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경쟁방지법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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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경쟁방지법이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은 부정경쟁행위와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방지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부정경쟁방지법은 타인의 상호, 제품 디자인, 영업방법 등을 무단으로 따라서 사용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금지, 예방청구 또는 손해배상청구 등을 할 수 있게 한다. 부정경쟁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각목에 정의돼 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각 목에 정의된 부정경쟁행위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가. – 나.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품/영업 표지 등과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혼동을 일으키는 행위

다.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품/영어 표지와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는 행위

라. - 바. 원산지·생산·제조·가공 지역, 상품의 품질, 제조방법, 용도, 수량 등을 부정하게 표시하거나 타인의 상품을 사칭하여 오인 혼동을 일으키는 행위

사. 협약국에 등록된 상표에 관한 대리인, 대표자가 해당 상표를 국내에서 사용하는 행위

아. 판매 대여목적, 사용방해목적 등 상업적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국내에 널리 이식된 타인의 상품/영업 표지와 동일 유사한 도메인이름을 등록·보유·이전하는 행위

자.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 대여, 수입, 수출하는 행위. 다만, 만들어진 후 3년이 지났거나 동종의 상품이 통상적으로 가진 형태를 모방하는 행위는 제외함

차. 사업제안, 입찰, 공모,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여 사용하게 하는 행위, 다만 이미 알고 있었거나 그 아이디어가 널리 알려진 경우에는 제외함

카.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부정경쟁행위에 대해서 금지청구권(제품의 폐기, 제거, 등록말소 등 행위 금지에 필요한 조치)과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법원은 침해자의 부정경쟁행위로 이익이 침해된 자의 신용이 회복됐다고 판단되면 신용을 회복하기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침해자에게 명할 수도 있다.

가 내지 나목의 경우 상표권으로 등록돼 있지 않거나, 식별력이 약해 등록되지 못하는 상표이거나, 등록상표의 권리범위에 미치지 않더라도 널리 알려진 상표를 보호하기 위한 조문이다. 

다만, 부정경쟁행위로 인정받기 위해선 소비자들 사이에서 오인 혼동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상표권의 경우 객관적으로 표장이 유사하다면 혼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봐서 침해로 인정하는 반면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주관적으로 수요자들에게 혼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지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정받기가 다소 까다롭다. 이는 설문조사 등을 통해 인정받을 수 있으며, 상호가 거의 동일하거나 선사용상호의 인지도가 높을수록 인정받기 용이하다. 

다목의 경우 가, 나목과 유사하지만 혼동 가능성에 대한 요건이 없다. 타인의 유명한 상표가 가지는 좋은 이미지나 가치를 손상시키는 소위 희석화 행위를 제재하기 위한 규정이다.

아목은 도메인이름을 사용할 것도 아니면서 타인에게 팔거나 사용을 방해하는 등의 부정한 목적으로 타인의 상표와 유사한 도메인이름을 등록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항목이다. 따라서 타인의 상표와 유사한 도메인이름을 단순히 보유하거나 자신이 사용할 목적으로 도메인이름을 등록하는 것은 부정경쟁행위로 보지 않음을 유의해야 한다.

타인이 판매 중인 상품의 외관을 카피해서 판매하는 것은 자목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제품의 외관이 갖춰진 후 3년이나 지난 후이거나 그 외관이 동종업계에서 누구나 사용하는 정도라면 보호가 되지 않는다. 제품의 외관은 가능하면 디자인권으로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문제가 많은 항목은 카목이다.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에서 순수한 아이디어를 보호해주지 않고 있기에 현실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돼 2013년 개정으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으로 신설됐던 조항이다. 

그 후, 새로운 차목(사업제안, 입찰, 또는 거래과정 등에서 알게 된 영업상 아이디어를 침해하는 행위)이 2018년 개정을 통해 추가됨에 따라 카목으로 밀려났다. 카목은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규정이다. 

카목을 지나치게 넓게 인정할 경우 지식재산권의 요건도 갖추지 못한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셈이되 지식재산권에 대한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사업을 먼저 시작했다는 사정만으로 유사한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면 독과점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이러한 아이디어는 지식재산권처럼 공보로서 공개돼 있지 않은 것이므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마치 눈감고 지뢰를 피하는 일이 돼버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하에서는 국내 부정경쟁방지법 관련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루이비통닭

외국에도 소개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루이비통닭 사건이 있다. 루이비통닭 사건은 패러디상표에 대해 제재를 할 수 있는 단초가 되고 있다. 일명 패러디 상표와 관련된 사건이다. 양평에서 영업 중이던 루이비통닭은 가게이름은 물론이고 간판과 치킨포장지에 루이비통의 로고를 사용했다. 이름은 ‘LOUIS VITONDAK’ 이라고 표시해 기본의 LOUIS VITON에 DAK을 추가로 결합했다. 그뿐 아니라 치킨을 포장해가는 박스 역시 루이비통 가방인 ‘모노그램’과 유사한 디자인을 갖고 있었다. 

