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금 조달에 관한 몇 가지 상식 ②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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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이론적으로는 창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 또는 창업지원 전문 기관을 찾아서 상담을 하고 조달을 받으라고 하지만 사실 창업 초기의 창업자들이 기관을 찾아 실제 조달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기관들이 자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창업자의 성과와 자금 상환 능력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데, 초기 창업자들은 그러한 성과나 능력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업 초기에는 기관보다는 개인을 접촉하는 것이 조달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고 창업자들의 좌절감도 줄일 수 있다. 

물론 개인이라고 해서 조달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창업자를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어 개인적인 신뢰나 관계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 개인적으로 접근하라고 권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외부에 보여줄 만한 실적이나 성과가 없는 초기에는 창업자를 잘 아는 개인들, 믿어주는 지인들, 관계가 있는 특수인들이 창업자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그 사업이 어떤 사업인지, 향후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잘 알기 때문에 자금을 제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창업을 생각하는 예비창업자들은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문턱 높은 금융기관, 정부기관을 먼저 찾기보다는 주위에 나를 알고 있는 개인들, 나의 창업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들을 먼저 찾아보는 것이 훨씬 조달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자금 조달을 위해 접근할 수 있는 개인들

창업자 가족, 친지, 친구

창업자들이 창업자금이 부족할 경우 가장 먼저 생각하는 대상이 집안의 식구들, 친지들이다. 창업자를 어릴 때부터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가족이나 친지들은 창업 아이템을 잘 알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계산한 후 자금을 제공하기보다는 창업자와의 관계로 인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제공한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이 단계에서 가족과 친지, 친구를 이야기하는 것은 창업의 성공 가능성보다는 자금 조달 가능성이라는 면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자금 조달 가능성이 높은 것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이런 창업자들 때문에 요사이 연로한 노년층에게는 자식 조심하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부모들에게 목돈이 있는 것을 자식들이 알면 사업한다고 지원을 요청하기 때문이다. 그다음이 친구와 지인들이다. 역시 창업자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다. 창업자의 장단점과 능력, 배경, 성공 가능성까지 가장 가까이서 봐 온 사람들이다. 

서양에서는 이렇게 창업초기에 자금을 제공할 수 있는 개인들을 영어로 Family, Friends, Fools, 즉, 3F라고 한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바보들이다. 마지막에 있는 바보는 실제 인물이 아니라 비유한 것으로 창업초기에 창업자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사람은 사업성을 따지지 않고 자금을 주는 바보와 같은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창업 초기에 자금을 주는 것은 위험하고 회수할 확률이 아주 낮다.

그러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창업자 입장에서 보면 초기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개인집단이 3F다. 창업초기에 사업 성공 가능성을 평가한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가능성을 따지기보다는 일단 밀어주면서 성공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창업자의 열정과 용기, 에너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창업 자금을 가족이나 친구, 친척에게 조달하면 많은 문제점이 있으니 가급적 피할 것을 권유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조달하기는 쉽지만 막상 조달하고 나면 개인적인 인연으로 엮여있는 관계 때문에 사업을 수행하면서 회사의 경영(결정)을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하지 못할 우려가 있고, 이것이 추후 사업진행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맞는 지적이다. 다만 창업자가 이러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미리 강구해 둬야 할 것이다.

 

창업 팀, 사내 임직원, 사업 관계자, 거래처, 기타 관계인

창업자 주위의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당사자들은 의외로 많다. 우선 같이 창업을 한 창업 멤버들은 가장 가까운 조달처가 된다. 사업의 동기와 내용, 향후 전망과 가능성까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동업자들이다. 서양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자금을 공동으로 조달하는 당사자들이다. 

그리고 창업회사에서 일하는 임원과 직원들도 사실은 자금 조달 대상이다. 물론 거액의 자금을 소유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임직원들이야말로 사업의 내용과 비전, 창업자들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이다. 

여러 사람들이 소액을 모금해 상당액을 모을 수도 있다. 회사 주식을 공유할 수도 있다. 이른바 임직원 주주들이다. 열심히 일해서 회사가 성공하면 자신들의 투자수익도 같이 증가하기 때문에 가장 열심히 일하고 투신할 사람들이다. 

창업자의 사업에 원료나 부품을 납품하거나 창업자의 제품을 구매하는 거래처나 고객도 아주 유력한 자금 조달처다. 거래를 하면서 사업 이익도 남길 수 있지만 자금 투자를 하면 사업 이익과 자본이익(투자이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일거양득이다. 

거래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면 해당 거래처들과는 더욱 끈끈한 관계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고, 보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자금 조달로 인한 금융파트너로서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업파트너로서의 관계도 맺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탄탄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거래처와 자금 조달을 하는 수단도 다양하다. 자금 조달이라고 해서 반드시 돈을 회사에 납입하는 형태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거래처와의 거래에서 이루어지는 자금 흐름에서 지불을 유예하거나 지연해주는 것도 일종의 자금 조달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부품 납품처에는 납품대금을 지불할 자금이 부족할 경우, 대금 지급을 일정 기간 늦추거나, 납품처로부터 받아야 할 대금을 미리 받는 것도 일종의 자금 부족을 해결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일종의 자금 조달이라고 볼 수 있다. 

