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2-28 09:58 (금)
[이강국의 생생칼럼] 우한 폐렴의 원인, 그리고 확산 막을 방법은?
[이강국의 생생칼럼] 우한 폐렴의 원인, 그리고 확산 막을 방법은?
  • 이강국 전) 주시안 총영사
  • 승인 2020.02.03 09: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메르스의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메르스의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중국 광둥 요리에 관한 수사 중 ‘다리가 있는 것은 책상 빼고는 다 먹는다’는 말이 있다. 여기에 ‘나는 것은 비행기, 바다 속에 있는 것 가운데는 잠수함 빼고 다 먹는다’는 말도 추가돼 광둥요리 재료의 광범위함을 나타내고 있다. 

광둥식에 야생동물이 식재료로 애용됨은 물론이고, 다른 중국 음식에서도 야생동물을 식재료로 이용하는 것이 다반사이며, 야생동물을 즐겨 먹는 중국인의 음식습관이 대형 전염병을 초래하고 있다. 

 

우한 폐렴 원인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원인으로 박쥐가 지목되고 있는데, 그 진원지인 화난(華南) 수산시장 동쪽에 자리한 상점에서 수십 종의 야생동물이 버젓이 팔렸다고 한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로 옮겨진 뒤 다시 사람에게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를 키운 것은 어떤 문제든 덮으려는 본능이 작용하는 중국 당국의 대처다. 우한 폐렴 환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12월 8일이었고, 이후 환자가 속출하기 시작했으나 우한시 위생 당국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사람 간 전염은 분명하지 않다”고 말하고, “사스가 재발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기자 유언비어를 퍼뜨린다며 단속하기에 급급했다. 

더 나아가 우한시는 확진 환자가 100명이 넘고 세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1월 18일 화난 수산시장과는 불과 500m 거리에서 4만여 가정이 참여하는 초대형 잔치를 열었다. 중국은 언론이 당국의 잘못을 비판하기 어려운 구조다. 만약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하였다면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는 상황에서 잔치를 열 수 있었을까?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춘절(春節) 계기에 많은 우한 사람들이 고향으로 갔으며, 우한이 봉쇄되기 전에 500만 명이 빠져나갔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 전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시진핑 주석은 우한 폐렴을 악마라고 부르고, 악마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을 차단하고 다른 도시에서도 사람들의 이동을 최대한 제한하고 있다. 

마궈창(馬國强) 우한시 당 서기는 1월 31일 중국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만약에 조금 일찍 현재와 같은 통제 조치를 내렸다면 결과는 지금처럼 심각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WHO의 미온적 대응

이러한 엄중한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이하 WHO)가 중국을 의식해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WHO는 미적대더니 우한 폐렴이 발생한 지 한 참 지난 1월 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번 선언이 중국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아니다”라며 비상사태의 주된 이유는 중국 외 지역의 발병 때문이라고 했다. 

한 술 더 떠 국제적인 여행과 교역을 불필요하게 방해하는 조치가 있을 이유가 없다며 중국 당국이 심각한 사회·경제적 영향에도 우한 폐렴을 억제하기 위해 취한 조치들은 칭찬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에서는 이러한 WHO의 미온적 대응은 에티오피아 출신인 사무총장이 중국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WHO 사무총장에 올랐고, 중국이 600억 위안(약 10조 원)을 WHO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각국의 강력한 조치

세계 각국은 WHO의 권고와 달리 우한 폐렴 예방을 위한 조치들에 나서고 있다. 독감으로 비상이 걸린 미국은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선포하고, 최근 2주간 중국 방문 경험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불허키로 했다. 

중국으로의 여행 경보를 최고 단계인 '여행 금지'로 높였다. 중국을 다녀온 자국인은 2주간 격리 조치하기로 있다. 호주, 싱가포르도 중국발 여행객들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북한과 몽골도 사실상 국경을 폐쇄했고, 이탈리아는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모두 중단했다. 이스라엘은 중국에서 이륙한 항공기의 자국 공항 착륙을 금지한 상태다. 

심지어 미얀마 당국은 양곤 국제공항에 도착한 중국 광저우 발 남방항공 여객기를 출발지로 돌려보냈는데, 이 여객기에 탑승한 중국인 승객 1명이 우한 폐렴 의심 환자로 분류돼 곧바로 근처 병원으로 격리되자 자국민 2명만 내리도록 한 뒤 회항하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내에서도 2월 2일 현재 우한 폐렴 확진자가 15명으로 늘었고, 1월 말 제주를 다녀간 중국인 관광객이 중국 양저우로 귀국한 직후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아 주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게시판에는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이 2월 1일 현재 62만을 상회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2월 2일 오후 정부는 2월 4일부터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제주특별법에 따른 무사증 입국 제도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우한시를 비롯한 후베이성 관련 조치를 취한 것은 다행이나 늦기 전에 필요한 조치를 좀 더 과감하게 해야 한다.  

 

우한 폐렴에 대한 대책

첫째, 결국 가장 실효적인 방법은 중국에서 오는 외국인에 대한 전면적인 입국 금지 조치라는 것이다. 실제로 후베이성에 갔다 왔는지 여부를 본인이 밝히지 않으면 확인할 방법이 없고 춘절 등을 통해 이미 중국 다른 지역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호주, 싱가포르 등이 우호관계나 경제적 이익을 경시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이것이 최선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둘째, 중국인 입국자는 물론 중국에서 체류하다가 입국한 내국인들에 대한 관리강화 조치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우한 지역 입국자 2천여 명 중에서 내국인 50여 명이 통화가 안 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는데,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왜 이러한 문제가 생기고 있는지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
  
셋째, 국제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관광가이드 업무차 일본에서 체류하던 12번 환자는 중국인 남성으로 1월 19일 김포공항에 입국한 후 10여 일 동안 서울 시내를 활보하고 다녔다. 

접촉했던 일본인 확진 환자로부터 한 번 검사를 받아보라는 연락을 받고, 스스로 의료기관을 찾아 확진자임이 판명됐다. 그때까지 우리 보건당국은 이 중국인이 일본 확진 환자와 접촉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일본 정부가 이 환자의 국적이 중국인 것을 확인하고, 중국에만 통보했기 때문이다.

넷째,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대책이다. 7만여 명에 달하는 중국 유학생들이 방학 기간 귀국했다가 3월 개강을 앞두고 돌아오고 있어 우한 폐렴 공포가 대학가를 덮치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생 커뮤니티 게시판에 개강 후 중국인 유학생들과 같은 강의실을 쓰거나 기숙사를 함께 사용하는 게 겁난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

현재 우한 폐렴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강 시점을 수 주일 연기해 겨울방학 기간을 사실상 늘리고 부족한 수업 일수는 여름 방학 기간을 줄여서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각 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범정부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중국 현지 공관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주우한총영사관 직원들은 총영사가 공석중이고 적은 인력과 폐렴 진원지라는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하루 속히 총영사를 임명하여 현장 지휘하도록 해야 한다.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우한 폐렴에 어떠한 정치적, 경제적, 외교적 고려보다 국민건강을 우선하여 대처해 나가야 한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해야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우한 폐렴’이라는 악마를 물리칠 수 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하여 엄청난 재난을 겪었던 메르스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이강국 전) 중국 주시안 총영사
이강국 전) 중국 주시안 총영사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