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학 와이어반컬쳐 대표
윤순학 와이어반컬쳐 대표

[스타트업투데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출퇴근용 케이블카가 있다면?”

출퇴근 시간대 서울, 수도권의 주요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이젠 매일 겪는 일상사가 돼 그러려니 하고 말지만 어떤 때는 드론 자동차로 변신해 줄지어 앞선 차들 위로 슝~하고 날아가는 재밌는 상상을 떠올리기도 한다.

‘광화문, 종로, 청계천, 남대문, 남산을 넘어 한강, 강남까지 케이블카로 갈 수 있다면?’, 가정이지만 아마도 단숨에 대박 상품이 될 것이다. 지금으로선 실현 가능성은 없겠지만 수천억, 수조 원대의 지하철, 도로 건설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안하면 곱씹어 볼 아이디어다. 상대적으로 건설비가 저렴하며, 공해 없는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 도심 교통수단으로도, 또 잘만하면 도심 서울을 조망하는 관광아이템으로 짭짤하게 돈 버는 효자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케이블카는 실제 세계 곳곳에서 도심 교통수단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해발 3천미터가 넘는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 이 도시는 인구 2백만이 오가는 만성적인 도로 정체, 교통난 해결을 위해 10km의 도심 지상 케이블카를 설치했다. 

5개 구간 운행에 하루 16만 명을 실어나르는 라파스의 최고 교통수단이 됐고, 노선길이 최장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앞으로도 20km의 추가 구간이 건설된다고 하니 세계 최고의 도시 케이블카 왕좌의 자리는 이미 떼놓은 당상이다. 화려한 자연 풍광이 아닌 북적거리는 사람 사는 도시를 하늘에서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이곳만의 특색이다.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도 도심 케이블카는 교통수단으로 도입, 활용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출근하면서 도시의 하늘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퇴근할 때 아득해져 가는 석양 노을과 함께 도시의 하루를 정리하는 정말 근사한 장면 아닌가?

 

추억을 부르는 서울 남산케이블카

서울 남산케이블카는 58년째 운행 중인 한국 최초, 최고령 케이블카다. 1962년 ‘은하수’, ‘무지개’ 두 대의 차량으로 처음 개통돼 이제 곧 환갑을 맞는 서울의 명물이다. 필자도 어릴 적 지방 친척 사촌들이 서울 구경 올 때 안내한답시고 타 본 경험이 전부다. 구간 길이가 700미터에 미치지 못해 타자마자 순식간에 마치는 짧은 여정이지만 서울 도심 한복판과 남산 기슭을 조망하는 꽤 아름다운 풍경이 최고의 매력이다.

당시에는 특별한 관광자원이 빈약한 서울이었기에 남산케이블카는 나들이 나온 여행객들에게 주말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에게 인기 만점의 관광코스였다. 한때 침체를 겪기도 했지만 수많은 한국 영화 속 배경으로도 등장하고 최근엔 한양도성길, 남산타워, 남산공원 일대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관심을 끌면서 이곳은 여전히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통한다. 

‘서울 촌놈’이란 말을 들어 봤는가? 서울 사는 사람들이 오히려 남산타워와 남산케이블카 한 번 안 타본 이들이 많다고 하는데 바로 이들을 가리켜 하는 우스갯소리다. 한때 남산타워 전망대, 여의도 63빌딩 전망대는 지방에서 온 단체관광객들로 주말마다 북적였지만 나 역시 아직까지 한번 가보지 못한 진짜 ‘서울 촌놈’이기도 하다. 

남산케이블카 다음으로 역사를 자랑하는 케이블카는? 부산 금정산 케이블카(1966년), 설악산(권금성) 케이블카(1971년), 구미 금오산 케이블카(1974년)로 계보가 이어진다. 그 중 49년째 운행 중인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는 2~3시간 힘든 등산 고행을 하지 않고도 비교적 쉽게 설악산의 정상 자락을 감상하고 멋들어진 오색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대표적 관광자원으로 통한다. 

남산케이블카와 살악산 케이블카도 연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이용할 정도로 여전히 인기 관광상품이지만 오랜 역사의 산물인 만큼 이 두 곳의 케이블카는 당시 군사독재정권의 대표적인 특혜성 이권사업이었다고 전해진다. 그 시대의 권력의 힘이야 뭐 어디 새삼스런 일도 아니지만.

 

케이블카 트로이카(?) 시대! 

지금 남해에는 세 개의 케이블카가 국내 최고 관광케이블카의 자존심을 걸고 경쟁하고 있다. 통영, 여수, 목표에 있는 해상케이블카가 그것이다. 2008년 개통한 통영 미륵산 해상케이블카는 국내 관광케이블카 흥행의 원조 격이라고나 할까. 산악형이지만 바다 조망이 더 좋은 케이블카로 알려져  누적 방문객 수가 1,400만에 달한다. 