혹시 사무실이나 공장을 임차하고 있다면 임차인과도 자금 조달을 거론할 수 있다. 임대료를 대상으로 임대료를 안 받는 대가로 그 액수만큼 창업자에게 투자를 하거나 융자를 해주는 것으로 계약할 수도 있다. 초기에 자금 부족으로 임대료를 지불할 만큼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임대료를 면제하고 임대료만큼 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하고 지분을 주든 이자를 지불하는 것으로 할 수도 있다. 

회사를 도와주는 전문가 그룹들에게도 자금을 요청할 수 있다. 알고 지내는 금융기관 임직원, 컨설턴트, 변호사, 변리사, 언론인 등도 자금 조달 대상이 될 수 있다. 각자 소속된 조직은 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창업자의 사업에 관심이 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규모 있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을 확률은 낮지만 소액의 십시일반식 자금 조달은 가능할 수 있다. 그 사람들이 자신들의 지인이나 친구들을 별도로 동원할 수도 있다. 

조달 규모가 크지 않다면 이런 부류의 전문가들로부터의 조달은 의외로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로부터 받는 자금을 이른바 똑똑한 돈(Smart Money)이라고 부른다. 돈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전문성과 자문이 같이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자금 조달처로는 지금까지 거론한 것 이외에도 더 있을 수 있다. 창업자들의 사정에 따라 조달할 수 있는 개인이 다를 수 있지만 이 외에도 훨씬 더 폭넓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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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펀딩이 대세

최근 자금 조달의 큰 흐름 중 하나가 온라인 자금조달수단인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다. 온라인 사이트에 사업계획서나 아이템을 올리면 일반 개인이나 단체가 개별적으로 자금을 제공하는 대중적(Crowd) 조달 방식이다. 

사업 내용이나 아이템이 유망할수록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금 조달도 쉽게 된다. 대부분은 기술 창업의 대규모 자금조달보다는 소규모 아이디어 창업이 대부분이다. 지분투자형, 융자형, 기부형, 제품판매 형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조달 비용이 거의 없거나 아주 저렴해 창업초기에 세상이 창업자를 알아보지 못할 때 온라인에 자신을 노출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수단이다. 

창업초기 소액을 필요로 할 때 또는 아직 시장에서의 반응도 모르고 제품도 완성되지 않은 예비 단계에서도 사이트에 올려서 시장이나 고객의 반응을 보는 수단으로도 자주 이용된다. 흔히 창업준비 단계나 창업초기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검증받고 소액의 종잣돈(Seed Money)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젊은 층에서 많이 활용한다. 불특정 다수의 관심과 기부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고, 생각하는 아이템의 시장 반응을 조사하는 수단으로도 이용된다. 개발을 완성한 제품을 판매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의 자금 조달 수단이다. 

 

리스나 렌탈로 해결한다

창업자금 조달의 수단으로 필요한 장비나 시설, 차량 등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빌리거나 장기 임대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자금이 부족할 경우 직접 구매를 하면 한 번에 많은 자금이 필요하지만 직접 소유하지 않고 임대를 하면 임대료만 지불하면 된다. 직접 소유하지 않고 임대해서 사업을 할 수 있으니 간접적인 자금 조달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금융기관이나 전문적인 리스 혹은 렌탈기업에서 아주 전문적인 방법으로 많은 아이템을 임대하고 있어 막대한 직접 구입 대신 적은 임대료나 사용료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자들은 모든 것을 구입하거나 한꺼번에 하려고 하지 말고, 가능한 한 빌려서 사용하거나 일시적으로 필요할 때만 빌려 쓰는 방식을 채택하면 자금 조달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똑똑한 돈(Smart Money), 눈먼 돈(Dumb Money)

돈이라고 다 똑같은 돈이 아니다. 같은 금액의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제공자가 창업자에게 다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에 따라 구분하는 용어다. 자금을 제공하면서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는데 도움을 주거나, 고객을 발굴하는데 도움을 주거나, 기술을 개발하는데 자문을 할 수 있거나, 외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역할을 하거나, 해외 진출하는데 연결을 해주는 등 자금제공 기능 이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본을 유치하는 것이 더 좋다. 자금 조달은 자금 유치와 함께 회사 후원자를 모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이나 사업을 잘 모르는 개인들보다는 창업 또는 경영을 해 본 경험이 있는 개인이나 기업 경영 전문가, 컨설턴트, 대기업 출신 개인, 벤처캐피탈과 같은 곳에서 자금을 조달하면 일반적으로 다른 도움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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