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할 것인가, 취업할 것인가?
문지은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카카냐 대표이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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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창업과목을 신설한 몇몇 대학을 제외하면 대학생 가운데 창업에 대해 공부할 기회를 가진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학생에게 ‘졸업 후 취업할 것인가? 창업할 것인가?’ 물으면 대부분 취업할 것이라고 답한다. 왜 창업을 고려해보지 않느냐고 질문해 보면, 불완전한 고용과 낮은 임금, 우호적이지 않은 사회적 인식 등 창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기업가정신지수 역시 매우 낮은 편이다.

대학 졸업 후 직업선호도는 과거나 현재나 변함없이 의사, 변호사, 판사, 검사 등이 최우선 순위이고 대기업, 외국계 기업(소위 ‘외사’)에 이어 최근엔 공무원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 같은 직업 선택이 예전같이 50대 후반에서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될 때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60대에 은퇴가 보장되는 시대도 아닐뿐더러 평균 수명이 70대 후반이나 80대 초를 넘고 있다. 운 좋게 정년퇴직을 하고 10년이나 20년 정도 퇴직금과 연금을 즐기다가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세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명암

국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소위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을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이를 국가정책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 드론, 모빌리티, 3D프린팅이 대표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으며 연결, 탈중앙화, 분권, 공유, 개방을 지능화하는데 동원되고 있다. 이 산업들이 일자리 창출 산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일자리 창출산업이 더이상 대량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게 만들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인공지능을 통해 600명의 애널리스트를 2명으로 줄이고도 더 많은 고급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맥도날드의 자동 주문기(POS)는 이미 많은 프랜차이즈 영화관과 식당으로 확대돼 상당수의 아르바이트생 숫자가 줄어들었다. 

쿠팡으로 대두되는 마켓플레이스로 오프라인 소상공인 및 인터넷쇼핑몰의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또한, 자동 로봇 물류시스템은 공장자동화로 인해 많은 제조 노동자의 일자리를 감축시키고 있다. 카카오뱅크 및 토스뱅크로 불리는 테크핀 시대의 도래로 금융산업에도 급격한 인적 구조조정은 불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더이상 국가가 기존의 기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한 생태계로 접어들었다. 

산업에 국경이 사라진 마당에 신산업 육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신산업이 노동인력을 감축시킴과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사실이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통해 부자나라로 만드는 것 이외에 국가가 2030세대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답안지는 없을 듯 보인다.

 

생계형 창업 아닌 기회형 창업 육성해야

신생기업 대부분이 5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다. 창업기업 70%가 5년 안에 문 닫고 35%가 1년 만에 폐업한다. 최근 들어 그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숙박·음식점 생계형 개인기업이 12%, 급증하던 부동산업이 19.5%로, 도소매업과 함께 전체 소멸기업의 65.8%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 탓보다는 산업의 구조가 바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19년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실업률은 2018년 12월 기준 22.6%에 해당되고 이는 2017년 대비 1% 늘어난 수치다. 

더욱 큰 문제가 있다. 배달요식업을 하는 사람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배달하게 되면, 기회형 창업이 아님에도, 빅데이터 혹은 딥러닝을 통해 배달한다는 이유로 생계형이 아닌 기회형 창업형태로 분류돼 창업지원대상이 된다. 2030세대들이 이러한 법의 허점을 이용해 소위 ‘먹튀 창업’을 하기도 한다. 아울러 국가지원에만 의존하면서 생활고를 해결하는 좀비 기업을 양산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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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이스라엘 사례

우리나라의 2030세대 ‘두뇌’들은 신림동과 노량진 고시학원으로 모인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13개의 기업이 창업하고, 중국에서는 1천 7백 개의 학생 창업기업이 창업한다. 우리나라처럼 오로지 안정적인 직장만을 선호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20대의 직장선호도 1위가 공무원으로 꼽힌 것은 당연한 결과다. 

반면, 중국은 2010년을 기점으로 제2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는 청년들이 처쿠카페로 모이고 있다. 중국 청년들이 창업한 벤처기업들이 GE 가전사업부, 도시바, 인그램마이크로, 슈퍼셀, 인터밀란 등과 같은 유명한 해외기업들을 인수했다. 또한, 중국 인공지능 백서는 전 세계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의 23%가 중국에 있고, 중국이 2016년까지 인공지능 기술에 투자한 누적금액이 10조 원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에서만 하루 평균 50개에 가까운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다. 중국 2030세대의 롤모델인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세계적 유니콘 기업이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3W카페, 푸윈카페, 광벨리창업카페, 베타카페, 5F창업카페, IPO클럽, 치뎬카페, 싼요추카페 등의 창업 열기는 매우 뜨겁다. 중국이 유니콘기업을 205개나 탄생시킨 거대한 창업국가가 됐다는 사실이 우리에게는 엄청난 위기로 다가온다. 

이스라엘의 경우를 살펴보자. 이스라엘은 경상북도 정도의 면적에 인구 850만 명의 작은 나라지만 이스라엘 특유의 ‘후츠파(뻔뻔함, 당돌함, 저돌적)’ 도전정신으로, 세계에서 1인당 창업을 가장 많이 하고, 나스닥 기업 상장을 많이 시킨 창업국가가 됐다. 

1990년, 이스라엘은 극심한 청·중년 실업으로 고생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1990년대 요즈마 모태펀드를 만들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민간과 정부가 5:5로 지원하는 팁스(TIPS)를 처음 실행한 국가이기도 하다. 