통영항, 한산도, 화도, 비진도를 포함한 한려수도를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컨디션이 황금알을 낳았다. 매년 평균 200억 원 매출에 30억 원의 수익이라니. 이 정도면 통영 최고의 효자 관광상품이다. 동피랑마을과 한산도, 통영항 주변의 맛집 투어와 엮어 최강의 전력을 자랑한다. 통영을 방문하는 외지 관광객에게 케이블카와 스카이라인 루지는 최애(崔愛) 체험코스이기도 하다.

‘바다 조망’을 내세운 케이블카가 뜨자 여수는 아예 케이블카를 바다로 내보냈다. 2014년 수정동 자산공원과 돌산도 돌산공원을 연결하는 1.5km 길이의 여수 해상케이블카가 운행을 시작했다. 해마다 100만 명 넘는 사람이 찾고, 2017년은 216만 명으로 정점을 찍기도 했다. 작년에는 240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남 최고의 관광자원으로 부상했다. 돌산대교와 여수항, 오동도, 이순신. 거북선. 지역 장점과 딱 맞아떨어지는 히트 아이템이 될 법하다.

올해 2019년 9월. 막내로 입성한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현재 국내 최장 케이블카로 길이가 3.2km에 이른다. 개통 2개월 만에 방문객이 37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유달산과 목포 구도심, 확 트인 바다를 끼고 도는 조망코스는 조만간 이곳이 대한민국 케이블카계(界)의 최강자로 군림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통영, 여수, 목포는 이미 남도지방에서 앞서 가는 항구도시이자 관광지이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낳고 있는 해상케이블카에 미소가 가득해지고 있다. 하지만 행복은 언제까지일까? 장래가 밝지만은 않다. 

 

우후죽순 관광케이블카, 행복 끝, 고행 시작(?)

통영 인근의 사천 바다케이블카(2018년 4월 개통, 2.4km)에 이어 거제 학동케이블카(2020년 예정, 1.6km), 해남~진도 울돌목 해상케이블카(2021년 예정, 약 1km)도 추진 중이라 수년 후 이 곳 남해 인근에만 최소 6곳 이상의 해상케이블카가 각축전을 벌이게 된다. 

통영, 여수, 목포, 사천, 진도, 거제가 바다 조망을 내세운 비슷한 콘셉트의 케이블카로, 별반 커지지 않는 관광객 파이를 나눠 먹어야 할 판이다. 갑자기 중국 등 해외관광객이 몰려올 계제도 아니지만 이쯤 되면 경쟁이 아니라 혈투가 된다. 보기에 조금씩 다를 뿐 남해 앞바다의 풍광이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이 뿐인가? 이미 부산에도 송도케이블카(2017년 6월, 1.6km)가 현재는 어느 정도 인기를 얻고 있지만, 해운대 해상케이블카(해운대~이기대코스) 재추진이 논의 중인데 이 사업이 성사, 완료되면 2024년에는 4.2km 이상의 국내 최장 케이블카가 새롭게 탄생하게 된다. 해운대의 고층빌딩 숲과 해변의 풍광이 어우러진 최고의 케이블카 관광상품으로 등극할 수도 있다.

바다 조망 케이블카는 이외에도 전국에 여럿 더 있다. 이미 운행하고 있는 삼척 해상로프웨이(2017년 9월 개통, 0.87km)에 이어 화성 제부도 해상케이블카(2021년 예정, 2.12km), 강화 석모도 해상케이블카(2021년 예정, 1.8km), 포항 영일대 해상케이블카(2021년 예정, 1.8km), 울산 대왕암공원 케이블카(계획 중) 등이 제각각 추진 중이다. 이러다가 전국 삼면의 주요 항구도시마다 해상케이블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지역발전을 갈망하는 주민의 절대적 지지 아래 진행되는 사업도 있지만 일부 지역은 지역주민의 반대로 향후 성사가 불투명한 사업도 있다. 공통점은 성과를 내고 싶은 지방자치단체와 일부 이권기업의 앞선 과욕이 있다는 것이다. 케이블카 열풍은 바다, 육지를 안 가린다

설악산 오색양양 케이블카는 이미 8년간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사례로 올해 사업통과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올해에도 천연서식종 보호 및 이런저런 환경보호의 이유로 최종 환경영향평가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반면에 강원도 주민과 민간단체의 반발이 거세 향후 재추진 여부가 관심거리다. 지역 관광 활성화와 생태계, 환경보호는 동전의 양면이다. 

육지의 케이블카 건설 열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제천 청풍호반 케이블카(2019년 3월 개통, 1.56km)에 이어 춘천 삼악산 케이블카(2020년 예정, 3.6km), 대구 달성군 비슬산참꽃 케이블카(2022년 예정, 1.83km), 포천 산정호수 케이블카, 영광 불갑산 케이블카(계획 중), 지리산 케이블카(계획 중) 등이 추진 중이다.

