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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옥 칼럼] 출산 문제에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규옥 칼럼] 출산 문제에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관점의 전환은 선택 아닌 필수
한국M&A협회 김규옥 회장
  • 한국M&A협회 김규옥 회장
  • 승인 2020.02.0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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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그래도 지구는 돈다.” 갈릴레이가 로마 교황청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후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한 말이다. 로마 교황청이 350년이나 지난 1992년에야 갈릴레이를 복권했다고 하니, 기존의 태도나 발상을 전환한다는 것이 말은 쉬워도 실천하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바뀌듯이, 적절할 때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 조선 말기, 개국과 쇄국의 기로에서 선택을 강요당한 것처럼 지금 우리나라도 전환의 시기를 맞아 몸살을 앓고 있다. 과거 방식의 정책이 효과가 없음을 알게 되면, 끝장 토론을 벌여서라도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백가쟁명의 토론을 거쳐 새로운 사상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최대 문제로 저출산이 꼽히고 있다. 정부가 막대한 재원을 쏟아 붓고도 문제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악화 일로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문제에 대한 인식, 원인과 대책에 대해 지금과는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인터넷 등으로 사회활동과 가족관계 급변하는 상황에서 특히 출산에 당면한 젊은 세대들은 기존 세대와는 현저히 다른 가치관과 생활 방식을 갖고 있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저출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된다.

 

저출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

첫째,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일상생활과 소비에서 양보다는 질적인 면을 중요시하고 있다. 평소에는 검소하게 살더라도 여행이나 외식에서는 한 번씩 아주 호화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것이 일례다. 

양육 부담과 생활의 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과거보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이는 선진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전쟁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둘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예전과 달리 폭넓고 손쉬운 인간관계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가족, 친척과 같은 일차적 집단의 중요성이 줄어들었다. 식구들의 직장 분포가 넓어지는 등의 이유로 1인 가구와 핵가족화가 보편화됐다. 

이에 따라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개성을 존중하는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이 전통적인 결혼 및 가족관계를 부담스러운 속박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대가족 생활을 불편해하는 젊은 세대는 한 자녀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심지어 결혼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기도 한다. 크게는 가족 수가 경제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던 농경시대가 지나간 점, 작게는 TV 막장 드라마 때문에 가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진 것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셋째, 사회적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청년실업률과 비정규직 비중이 높아진 경제 상황도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 안정된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장래가 불투명한 비정규직 맞벌이 부부가 한 명은 몰라도 어떻게 두세 명의 자녀를 낳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국가가 대신 키워줄 것처럼 얘기해도 교육 및 주거, 양육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젊은 세대는 이미 알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저출산 문제 바라보는 관점 바꿔야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저출산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고 심지어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꿀 필요가 있다. 30~40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는 만원이다’라는 인구억제 시책을 시행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개도국에서는 여전히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다출산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부족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인구밀도가 세계적으로 높은 나라에서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이 당연한 현상 아닐까? 

국가의 부국강병을 최고 목표로 하는 관성에서 벗어나 미래의 사회 경제적 여건에서 최적의 선택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이하 GDP)으로는 세계 11~12위이지만, 1인당 GDP는 26위 수준이다. 면적은 세계 107위, 인구는 28위다. 삶의 질을 생각한다면 GDP 보다 1인당 GDP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높은 청년실업률이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다출산이 가능할 것인가? 자동화, 로봇, 인공지능 등으로 장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면서 인구 부족을 걱정해야 할까? 지식집약 사회에서 한 자녀에게 교육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 비합리적 선택일까?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때문에 교육시설이 남아돌고, 연금 재정이 부족해진다고 해서 이것을 나쁘다고 할 것은 아니다. 빠른 고령화 역시, 높은 경제성장률을 바라보는 것처럼 장수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률이 높을 때에도 환경훼손, 사양산업 구조조정 등 많은 부작용이 있다. 건강한 장수가 좋은 것이라면 고령화는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다. 고령화율을 낮추기 위해 출산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 아닐까?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빨라도 나름대로 빠르게 적응하고 합리적 대책을 수립하면 된다. 양보다 질을 우선시하는 사회에서 사람 머릿수 보다 머릿속에 든 지식을, 가족의 수 보다 화목과 유대를 중요시할 필요가 있다. 인구 증대를 목표로 하기보다 우리나라 최적의 인구가 얼마인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한 때

이왕에 저출산 대책을 시행한다면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10여 년간 150조 원 이상의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투입했다고 하지만,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것들이 대부분이고 별 효과도 없는 전시성 지원도 많았다. 

보육, 교육비를 지원한다면서 이미 태어난 아이부터 심지어 고등학생까지 지원하는 분산적인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결혼 축하금 등 소규모 부스러기 시책을 통폐합해 결혼이나 출산 때 신혼집을 장만해 주는 정도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월 100만 원 이하의 비용으로 외국인 입주 가사 도우미를 두는 것이 보편화 돼 있다. 정부가 전국의 어린이집이나 아이 돌보미에 대한 가격을 똑같이 규제하는 것을 폐지하고 소득 수준에 따라 적정한 보조금을 지원한다면 민간 기업이 보육사업에 진출해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우수한 사립학교가 공립학교를 능가하고, 입시에서 학교가 학원을 당해내지 못하는 것처럼 스타트업 등 민간 기업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활용해야 한다. 과감성이 부족한 정부와 전문가 주도의 정책을 넘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M&A협회 김규옥 회장

한국M&A협회 김규옥 회장

1984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기획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기획재정부 대변인,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을 두루 거친 ‘타고난 행정가’로 평가받고 있다. 2014년 6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제40대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을 역임했고, 이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으로 취임해 신성장동력 창출에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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