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경쟁자가 오늘의 친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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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열등감이란 타인과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나’와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라네”

- <미움받을 용기> 中에서 

 

우리의 고객이 누구이고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의 시장은 어떻게 형성됐고, 현재 우리가 위치한 자리는 어디쯤이며, 앞으로 가야 할 방향과 달성해야 할 미션은 무엇인지에 대한 조사를 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대상이 있어. 바로 경쟁업체 또는 경쟁제품이나 서비스야.

경쟁, 우위, 생존을 강조하고, 상대보다 더 나은 성적을 가지고, 더 앞서 가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배워온 우리에게 누군가와 비교하고 분석하는 건 어쩌면 너무나 익숙한 생활 방식일 거야. 경쟁이라는 것 자체가 나쁘지는 않지만, 나를 비롯해 스타트업 대표들은 모두가 무언가에 쫓기듯 또는 쫓아가듯 속도 경쟁에 과도하게 빠져 있는 걸지도 몰라. 그렇다 보니 다른 스타트업들과의 협력과 제휴보다는 일단 경쟁과 견제를 가정하고 만나고, 깊은 연대보다는 얕은 만남으로 이어져 네트워킹과 인프라를 형성하는 자리가 무의미하게 느껴지지. 

과연 경쟁업체에 대해 우리는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고, 어떠한 자세를 지녀야 할까? 그리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주의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경쟁자를 공부하고, 배우고, 익혀라

사실 경쟁자를 적대적으로 보는 건 너무나 1차원적인 어리석은 시각이야. 간혹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데 혈안이 된 대표들을 볼 때, 안타깝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해. 경쟁사를 왜 그리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 오히려 경쟁회사나 선두 업체가 있다는 건 시장이 열렸거나 확장되고 있고, 고객들의 사용자경험이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다는 뜻이고, 어찌 보면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거야. 

기존의 제품·서비스에서 불편했던 점, 아쉬웠던 점을 찾아 보완하고, 고객 입장에서 재해석하기도 하면서 더 나은 아이템으로 탄생하는 과정들을 되짚어보면, 경쟁자는 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우리에게 선생이고, 선배이고, 교과서야. 생각을 달리해 보면 고마워해야 할 대상이라고.

잘하고 있는 경쟁자를 부러워한다는 걸 숨기지 말고 그 이상의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지표로 삼아봐. 경쟁자가 잘할수록 우리의 목표도 상향될 수 있어. 그들이 먼저 증명해 주고 있으니까. 그들을 통해 시장에서 고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제품과 서비스를 론칭한 상태라면 직접 고객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겠지만, 아직 아이디어나 시제품 단계인 스타트업이라면 경쟁업체를 유심히 관찰하고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볼 좋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어.

 

“네게 배우지만 내가 너는 아니잖아”

성장에 목마르다 보니 선두업체를 고스란히 베껴서 적용하려 하는데 그건 벤치마킹이 아니라 표절이고 짝퉁이야. 잘하는 업체가 자랑하는 좋은 툴과 효과적인 방법, 유기적인 시스템이더라도 우리에게 적용할 수 없는 거라면 말짱 도루묵이야. 

누구나 추천하고 도움이 될 거라는 책을 읽고 감명받는다 하더라도 그게 내 삶에 영향을 주고 행동의 변화를 이끌지 못하면 그저 지식의 축적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우리의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변형할 수 있어야 해. 

여러 좋은 경쟁업체들을 벤치마킹하고 배워가면서 적어도 우리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안 돼. 흔히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이 있잖아. 다른 팀 또는 회사들의 성장 속도를 무리하게 따라가려다가는 여기저기서 잡음이 발생할 거야. 우리는 우리지 그들이 아니야. 모두에게는 각자의 페이스가 따로 있어.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처럼 자신만의 페이스를 관리하면서 달려야 이전 자신의 기록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듯 사업 역시 그런 거야. 옆에 친구가 더 속도를 낸다고 억지로 따라 하다가는 준비한 것보다 빨리 지치고, 생각지 못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옆에 지나가는 스포츠카를 보고 억지로 무리하게 가속하면 엔진이 망가진다고. 

