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 기수인 제조업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일자리 창출 기수인 제조업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바쁘게 돌아가야 할 한국의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췄다.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중국에서 생산되는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라는 자동차 부품 공급이 끊기면서 현대 자동차 울산 공장이 가동을 멈췄고, 다른 공장도 완성차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자동차 공장 가동 중단은 협력업체 생산라인도 멈추게 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자동차 산업이 부품 하나로 셧다운(shutdown) 된 것이다.

 

‘와이어링 하니스’ 자동차 부품 중단 여파

자동차용 배선 뭉치로써 ‘자동차의 신경망’에 해당되는 ‘와이어링 하니스’는 사람이 일일이 꼬아 묶고 연결해야 하는데 차량별로 필요한 스펙이 달라 자동화하기 어려운 부품이다. 수작업이 많다 보니 국내 인건비로는 감당하기 어려워 한국 부품업체들은 중국으로 기지를 이전해 생산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가 쓰고 있는 ‘와이어링 하니스’의 87% 정도를 중국 내 공장에서 공급받고 있는데, 우한 폐렴 확산으로 중국내 ‘와이어링 하니스’ 생산 공장이 멈추면서 부품 공급이 끊겨 자동차 공장들이 속수무책으로 가동할 수 없게 되어 엄청난 손실이 초래되고 있다. 

과거에 우리나라 기업들은 해외투자를 하면서 부수적으로 부품 수출도 많이 해 투자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제는 인건비 부담 등 생산여건 악화로 수많은 부품공장을 중국 등 해외로 이전해 해외투자로 인한 부품 수출 효과가 없게 되고 오히려 많은 부품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중국에 대한 부품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나아가 한국 대신 중국 등 해외에 대규모 공장 투자를 하고 한국에 있는 공장을 통째로 이전한 경우도 많다. 이것은 크게 세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부품산업 황폐화, 제조업 공동화

첫째, 부품산업 황폐화, 나아가 제조업의 공동화를 초래한다. 일본이나 독일은 튼튼한 부품산업이 경제를 받쳐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부품 공장을 중국 등으로 이전해 부품의 씨가 마르고 있다고 한다. 부품산업이 약화되면 제조업 기반이 약해지고 제조업의 공동화를 초래하며 산업기반이 약화된다. 

산업기반이 약화되면 국가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제조업이다. 제조 공장이 없어지면 우리의 일자리도 없어지고, 우리의 미래도 암담할 수밖에 없다. 

 

기업 내 공산당 조직 강화

둘째, 사드사태에서 봤듯이 중국은 언제라도 정치적인 목적으로 경제를 무기로 휘두르는 국가이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그만큼 취약성은 커진다. 

강력한 1인 체제를 굳히고 있는 시진핑 주석이 “모든 활동에 대해 공산당의 지도력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하면서 기업 내 공산당 조직을 강화하고 있어 외국기업들의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국영기업 내 당 조직 결성을 의무화하고, 당 조직이 국영기업 경영과 관련한 권한과 책임을 규정한 문건을 작성해 발행했다. 

“모든 국영기업은 회사 정관에 당 조직 건설을 명시해야 하며, 3명 이상의 당원을 고용한 국영기업은 반드시 당 조직을 설립해야 하고, 경영상의 모든 중요한 결정은 이사회나 경영진에 회부되기 전에 당 조직의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당 조직 설립은 수년 전부터 국영기업뿐만 아니라 사영기업 나아가 외국기업에도 의무화하고 있는데, 기업의 사업 운영과 투자 계획에 대해 중국 공산당의 입김이 세지고 있다.

