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SKT가 ICT 분야 확장을 위해 3천억원 규모의 주식 맞교환을 포함한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거대 공룡 기업을 상대하기 위한 행보이나,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부정적일 가능성이 제기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오른쪽)와 SK텔레콤 유영상 사업부장이 3,0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교환하고, 미래ICT분야에서 사업 협력을 추진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오른쪽)와 SK텔레콤 유영상 사업부장이 3,0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교환하고, 미래ICT분야에서 사업 협력을 추진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스타트업투데이] 최근 ICT 분야가 뜨거워지고 있다. 28일 국내 통신업계 부동의 1위 기업 SKT와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 및 콘텐츠 분야 대표기업인 카카오가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같은날 네이버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연구 벨트를 조성한다고 밝히며, 미중 기술패권에 맞서기 위한 글로벌 흐름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ICT 산업 전반을 보면 이번 행보는 인상적이다. 우선 SKT는 통신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 계의 절대 강자로 자리잡고 있었으며, 카카오뱅크 등의 핀테크 분야로 진출이 활발하다. 이 두기업은 묘하게 사업영역이 겹치는데, 네비게이션 시장에서는 카카오내비(구, 김기사)와 T맵, 택시호출 서비스인 카카오T와 T맵 택시, AI 음성스피커인 카카오미니와 누구(NUGU),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는 플로와 멜론으로 경쟁 중에 있다. 아직 발표는 없지만, 최근 카카오가 홍역을 겪은 카풀 시장에서도 SKT 진출설이 있었음을 감안할 때에, 두 회사가 같은 시장에 대한 관심이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이런 환경에서 두 회사가 "각자의 브랜드는 유지하되, 신규 기술을 공유하고, 출혈 경쟁하지 않는다"고 한 원칙이 화제이다. 표면적으로는 양사의 기술 개발에 대한 낭비를 줄이고, 공통의 영역에 기술개발을 확장하여 시너지를 내고자 하는 구조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크게 세가지 문제가 존재한다.

첫번째, 대기업 간의 업무 협약으로 스타트업이 설자리가 좁아진다. 각각의 기업은 기술개발을 바탕으로 신규 서비스를 출시한다. ICT 산업은 이 대전제가 그대로 적용되는 시장인데, 양사가 협력하는 형태를 취함으로 인해, 스타트업이 커버하는 영역이 좁아질 우려가 있다. 개별 기업이 전체 기술개발을 할 수 없으므로, 대기업은 스타트업을 M&A하거나, 투자를 하는 형태로 기술을 개발한다. 자체 기술개발에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스타트업은 각자 고유의 기술을 적용시킬 방안을 찾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협업으로 인해 연구개발의 분야를 넓힐 수 있고, 서비스 전체에 대한 기술개발 영역을 대기업이 직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런 환경에서 스타트업은 대기업이 못하는 부분을 찾아 그들과 국민의 불편을 덜어주는 연구를 수행하기 어려워진다. 더군다나 카카오와 SKT의 연구개발 분야가 넓어짐에 따라 핵심 인력의 유출도 예상된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직접 개발하지 않던 기술 파트를 자체 인력과 신규 채용한 인력을 기반으로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이 주어지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두번째, 인력자원의 분배가 균형을 잃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바에서 이어지는데, 인력 불균형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 늘 발생하는 문제이다. 대기업이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은 자체 기술개발을 기반으로 하되, 부족한 기능에 대해서는 구입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이 중 핵심기능을 개발하지만, 시장의 요구를 즉시 반영하기는 어려우므로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투자를 통해 기술개발을 진행하는 사례가 최근 증가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양사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은 스타트업을 비롯한 중소기업의 인력이 대기업으로 유출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는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것보다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혹은 기업을 인수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기술개발 분야가 확장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기술기업을 인수하여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일견 타당해 보인다. 이러한 예상은 단기적으로는 타당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인적자원의 분배가 대기업에 편중되는 현상으로 나타날 확률이 높다. 사업영역 확장으로 기술 개발 대상 범위가 넓어지고, 단기적으로는 기업 인수와 인력채용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중요 기능에 대한 기업인수 러시가 마무리되면, 그 후로는 인력자원의 확충이 있을 뿐이다. 즉, 스타트업이 만성적으로 겪고 있는 인력난이 심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시장을 주로 타겟으로 한다는 점이다. 각종 소식에서는 양사의 파트너십 체결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을 언급하였다. 글로벌 거대 공룡 ICT 기업의 침투에 맞서는 구국의 영웅이라는 형태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번 사례로 국내에 진출하는 애플이나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의 진입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의 합이 약 30조원이지만, 네 기업 중 가장 작은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은 2019년 10월 19일 기준으로 약 625조원 수준이다. 무려 20배가 차이가 난다. 더군다나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은 사업 영역이 클라우드를 비롯하여 커머스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광범위하다. 그들의 입장에서 이번 파트너십에 대한 이슈는 스타트업이 체결한 수준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양사가 협력하여 글로벌 거대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니치마켓인 국내 시장을, 글로벌 기업에 비해 중소기업 수준인 두 회사가 협업하여 돌파구를 찾는다는 논리가 된다. 진짜 문제는 이미 두 기업은 그 틈새시장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번 발표가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규모가 한정적인 특정 지역에 대한 협업이라면 이런 언급은 필요가 없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이미 자리 잡은 대기업 둘이, 글로벌 관점에서 당사자가 작은 규모이므로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대응하고자 한다는 논리는 결국 국내에서 더욱 니치한 시장까지 영향력을 넓힌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이번 양사의 파트너십은 향후 발전방향에 따라 스타트업 생태계에 도움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간편한 결제모듈을 사용하여 인도나 방글라데시에서 현금 결제시장을 전자지불시장으로 이끌어들이려는 우버의 시도에서 이런 사례는 충분히 참고할만하다. 우버가 오늘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버 머니(Uber Money)를 출시하여 우버 사용자를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소액대출 기능과 수수료 없는 직불카드 결제 등이 골자인 이번 계획은, 글로벌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 대기업이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취해야할 자세라고 볼 수 있다. 포화된 자국시장에서 스타트업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공략하기 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전략적 협업관계 구축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례는 더욱 암담하다. 카카오와 SKT는 공격적인 인재영입에 나설 것이 불을 보듯 뻔하고,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침범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더욱 좋은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게 되고, 글로벌 서비스를 사용한다는 자부심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신발에 길들여진 원숭이 우화에서와 같이 자생력을 잃은 국내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분야의 기술경쟁력은 악화로 치닫게 될 것이다. 기업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은 막을 수 없다. SKT나 카카오도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이런 경우라면 스타트업 생태계가 원활하게 지속될 수 있도록 기술의 고강도 집약이 필요한 분야로 한정짓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사안이다. 결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건강해야 유니콘 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상기해야 할 것이다. 

[스타트업투데이=장재빈 기자] jaibin.jang@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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