또한, M&A 생태계 조성을 통해 글로벌 연구개발(이하 R&D)센터를 유치했고, 이스라엘 내 글로벌 벤처캐피탈을 유치했다. 2016년 기준, 이스라엘 총 벤처투자금의 86%가 해외 자금이라고 한다. 이제는 모태펀드가 없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생태계 핵심 국가로 자리 잡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창업지원 정책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의 창업 지원정책을 가지고 있다. 다만, 지원체계가 로컬 창업 생태계에 역점을 두고 있고, 단기간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금이 과도하게 지출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게다가 중복되는 지원제도가 상당하다는 것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청년창업(만 39세 이하)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창업 분야에 2019년 예산 8,555억 원을 배정했다. 이는 2018년 6,373억 원 대비 38.9% 늘어난 규모다. 민간부문에서 초기 창업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와 창업 인큐베이터(BI) 숫자도 급속히 늘고 있는 상황이라 창업환경은 세계 10위에 들어갈 만큼 상당한 수준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한양대학교만 하더라도 2018년 기준, 학생 창업기업이 연간 50개 배출됐고, 학생들이 생계와 관계없이 창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창업기숙사, 창업공유공간, 대학생펀드, 창업휴학제도, 창업장학금, 분야별 멘토링 지원, 각종 투자유치(IR) 피칭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우리나라, 미국, 이스라엘, 유럽, 중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가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을 스타트업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2030세대 창업 성공사례 발굴해야

문제는 창업정책에 매년 1조 원가량을 쏟아 붓고 있는데도, 2030세대 절반이 창업정책을 모르거나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창업에 거부감을 갖는 첫 번째 이유로 낮은 임금, 두 번째로는 불확실한 근무기간을 들고 있다. 

이것은 생계형 창업과 기회형 창업이 구분 없이 인지되고 있다는 반증인 것이다. 개별 지원사업 중에서도 응답자의 과반이 알고 있는 대표사업이 없고, 예비·초기창업패키지, 팁스 프로그램, 창업도약패키지, 청년창업사관학교 등을 30% 전후로만 알고 있다. 

폐업의 90%가 1인 창업기업이라는 사실은 팀 빌딩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청년창업이 ‘돈 먹는 하마’가 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사회시스템에서 낙오돼 신용불량자 혹은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개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제도와 인식 그리고 성공사례가 필요하다.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에서 얼마 전 청소년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청소년들은 기업의 상징성을 부패라고 단정하고, 창업은 치킨집을 차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업가정신에 대해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와 같은 도전정신이라는 답을 받은 것이다. 

따라서 초·중·고등학교 때 끊임없는 시도와 실패, 그리고 담대하게 질의하고 도전하는 이스라엘의 ‘후츠파’와 같은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집중해서 가르칠 필요가 있다. 또한, 대학가를 중심으로 창업 캠퍼스타운, 즉 대학의 R&D 인력과 투자자, 창업가 그리고 기업이 함께 창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더 많은 공간 조성돼야 한다. 

 

시장 주도 글로벌 유니콘 배출하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이제 국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금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창업할 수 있는 공유 백본망(Backbone network)과 제도를 만드는 데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중국의 성공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 주도의 지원형 창업 활성화 정책은 근시안적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한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또는 좀비 기업을 유지하기 위한 더 많은 재정투자를 필요로 하는 시기를 맞을 수도 있다. 

이제는 시장 주도의 글로벌 유니콘을 배출하는 창업 생태계를 준비해야 한다. 이·공과대학 중심으로 창업스쿨이 정규과정으로 편성돼야 하며, 초·중·고등학교에서부터 기업가정신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이를 통해 창업이 2030세대에게 수평적으로 사회계층을 올라갈 수 있게 하는 최고의 선택이 되리라 본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과 매체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다. 요즈음 TV는 정치 뉴스, 먹거리와 놀거리 이외에는 볼 프로그램이 없다. 

1997년 외환위기 시절, 매일 같이 방영되던 경제 뉴스와 성공시대와 같은 프로그램이 사라져버렸다. 미국 블룸버그(Bloomberg)나 중국 CGTV만 보더라도 매일같이 유니콘 기업 총수들이 나와서 수천억 원의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을 알려주고 있다. 

한국에서도 카카오, 네이버, 블루홀, 펄어비스, 배달의민족, 쏘카, 토스와 같은 기업의 대표가 출연해 성공스토리와 기업가정신을 확산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제2의 성공시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더 많은 젊은이들이 성공의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말이다.

 

브릿지 벤처펀드, M&A펀드 조성의 필요성

마지막으로 2030 벤처·창업을 확산시키기 위해 이스라엘과 같이 브릿지 펀드(Bridege Fund)를 조성해야 한다. 아울러 청년과 중장년 인턴 협업 프로그램을 통해 초기 창업기업의 생존율을 높이고 성장 교두보 역할을 할 브릿지 벤처펀드를 더 많이 조성해야 한다.

또한, 혁신 창업기업이 단기간에 투자 자본을 회수할 수 있는 M&A펀드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투자금 회수(Exit)를 기업공개(IPO)가 아닌 M&A를 통해 실현하는 것이다. M&A가 창업의 성공 3대 요소 중 하나인 시장에서의 적기(Right Time at Market)에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는 글로벌기업의 M&A 뉴스를 통해 알 수 있다. 카페24(Cafe24)와 쿠팡, 배달의민족처럼 적자가 나더라도 성장성과 함께 글로벌 진출이 담보된다면 더 많은 M&A펀드를 통해 다음세대의 페이스북, 아마존, 유튜브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문지은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카카냐 대표이사)

문지은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카카냐 대표이사)

경영학 박사인 문지은 교수는 실험실특화용창업선도대학 및 기술사업화 주관 교수로, 현재 ㈜카카냐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에어스케치 공동창업자, 그루폰코리아 마케팅 총괄(CMO), 다음게임 대표이사, Eelecede 미국 주재 법인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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