상표권의 침해가 되기 위해서는 표장과 지정상품이 서로 유사해야 한다. 표장의 유사성은 다툴 여지가 없으나 상품의 경우 루이비통이 치킨집과 유사한 지정상품 또는 서비스업을 지정하지 않았기에 상표권에 기해서 침해금지청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루이비통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희석화 방지규정)을 근거로 루이비통닭에 대해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또한,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루이비통닭에 대해 상호 사용을 금지시켰으며 위반 시 1일당 50만 원을 지급하라는 화해권고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의가 없었기에 가처분 결정은 확정됐다.

하지만 루이비통닭 측에서는 상호를 ‘Louisvui tondak’으로 바꾸고 집기에 ‘Cha’를 붙여 ‘Cha Louisvui tondak’으로 적기도 했다. 화해권고결정에서는 ‘LOUIS VUITON DAK’의 사용을 금지했으니 이를 회피하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법원에서는 알파벳이 동일하며 바꾼 이름도 루이비통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1일당 50만 원씩 총 1,45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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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백

에르메스 켈리백과 버킨백의 지식재산권은 기간만료로 소멸했지만 법원은 이들의 가치를 여전히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진저백은 ‘에르메스’의 가방과 유사하게 만든 가방이었다. 천이나 나이론 재질의 가방이었기에 가방 자체의 디자인은 유사하지 않았지만 가방에 에르메스의 버킨백과 켈리백의 사진을 찍은 다음 이를 천과 나일론 가방에 인쇄해서 찍어냈다. 

버킨백과 켈리백의 디자인권은 이미 소멸한 뒤였다. 에르메스측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현 카목)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에서는 ‘고가의 명품 핸드백의 상품형태는 지속적인 광고, 선전 등에 의해서 그것이 갖는 차별적 특징이 거래자 또는 일반수요자에게 원고의 상품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되었고, 원고 제품의 상품형태는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물에 해당한다’라고 하며, ‘소재가 다르지만 멀리서 보면 소비자들이 버킨백과 켈리백, 진저백을 구별하기 어렵다. 이는 에르메스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하는 제품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짝퉁을 넘어 유사품도 철퇴를 맞게 된 것이다. 

 

서울연인단팥빵

단팥빵 글자, 천연발효종 글자, 매장 인테리어 콘셉트 등의 유사성으로 인해 그동안 보호하기 어려웠던 가게 콘셉트를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보호한 사례다. 서울연인단팥빵은 서울역 등에서 단팥빵을 판매하던 가게다. 

주방을 전면 개방형태로 한 나름 독특한 인테리어를 갖는 인기가게였다. 특히 즉석에서 단팥빵을 구웠으며 천연발효종과 유기농 밀을 사용해 큰 인기를 끌었다. 서울연인단팥빵에서 제빵사로 일하던 직원이 퇴사한 뒤 누이애단팥빵을 오픈하게 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누이애단팥빵은 서울연인단팥빵과 마찬가지로 천연발효종과 유기농 밀을 사용한 단팥빵을 만들었고, 브랜드의 로고, 외부 간판의 위치와 크기, 매장 구조와 배치까지 상당히 유사했다. 

몇 년에 걸친 공방 끝에 서울연인단팥빵의 승소로 끝났다. 법원은 누이애단팥빵의 대표가 서울연인단팥빵의 직원이었던 점, 인테리어업자에게 사진을 무단촬영하도록 지시한 점, 영업 표지의 유사성, 콘셉트, 포장지 등을 감안했다. 

서울연인단팥빵 사건으로 인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에 차목이 도입됐다. 이는 간판의 형태, 인테리어 등 해당 사업자의 노력과 투자에 의해 구축된 성과물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 사례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는 사례다. 

 

소프트리 vs 밀크카우

소프트리와 밀크카우의 비교 콘셉트, 서체, 인테리어의 유사성이 눈에 띈다. 아이스크림에 벌꿀을 토핑으로 올려 유명해진 소프트리는 유사한 제품을 판매하던 밀크카우를 상대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상품형태 모방)과 구 차목(현 카목)을 근거로 부정경쟁행위 금지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부정경쟁행위와 관련된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다. 지방법원에서는 소프트리의 주장을 받아들여 밀크카우측의 벌꿀아이스크림 판매가 금지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고등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소프트리의 제품은 정형화된 것이 아니라 부정경쟁행위의 보호 대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며, 아이스크림에 벌꿀을 올리는 것은 단순한 토핑에 불과하며 제품의 결합방식 또는 판매방식의 아이디어에 불과해 제품이 통상적으로 갖는 형태에 불과하고, 소프트아이스크림에 벌집을 올려놓은 형태의 제품은 소프트리가 개발하기 전부터 있었다는 것이다. 

 

지식재산은 우선적으로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해야

지식재산권이 소멸한 후에도 평생 보호될 수도 있다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하지만, 어느 하나가 뜨면 바로 유사상품 서비스가 등장하는 현실 속에서 부정경쟁방지법은 지식재산권의 허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식재산은 우선적으로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해야 한다. 

지식재산권으로 충분히 보호할 수 있었음에도 보호되지 않는 부분을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해 제재하는 것이지 지식재산을 모두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으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보호하고 있지 않은 것을 기화로 침해당한 뒤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는 더 오랜 시간과 더 큰 비용이 소모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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