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문 회장. (출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박재문 회장. (출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스타트업투데이] 30여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정보통신기술(ICT)의 표준 제정, 보급 및 시험인증 지원을 수행하고 있는 법정기관이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5G 국제표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ICT 분야의 독보적인 전문가이자 2016년 10월 취임해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를 이끌고 있는 박재문 회장을 만나 2019년 가장 뜨거웠던 ICT 분야 이슈와 2020년의 ICT 관련 전망을 들어봤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이하 TTA)에 대해 소개해달라.

TTA는 우리나라 정보통신 표준화기구로 국내 ICT 표준을 제정하고 있다. 또한, 국제 표준화 기구(Global Standard Committee·GSC)의 일원으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이동통신표준화기술협력기구(3GPP),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와 같은 해외 여러 국제표준화 기구와 협력해 우리나라의 ICT 기술이 국제표준에 반영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급변하는 ICT 시장 환경에 발맞춰 세계 수준의 고품질 시험인증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우리나라 ICT 제품이 국제 공인 품질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이를 통해 우리 제품의 국제무대에서의 시장 경쟁력을 높여 우리나라 ICT 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1988년 창립 이래 TTA는 이동통신, 네트워크, 디지털 방송, 소프트웨어 등 ICT 전 분야에서 그동안 18,000여 건의 표준을 제정해 왔다. 이들 표준에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LTE와 같은 우리 귀에 익숙한 이동통신기술표준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최근 제정된 5G 차세대 이동통신기술도 TTA에서 채택한 기술표준이다. 

통신 분야 외에도 디지털TV표준에서부터 고품질 방송기술인 UHD방송기술표준에 이르기까지 현재 우리가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고 있는 휴대폰, TV 등 많은 ICT 제품에는 TTA에서 제정한 기술표준이 적용되고 있다. TTA에서 시험하고 인증된 제품이 다수 있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종래의 ICT 표준화 및 시험인증기관의 위상을 넘어 지능정보사회의 기술 기반을 단단하게 다지고 융합기술과 스마트 산업의 성장을 선도하는 중추기관으로 도약해 나가고 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장에 취임한 지 3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소회가 어떤가?

취임할 당시 떠오르던 화두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전통적인 ICT 산업 환경 속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들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며 시대의 변화를 예고했다. TTA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나라 ICT 산업의 표준 및 시험인증 전문 기관으로서 많은 기여를 해왔지만 새로운 ICT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에 잘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조직과 인프라의 정비가 필요했다. 기존 산업의 버티컬 구조와 경계가 허물어지고 상호 이종산업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맞춰 TTA 역시 부서 간 소통과 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직과 인프라를 강화해 왔다.

 

최근에 거둔 대표적인 성과를 든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개체들의 연결과 융합이다. 사람 간의 통신을 넘어 예를 들면 차량과 차량 그리고 차량과 도로교통시스템 간의 통신 등 매우 다양한 개체(Thing) 간 통신을 요구하고 있으며 각 개체를 연결하는 통신방식도 기존의 음성이 아닌 데이터와 멀티미디어를 통한 다양한 융합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 보다 진보된 이동통신망이 절실히 필요했다. TTA가 그동안 집중적으로 노력해서 얻은 대표적인 결실 중 하나가 바로 5G 이동통신 국제표준화 성공과 이에 기반한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첨단 통신망을 통해 연결되는 다양한 통신 개체들의 신뢰성을 국제수준으로 담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글로벌 IoT시험인증센터’를 개소하고 우리 ICT 기업의 국제 경쟁력 향상에 일조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식 정보화 산업의 기반이 되는 소프트웨어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성능 컴퓨팅(HPC) 이노베이션 허브’를 구축해 국내 컴퓨팅 산업의 국제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으며 ICT 관련 기관 국내 최초로 ISO 21001:2018(교육기관 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을 인증받아 표준화 및 시험인증 품질 전문인력 양성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공직생활 대부분을 ICT 분야에서 보낸 정보통신 전문가로서 우리나라 정보통신 기술의 현주소를 진단하자면?