 

‘서플라이 체인’ 의존 심각 

셋째, 우리나라는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는데, 중국은 상황 악화 위험성이 큰 국가라는 점이다. 어느 언론은 우한 폐렴으로 인한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 중단으로 자동차 라인이 중단된 것을 자동차 감염으로 표현했는데, ‘몰빵’으로 중국에 의존하면 산업 감염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우,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로 옮겨진 뒤 사람에게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다. 우한 폐렴의 원인도 박쥐로 보고 있는데, 최근에 정력제 소문 탓에 중국에서 불법적으로 밀매돼 멸종 위기에 있는 ‘천산갑’이 우한 폐렴의 중간 숙주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우한 폐렴의 진원지인 화난(華南) 수산시장에서 수십 종의 야생 동물이 버젓이 팔렸다고 한다. 야생동물을 즐겨 먹는 중국인의 음식습관이 바뀌지 않는 한 중국에서 대형 전염병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인체 전염병은 아니지만 지난해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중국전역을 휩쓸어 돼지고기 가격의 폭등을 불러일으켰고 북한과 한국에도 펴져 큰 피해를 야기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언론이 발달해 경보체계가 신속히 작동할 수 있으나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서는 경보체계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다. 

우한 폐렴 환자를 돌보다가 감염돼 2월 7일 사망한 리원량(李文亮) 의사가 우한 폐렴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지만 당국에 끌려가 처벌을 받았고 전염병 창궐을 막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   

기존의 중국 중심의 ‘공급망’ 체인의 약화 내지 단절을 기도하고 있는 미국의 정책도 대중국 투자의 취약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에 문을 열고 경제발전을 하면 점점 민주주의 등 서방의 가치를 공유하게 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 자국 시장에 수출하는 구조를 상정하고,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도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중국에게 ‘수출을 통한 성장’의 전기를 마련하도록 날개를 달아 주었다. 

그런데 공산당 일당 독재가 여전하고 경제력뿐만 아니라 군사력도 급속도로 커지자 미국에 가장 위협적인 경쟁 상대를 키웠다는 인식이 대두되고 안이했다는 반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있어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대중국 무역 전쟁이고 중국 기업에 대한 첨단산업 부품 제공 제한과 화웨이 장비 구매 단속인 것이다. 
 

일자리 창출은 제조업 활성화로부터 

그러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은 제조업을 일으켜 세우는 길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미국은 특히 레이건 행정부 때부터 자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금융산업 육성을 표방했는데, 그 결과 2008년 리먼브러더스 금융위기를 겪었고 제조업을 등한시해 제조업 공동화를 야기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제조업 육성정책이 실시되고 트럼프 행정부는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 회복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 제조업이 활기를 찾아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중국제조 2025’ 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탄탄한 제조업 경쟁력을 자랑하는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을 표방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조업 선도를 도모하고 있다.  

한국도 제조업이 강한 나라이다. 그런데 인건비 상승과 과격한 노동운동 등으로 인해 약화되고 있다. 필자가 중국에서 근무할 때 만난 많은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한국의 높은 인건비 때문에 채산성이 안 맞아 어쩔 수 없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애국심 때문에 한국에 일부 공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것도 조만간 정리해야겠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만난 외국기업인은 TV를 통해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전투를 하듯 시위하는 한국 노동자들을 보면서 한국에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 경직적이고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무제가 제조업 약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통계청이 1월 3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9%로 1998년 IMF 외환위기(67.6%)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제조업 생산 능력은 전년 대비 1.2% 줄어든 101.9로, 1971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이 감소했다. 작년 제조업과 광업, 전기 가스업 생산을 포괄하는 광공업 생산은 0.7% 줄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크게 줄었다. 

서비스 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한계가 있다. 결국 제조업이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처럼 제조업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직장은 근로자들에게 삶의 보금자리와 같다. 직장이 견실해야만 근로자들의 인생도 견실해지는 것이다. 기업이 망하면 근로자들의 직장도 없어진다는 간단하지만 귀중한 이치를 명심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최선의 복지는 예산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제공이라는 점을 철저히 인식하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강국 전) 중국 주시안 총영사
이강국 전) 중국 주시안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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