 

진짜 비교는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로부터 시작된다

경쟁자는 밖에도 있지만 진짜 중요한 건 ‘나’라는 경쟁자야. 외부의 경쟁자에 대해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없어. 오늘의 ‘나’를 돌이켜보는 시점을 기준으로 가깝게는 어제의 내가 오늘 얼마나 더 성장했는지 비교해야 해. 

많은 스타트업들이 주 단위로 업무 진행 정도를 파악해. 이제는 과거가 된 지난주의 우리 위치와 성과에 대해 수정하고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이고, 보다 효율적인 대안은 무엇인지 찾기 위한 긍정적인 비교야. 

뿐만아니라 미래의 우리 모습과 현시점의 우리 모습을 비교하기도 해. 목표 대비 우리에게 배분돼 있는 자금과 시간을 파악하고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틈틈이 점검해야 하지. 우리가 가야 할 항로에서 어디까지 왔고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를 알아야 그 안에서 세부적인 계획들을 세울 수 있고, 무엇을 준비할지 알 수 있잖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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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경쟁자가 오늘의 친구가 되는 일은 빈번하다

모든 기업들은 현재에만 국한해서 사업을 영위하지 않아. 향후 우리가 어떻게 될 것이고, 미래의 먹거리는 무엇일지 고민하며 지속적인 생존을 위한 변화를 준비하지. 삼성이나 LG, 현대 등 대기업들도 지금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신사업·신성장동력원이 될 차세대 사업에 공들이고 TF팀을 가동하며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스타트업이라는 세계에서도 곳곳에서 합종연횡, 합병과 전략적 투자와 인수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야. 시장의 선두업체가 후발주자인 회사를 적대적으로만 보지는 않아. 비용 대비 제휴·협력이 더 큰 이득이 된다고 판단되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조율하려고 하지. 

최근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형태로 SK, 한화, GS, 이랜드와 같은 대기업을 비롯해 건설사, 보험사, 은행과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중견기업들이 스타트업과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동반 상생하려는 프로그램이나 사업을 수행 중이야. 이전처럼 대기업과의 경쟁에 ‘속수무책이다’, ‘답이 없다’고 자조하던 때와 달리 제도권 범위 내에서 서로의 실익을 위해 동반자 또는 조력자로서의 경쟁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생각해.

이미 더 많은 길을 개척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간 경쟁사의 노하우에 우리들의 차별성, 강점을 녹여낼 수 있다면 함께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가 발생할 거야. 홀로 성공을 꿈꾸기보다는 때로는 같은 업종의 플레이어들과 고객친화적인 카르텔을 만들어가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 봄직해.

초연결 시대라고 하는데 사실 아직 피부에 확 와 닿진 않아. 다들 데이터나 IT와 사업의 연결점을 찾고 있지만 사실 사업의 가장 기본적인 연결은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 간 연대 또는 연결이야.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서로 시너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가까이에 있는 인프라 혹은 협력 가능한 스타트업 간의 연결에조차 선뜻 나서지 않는 우리들의 인식에 변화가 필요할 거야.

그 시작점은 피아구별이 아니라 같이 생존할 수 있는 방안,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고, 회사 내에서만 오픈마인드가 아니라 같은 업종, 동일 시장 내의 플레이어들과도 오픈마인드가 돼야 하지 않을까? 신뢰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거니까. 

물론 여전히 겁나는 것도 있어. 여기저기서 무분별한 베끼기라든가 의도적으로 장난질치면서 다른 셈법을 하는 상대도 있어. 이 점은 분명 경계하고 주의해야 할 필요도 있지만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선입견을 가지고 사업을 운영한다면 딱 그 수준까지만 성장하고 그 이상을 바라보지 못하게 될 거야. 지레짐작으로 겁먹지 말고, 추측으로 제약을 두지 말자. 

사장은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람만 선별적으로 만나는 게 아니라 어색하고, 껄끄러운 상대도 친구로 만들어 영업할 수 있어야 해. 그렇게 성장해 가야 해. 우리에게는 적은 없어. 오히려 친구, 동반자가 되고, 우리 회사에 도움을 주고 우리도 도움을 줘야 할 사람들만 있어. 그들 앞에 언제라도 설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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