1980년대부터 ‘산업화는 뒤처졌지만 정보화는 앞서 가자’란 슬로건을 내걸고 정부 주도로 국가사회 정보화와 정보산업 육성을 통한 정보통신정책을 강력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UN 산하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매년 각 국가의 정보통신 수준을 몇몇 분야별로 조사해 발표하는 정보사회측정 보고서에서 초고속통신망 보급률 속도, 인터넷 보급률, ICT 이용도 등을 종합한 ICT 발전지수에서 세계 최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이러한 통계 지표상으로만 아니라 실제로도 4차 산업혁명의 신경망이라고도 일컬어지는 5G 차세대 이동통신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ICT 코리아’의 위상을 굳히며 국제사회로부터 그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소프트웨어나 시스템 반도체, 일부 소재·부품 등 모든 ICT 제품의 구성요소이지만 아직 글로벌 경쟁력이 다소 미흡한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요구되고 있고, 또한 향후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융합 산업 분야에 대한 ICT 융합 표준을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산업으로 연결해 가야 한다. 

1 HPC 이노베이션 허브 현판식에 참석한 박재문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2 ICT 기술사업화 페스티벌에 참석한 박재문 회장(왼쪽).  3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박재문 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축하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4 미국디지털방송표준화단체(ATSC)와의 MOU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박재문 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출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1 HPC 이노베이션 허브 현판식에 참석한 박재문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2 ICT 기술사업화 페스티벌에 참석한 박재문 회장(왼쪽). 3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박재문 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축하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4 미국디지털방송표준화단체(ATSC)와의 MOU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박재문 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출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평소 ICT 융합 표준화를 강조해왔는데 이유가 뭔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을 설명하는 여러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융합(融合)’이다. 융합이란 서로 다른 종류의 것을 녹여 하나로 합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산업에서의 융합은 기존에 있는 기술, 제품, 서비스 등을 엮어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융합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표준이다. 과거에는 자동차나 통신처럼 개별 산업별로 통용되는 표준을 만들면 됐지만, ICT가 전 산업에 융합돼 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전 산업을 아우르는 ICT 표준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만약에 스마트시티를 하는 사람들이 도시 인프라만 보면서 표준을 만들게 되면 스마트자동차와 스마트도시 인프라 간 소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ICT표준화가 과거에는 통신, 통신기기, 소프트웨어를 각각 개별적으로 접근했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 융합의 시대, 기초를 표준으로 다져야 나중에 전(全) 산업 간 새로운 융합이 원활하게 일어날 때 그 산업의 기초가 단단해질 수 있다.

 

끝으로 올해를 마무리하며 가장 뜨거웠던 ICT 분야와 2020년을 달굴 이슈에 관해 얘기하자면?

올해의 키워드 중 하나를 꼽으라면 세계 최초 5G 상용화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4차 산업혁명의 실현을 가속화할 기반이 될 것이다. 내년부터는 5G 네트워크를 활용한 다양한 기술·산업간 융합서비스가 보다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이다. 

또한, 지식정보기반의 새로운 서비스가 실제 산업과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적용되면서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등 최근 ICT를 구성하는 3대 기술요소를 활용한 스마트공장 및 자율주행차와 같은 다양한 융합서비스들이 정착을 시도하며, 그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향후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기술 개발, 산업간 융합에 따른 신규 서비스의 발굴과 시장 개척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박재문 회장은···

서울대학교에서 공법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튤레인대학교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정보통신부(지식경제부로 통합)에서 정보화지원과장과 지식정보산업과장을 지냈고,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진흥단장으로 일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대변인, 융합정책관, 네트워크정책국장을,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정보화전략국장과 연구개발정책실장을 역임했다.

[스타트업투데이=임효정 기자] 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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