀한 거리로 이 영역을 침범하면 불쾌감은 물론 긴장감을 느낀다. 복잡한 전철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모르는 사람이 가까이 다가서면 경계심과 불쾌감을 갖게 되는 이유다. 

고객이 방문하면 직원이 멀리서 ‘어서 오세요’라고 하는 것보다 신속하게 고객 앞으로 다가와 반갑게 인사하고 테이블로 안내해야 한다. 고객과 근접거리, 즉 0.5~1m를 유지하면서 말이다. 50cm 숫자는 고객과 친밀감을 유발할 수 있는 최적화의 거리다. 

고객을 응대하는 높이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좌식 테이블의 경우, 메뉴 주문 시, 무릎을 굽혀 앉은 자세로 고객의 시선 높이를 감안하면서 주문을 받는 것이 좋다. 이전에 국가 산하 기관장이 시상을 하는데 성인에게 시상을 하다가 갑자기 초등학생 1명을 시상해야 했다. 

기관장이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게 얼른 무릎을 꿇은 자세로 시상을 해서 참석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고, SNS로 확산된 사례가 있었다. 사람 간에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고객의 행동, 자세, 말투 등을 따라한다

고객의 행동, 자세, 말투 등과 비슷하게 따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비슷한 것이나 연결되는 요소를 발견했을 때 이에 반응하고 관심을 갖는다.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 더 호감을 갖는 이유다. 필자가 아는 점주는 호남출신 고객이 와서 사투리를 쓰면 호남 사투리로 응대한다. 

경상도 고객이 방문하면 경상도 사투리로 응대한다. 다른 매장보다는 매출이 훨씬 더 많다. 동향인들끼리는 서로 더 잘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정서 상태를 이해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행동과 말투 등을 따라하면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원리다. 사투리 하나로 어색함보다는 친밀감이 더 형성되는 사례다. 

또한, 고객의 말을 반복해서 따라한다. 예를 들면 고객이 식당에 들어오면서 “무슨 비가 이렇게 많이 와?”라고 말할 때, 직원이 “아! 비가 많이 오죠?”라고 같은 말을 반복한다면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고 고객입장에서는 처음 방문한 식당이지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필자는 이와 유사한 사례로 고객의 행동과 표정, 신체적 특징을 보고 직원을 선별해 테이블에 배치한 사례도 있다. 그 고객과 가장 잘 매칭되는 직원을 투입한다는 말이다. 고객과의 신뢰형성을 통해 고가의 메뉴 주문도 쉽게 받을 수 있다. 

 

반복노출로 고객의 호감을 산다

마지막으로 반복노출이다. 못생긴 사람도 자주 보면 예쁘다는 말이 있다. 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온스가 발표한 단순반복노출 효과 이론에 따르면, 처음 만난 사람도 자주 보면 호감이 생긴다. 예를 들면 TV 광고에서 동일한 광고를 반복노출하면 시청자는 무의식적으로 브랜드에 대해 호감을 갖는다.

실제 마트에 가면 TV 광고에서 봤던 상품만 눈에 들어올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과 태도는 곧 상품구매로 이어진다. 따라서 식당에서는 가능한 한 직원이 서빙할 수 있는 테이블 수와 구역을 배정하고 같은 직원이 테이블 고객에게 얼굴을 자주 보임으로써 고객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고객으로부터 호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얼굴을 자주 보인다고 해서 저절로 호감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정중하고 겸손하고 친절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눈 맞춤이다. 눈 맞춤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제2의 언어다. 

이러한 인간의 심리적 관점에서 초면 고객과의 라포형성으로 정서적 유대관계를 만들고, 재방문으로 이어지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과의 연결점을 상품이 아니라 점주와 직원으로 전환한다면, ‘상품은 베낄 수 있어도 점주와 직원의 마음은 절대 베낄 수 없다’는 경쟁 무기를 가질 수 있다. 거미줄처럼 촘촘한 고객과의 관계망이 지속 가능한 음식점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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