대전시, 청주시, 옥천군, 보은군에 걸쳐 있는 인공호수인 대청호에는 대전시가 10km 노선의 대청호 케이블카 건설을 추진 중이다. 완공되면 아마도 국내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로 등극할 전망이다. 청주 청남대에서 출발, 대청호섬을 거쳐 대전시 계족산을 잇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미 내륙에는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정읍 내장산 케이블카, 금오산 케이블카, 완주 대둔산 케이블카가 있지만 등산, 단풍시즌 등 성수기를 제외하곤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에 운행 중인 관광케이블카 20여 곳 중 흑자는 통영, 여수, 송도 등 고작 3~4곳에 불과하다. 잘하면 대박이지만 아니면 쪽박, 계륵이 될 수도 있다. 이제 막 시작한 제천 청풍호반 케이블카, 목포 해상케이블카의 최종 성공 여부는 아직 두고 볼 일이다. 

사정이 이런데 지방자치단체 모두들 극소수 성공 사례에만 눈길이 가는 모양이다. 우리 지방자치단체의 유사, 모방, 따라하기 관광상품 만들기가 어디 비단 케이블카뿐인가? 출렁다리, 레일바이크, 스카이워크, 번지점프, 집라인, 루지. 

모두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성공모델이 나오면 질세라 그대로 베껴서 따라하는 관행은 이미 고질적이다. 지역마다 지역의 특색과 강점이 다르지만 별반 차별 없는 시설 인프라 위주로 정책 우선순위가 매겨지고 있다.

 

케이블카도 콘셉트와 콘텐츠, 마케팅이 필요한 시대

도심 속 지상이든, 바다 조망이든 오늘날 케이블카는 매우 중요한 관광 아이템이다. 현재 우리처럼 전국에서 콘셉트의 차별화 없이 비슷비슷한 케이블사업은 이제 지양할 필요가 있다. 조망이 훌륭하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지역 스토리텔링과 운영 콘셉트에 따라 얼마든지 명물이 될 수 있다. 운행 길이로 경쟁할 필요도 없다. 

케이블카는 영화 속 단골 배경이 되기도 한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는 세계 세 번째로 건설된 07년 역사의 명물 케이블카가 있다. 1.5km의 비교적 짧은 구간임에도 아름다운 리우 해변과 예수상을 조망할 수 있는 ‘봉지뉴’라 불리는 이 케이블카는 제임스본드(로저무어)의 007시리즈 등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액션물에 단골로 등장하는 로케이션 장소로도 인기다. 

싱가폴 본 시가지와 휴양지 센토사섬을 잇는 케이블카는 안 그래도 유명했지만 지난해 4월 이후로 더욱 프리미엄이 붙은 명소가 됐다. 세기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곳이라 일반 관광객들이 느끼는 감회는 남다를 것이다. 이도 보면 사람처럼 운(運)이 있어야 할 듯. 이야기가 붙어야 힘이 솟는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한 프랑스 몽블랑, 스위스 알프스 정상부근에는 배테랑 산악인이 아니어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 부근의 절대 경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스위스는 케이블카 관광 천국인데 국토 60%를 차지하는 산지 곳곳에 케이블카 2,500개를 설치했다.

오스트리아도 2,900여 개의 다양한 케이블카를 운영하며 연간 1조 원이 넘는 막대한 관광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용객만 연간 7,000만 명에 이른다. 높은 산에 올라 쉽게 트레킹을 하도록 케이블카를 몇 번이고 갈아타며 산 정상까지 가는 노선이 있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의 케이블카는 분명 관광객을 위한 이동 수단으로 여행객의 산악 이동 시 환경훼손을 막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더불어 관광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덤이다.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아바타’의 배경은 중국 장가계인데 천상의 선계에 온 듯 신비한 모습은 전 세계인을 불러 모은다. 

장가계에는 약 7.5km가 넘는 케이블카가 있어 과거에는 범접하지 못하는 곳까지 관광객을 실어나르며 막대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 케이블카 이외에는 도무지 갈 수가 없으니 환상 같은 천혜자연은 자연스럽게 보존되고 있다.

스위스, 오스트리아처럼 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알프스라는 엄청난 자연 유산의 케이블카가 효과적인 자연보호 대책과 관광산업으로 톡톡히 기여하고 있음을 참고해야 한다. 설악산, 지리산 등 산악 케이블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고 굳이 도입한다면 등산로 통제 대책, 입산객 조절 등 종합적인 환경보호 대책이 수반돼야 한다. 

최근 통영케이블카는 발 빠르게 이색 마케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탑승객에게 간단한 먹거리를 주는 ‘기내식’이다. 항공서비스를 받는 것처럼 작은 성의에 관광객들도 반기고 감동한다. 연등행사도 하고 계절별 작은 이벤트도 진행한다. 송도케이블카도 올여름 고객 유치 이벤트를 별도로 개최했다.  선두주자답게 앞서 나가는 모습이다. 지역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케이블카를 무조건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 하려면 제대로, 이왕이면 가치 있게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판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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