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핵과 미사일로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이란의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솔레이마니가 미군의 정밀 드론공격으로 사살됐다. 철권통치를 하고 있는 김정은도 가공할 미국의 위력에 뜨끔했을 것이다. 

혁명수비대는 이슬람 혁명으로 수립된 신정 체제를 떠받들기 위해 1979년 창설됐다. 쿠드스군은 헤즈볼라 등과 연계해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정예 부대다. 
솔레이마니는 무수한 테러를 조종한 혐의를 받아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괴물(monster)’이나 ‘테러리스트’로 부르면서, “이 괴물이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0년 전에 제거됐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솔레이마니는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삼으려고 했는데, 중국이 위안화로 이란의 석유를 사고, 이란은 위안화로 러시아에서 무기를 사 왔던 고리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 때문에 미국이 이란과 중국의 경제 관계를 끊어버리기 위해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였던 솔레이마니를 제거했다는 말도 있다. 

이란 내에서 대중적인 인기가 높고, 권력도 막강해 최고 종교지도자 하메네이 다음으로 사실상 권력 서열 2인자였던 인물이 사살되자 이란인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장례식장에 수백만 명이 운집했다. 하메네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미국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이란군은 이라크 내 두 개의 미군기지에 대해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무력충돌 긴장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그런데 철천지원수 같은 미국과 이란은 곧 전쟁이 일어날 듯한 순간에서도 자제력을 발휘했다. 이란은 이라크에 구두로 미사일 공격을 할 것임을 알려 사전 통보했고, 공격 지점도 미군 밀집 지역은 피했다. 이란 외무장관은 이 정도 공격으로 마치겠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사상자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란이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을 근거로 비군사적 대응을 채택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백악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철강 산업에 초점을 맞춘 이란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다. 

건설, 제조업, 섬유, 광산업에 대한 제재도 추가했다.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통제하기 어려운 중동 전쟁으로 뛰어드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빠져나올 출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경제 제재로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사건은 소강상태로 넘어가는 듯했으나, 우크라이나 여객기 피격 사건으로 상황이 급반전됐다. 

사건 초기, 기체결함에 의한 추락이라고 발뺌했던 이란 당국은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지대공 미사일 격추 가능성을 제기하자 ’이란을 괴롭히려는 음모론적 심리전’이라며 완강히 거부했지만 결국 사고 사흘 만에 실수로 격추했다고 인정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란은 참혹한 실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번 사건은 용서할 수 없는 참극”이라고 애도를 표했다. 반미를 부르짖던 이란의 시위대는 ‘이게 나라냐’며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중동지역 관련, 미국은 크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 축과 걸프 안보 축으로 나뉘어 정책을 전개해 왔다. 

미국 대외전략상 전자는 친이스라엘 기조하에 중재 역할에 초점을 맞춰왔고, 후자는 이란에 대한 견제와 압박에 초점을 맞춰왔다. 

과거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 축 관련해서 공력을 많이 들였으나, 이라크 사태 이후에는 걸프 안보 축과 관련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냉전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에 이란은 소련 공산주의 세력에 대항하는 전초기지로서 미국의 중요한 협력국가였으나,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정이 무너지고 이슬람 원리주의 시아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완전히 변했다. 

이란 과격파 학생 시위대가 주이란 미국대사관에 난입해 70여 명의 외교관을 인질로 억류함으로써 양국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이란이 핵 개발을 추진하면서 긴장도가 높아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슬람권에 우호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했고, 이란과 협상을 시도해 2015년에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P5+1)이 참여한 가운데 핵협정(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을 체결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영구적 핵 능력 제한과 탄도미사일 제한 조항 신설’을 요구하며 핵협정 탈퇴 선언을 하고 원유수출 금지와 대외 금융거래 중단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경제제재 조치를 했다. 이란은 강하게 반응했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2019년 호르무즈 해협과 그 주변에서 무역선에 대한 기뢰 공격,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공격, 미국 무인 정찰기 격추, 선박 억류 사건 등이 발생했다. 

미국은 이 사건들의 배후를 이란으로 지목하고 군사적 응징을 준비했으나, 군사작전은 취소하고 대신 경제제재 강화와 함께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호르무즈 호위 연합’ 창설을 추진했다.  

이란 문제는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당장 호르무즈 해협 파병문제가 놓여 있다. 미국은 우리의 참여를 계속 요청해 왔다. 

최근 미국에서 개최된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모든 국가의 공동 노력을 통한 호르무즈 해협 및 중동 정세 안정 기여를 역설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 동참을 사실상 요청했다고 보도됐다. 

수입되는 원유의 7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에 이 지역 안정은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아덴만 해역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를 호르무즈에 보내는 식으로 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두 번째는 경제적인 문제이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자 중동지역에 진출한 건설사들은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사 현장 안전 문제가 야기됨은 물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이라크·UAE·바레인·카타르·쿠웨이트 등 중동지역 공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라크 등 주변 국가로 갈등이 확산되거나 장기화될 경우 중동 지역 건설 발주 전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가 유념해야 하는 것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인한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이것은 이란, 북한과 같은 제재 대상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 국가에 제재를 가하는 것을 말하며,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할 수 없게 돼 경제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이 이란에 대해 추가적으로 경제제재 조치를 취했는데, 해당 기업이나 정책 당국은 제재 내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웬만해선 꿈쩍 않는 중국정부도 자국 기업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맞거나 제재를 당하면 크게 반응하곤 한다. 

미국 행정부는 자국의 기술이 들어간 휴대전화와 휴대전화 네트워크 장비를 북한과 이란에 불법 수출한 중국의 통신장비 기업 ZTE에 11억 9,200만 달러의 ‘벌금 폭탄’을 부과하고 후속 조치로 관련 임원 징계를 요구했었다. 

그런데 ZTE가 오히려 징계 대신 보상을 하고 거짓 진술을 한 것으로 나타나자 7년간 미국 기업으로부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제품과 기술을 수입할 수 없게 했다. 

그 결과 ZTE는 가동이 어렵게 되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결국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해 선처를 요청하고 ZTE는 관련 임직원 교체 등 미국의 요구사항에 대해 조치하면서 살아나게 됐다.

남북관계 해빙무드가 조성되던 2018년 9월경에 세컨더리 보이콧 문제가 거론된 적이 있다. 미국 재무부가 우리나라 은행들과 전화 회의를 열어 대북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사실상 ‘세컨더리 보이콧’ 주의보를 받자 은행들은 물론 해당 기업들도 움찔한 적이 있다. 

요즘 대북 관광 문제를 두고 세컨더리 보이콧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1월 16일 외신 간담회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개별 관광’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물론 현지에 주재하는 대사가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발생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왜 유엔안보리 등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는가? 바로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서이다. 북한 핵무기의 위협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나라가 어느 나라인가? 바로 한국이다. 

당연히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최대한 노력해 나가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국제관계는 일을 저지르듯이 하면 안 된다. 모두들 무엇이 가장 올바른 방법인지 곰곰히 생각하고 행동할 일이다.

이강국 전) 중국 주시안 총영사
이강국 전) 중국 주시안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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