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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의 생생칼럼] 4차 산업혁명 말로만 할 것인가?
[이강국의 생생칼럼] 4차 산업혁명 말로만 할 것인가?
한 번 뒤처지면 만회할 기회가 없다
  • 이강국 전) 중국 주시안 총영사
  • 승인 2020.01.1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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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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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금지법’ 갈등이 여전하다. 지난 12월 5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운수법)」 개정안은 만장일치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 심사소위를, 연이은 다음 날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까지 통과했다. 

이 여객법 개정안은 렌터카의 관광 목적으로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차 등에 한정해서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대여 시간은 6시간 이상, 대여 또는 반납 장소는 공항이거나 항만인 경우로 한정된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정부가 기존 택시 업계의 이해와 혁신성장 사업의 갈림길에서 갈팡질팡하던 사이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가 사실상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면 렌터카 기반의 승차공유 서비스로 혁신성장 및 공유 경제 부문의 최대 현안 ‘타다’는 사실상 좌초 위기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의 좌초 논란과 함께 공유 경제 속에서 급성장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경쟁에서도 국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말 이해가 안돼서 가슴이 답답하다”며 “이렇게 미래를 막아버리는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 또 다른 미래 역시 정치적 고려로 막힐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수없이 올라오는 시민의 불편과 선택의 자유 제한에 대한 여론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립프로그 전략

우리가 주춤하고 있는 사이 중국은 앞으로 치고 나가고 있다. 중국의 발전은 자기 키의 몇 배로 점프하는 개구리처럼 크게 성장하는 것을 의미하는 립프로그(Leapfrog)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립프로그는 낙후된 환경에서 기술혁명 덕분에 첨단기술이 경제생활 전반에 급속히 보급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일례로 유선전화 시대에서 휴대전화 시대로 넘어간 중국은 신용카드 시대를 뛰어넘어 스마트폰 간편 결제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기술혁명을 추진하는 신산업 기반 플랫폼들과 기존 산업들과의 이해충돌 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법 개정 또는 제정에 따른 시간 소요 등 신산업의 혁신과 성장에 걸림돌이 많은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중국은 이러한 제약에 걸릴 일이 많지 않은데다 사회주의 효율성도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의 창업 열기 또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에서 이름을 날리는 IT 기업들은 비교적 역사가 짧은 벤처기업이며,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사업 영역을 급속도로 확장해가고 있다. 필자는 시안에 근무하면서 창업기업들의 위력을 현장에서 실감한 적이 있다. 

 

창업기업의 위력

시상(西商, 시안 출신 기업가) 대회에서는 참여하는 연사들의 발언을 중국어와 영어로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스크린에 띄운다. 동시통역사나 속기사 없이 청중들의 편리함을 대폭 제고하고 있다. 

현장에 있던 필자가 알아본 결과, 이는 아이플라이텍(커다쉰페이) 기술로 가능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플라이텍은 안휘성 허페이(合肥) 중국과학기술대학교에 다니던 한 학생이 창업한 회사로 중국의 음성인식 시장의 70% 수준을 장악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막식 밤하늘을 수놓은 1,218대의 드론이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때가 있었다. 드론 군단은 인텔 기술이었다. 몇 개월 후 중국 시안에서는 평창 드론쇼 때 등장한 것보다 100대 이상 더 많은 1,374대의 드론으로 ‘시안 성벽 드론쇼’가 개최됐다. 당시 드론쇼는 ‘세계 최대 드론 동시비행’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1,374대의 의미는 시안 성벽의 길이가 13.74㎞라는 것과 2013년 일대일 정책이 제창된 후, 중국이 74개 국가와 일대일로 협력문서(MOU)를 체결한 것 등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시안 성벽 드론쇼를 이끈 건 세계 상업용 드론시장의 약 70%를 장악하고 있는 ‘디제이아이(DJI)’사의 기술이었다. 디제이아이를 26세에 창업한 왕타오(汪滔) 대표는 1980년대 생 바링허우(八零後)다. 

미국에 우버가 있다면 중국에는 디디추싱이 있다. 우버에 이은 세계 2위의 차량 공유 기업으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중국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다. 택시 호출 시장에서의 독점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고급 개인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대상 서비스, 카풀 서비스, 대리 기사 서비스, 통근 버스 서비스, 미니버스 서비스, 글로벌 렌터카 서비스 등으로 교통 서비스 영역을 다양하게 확장하고 있다. 디디추싱은 해외로도 눈을 돌려 일본, 호주 등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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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업 발전 막는 규제

1차 산업혁명 시대, 방직기가 등장한 상황에서 고용이 감소하고 실업자가 증가하자 노동자들은 실업과 생활고의 원인을 기계의 탓으로 돌리고 기계를 파괴하자는 운동을 일으켰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러다이트 운동이다. 빅토리아 여왕 시절 증기자동차가 출시되면서 마차 업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기존의 마차 사업을 보호하고 마부들의 일자리를 지키려는 조치로 1865년부터 소위 ‘붉은 깃발법’이 시행됐다. 

자동차의 최고속도를 도심에서는 시속 3km로 제한하고 마차가 붉은 깃발을 꽂고 달리면서 자동차는 그 뒤를 따라가도록 해서 자동차가 마차보다 빨리 달릴 수 없게 했다. ‘붉은 깃발법’은 영국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욕구를 감소시키는 원인이 됐고, 산업혁명의 발상지였던 영국이 자동차 산업을 먼저 시작하고도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독일과 미국 등에 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 모빌리티 시장은 미개척지이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런데 국내 기업이 규제를 받아 제대로 크지 못한 상황에서 거대한 해외자본이 치고 들어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세계는 치열한 경쟁의 장이다. 더구나 우리의 지척에 있는 코끼리 같은 중국이 무섭게 돌진해 오고 있다.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하고 정부가 눈치를 보고 결정을 미루고 있는 사이 국가 경쟁력은 떨어진다. 질 높은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눈 높이에 맞춘 신사업이 시작되면, 일단 신사업을 할 수 있게 한 다음, 이후 드러나는 장단점을 비교해 규제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다. 불법으로 막는 한국판 러다이트 운동이나 ‘붉은 깃발법’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스타트업들의 발목을 잡는다면 창조적 공유경제는 나올 수 없고 벤처·신산업은 결코 발전할 수 없다. 

지금 세계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해 생산성이 급격히 향상되고 제품과 서비스가 지능화되면서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가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한 번 뒤처지면 만회할 기회가 없다고 한다. 

과거 경제발전 과정에서 한국은 역동성이 있었고 책임 의식이 충만했으나 지금은 이러한 측면에서 많이 부족하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 나가자고 말하고 거창한 계획을 발표하고 있으나 타다 사태 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4차 산업혁명을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 발전을 이루어 가겠다는 공직자들의 굳건한 의지와 자세, 목전의 표나 정파적 이익이 아니라 국가의 백년대계를 먼저 생각하는 국회의 역할이 절실히 요망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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