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규제 양산 차단 위한 정책적 노력 필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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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성장 둔화 요인 점검

한국경제는 성장이 둔화되면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2017년 이후 경제 위축 추세가 지속되더니 작년 한국경제 성장률은 2%로 낮아졌다. 먼저, 이러한 성장 둔화는 무엇보다 경제 성장 요인인 투자, 수출, 내수 등이 모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설비 투자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4분기 –17.4%, 2/4분기 –7.0%, 3/4분기 –2.6%, 4/4분기 –4.2%로 지속 감소세를 보였고, 수출 증가율은 통관 기준, 전년 대비 –10.3%로 나타나 세계 수출 증가율 –2.6% 대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민간 소비 증가율도 1.9% 수준의 낮은 증가세를 보였다.

둘째, 이러한 경제활동 위축은 공공부문이 아니라 특히 민간부문과 제조업에서 나타나고 있어 문제다. 사실 한 경제의 성장 동력은 민간과 제조업에서 오는 것인데 이 부분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정부 부문의 한국경제에 대한 성장 기여율은 75%였던 반면 민간부문의 기여율은 25%에 그쳤다. 

한편, 서비스업의 경제 성장 기여율이 75%였던 반면 제조업의 기여율은 20%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조업 취업자도 지속 감소하고 있다. 작년 1/4분기엔 전년 동기 대비 14.3만 명의 감소를 기록한 이후 2/4분기 6.4만 명, 3/4분기 7.6만 명, 4/4분기 4.1만 명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 전체적으론 고용률 65%대가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으나, 이는 재정지출에 의한 60대 이상 고령층과 18시간 미만 단기 근로자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문제다. 재정이 악화되면 지속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셋째, 경제 성장의 기관차 역할을 해야 하는 민간과 제조업의 위축은 해외 요인에도 기인하지만 우리 내부 요인에도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미·중 무역 갈등과 자국 우선주의, 세계경제 성장 둔화, 반도체 가격 하락 등 글로벌 경제환경이 안 좋은 상황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다양한 규제 확대와 법인세 인상 등에 의한 우리의 경쟁력 약화가 문제다. 

한마디로 위기가 기업 내부의 요인보다는 해외요인과 정책요인에도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어 기업 단독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우려된다. 한편, 특히 위기 요인들이 법적으로 제도화되면서 일시적이라기보다는 구조화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기업으로선 졸지에 그리고 동시에 최저임금 등 인건비 상승, 근로시간 단축, 노동 경직성 확대, 법인세 인상 등 가격 경쟁력 약화에 직면하면서 이를 보완할 방법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수출과 국내 판매 감소 등에 의한 매출과 영업 이익 감소 혹은 적자 전환을 감수하거나 아예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사업을 접는 기업이 늘고 있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주력 업종 기업들의 영업 이익은 대폭 감소하거나 적자로 전환되고 있고, 2015년 271.8억 불에 불과하던 해외직접투자는 2017년엔 437억 불, 2018년엔 497.8억 불로 증가했다. 특히, 제조업의 해외투자 증가율은 2017년 3%, 2018년 92.6%, 2019년 55.7%로 급증하면서 산업 공동화가 우려될 정도다.

넷째, 생산 부문의 비전 약화로 시중의 유동성이 부동산에 집중되면서 기업의 경영 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어 문제다.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은 금융 애로를 지속 제기하고 있으나, 금융기관들은 담보 위주의 안전 자산을 선호하면서 기업대출은 악화되고, 유동성은 부동산에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유동성의 부동산 집중으로 ‘가계부채 확대 → 소비자 가처분 소득 감소 → 소비 위축 → 기업 실적 부진과 투자 위축’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가계부채는 2019년 12월 현재 1,573조 원이며 이 중 부동산 가계대출은 52.8%, 830조 원에 달한다. 연평균 가계부채 증가율은 4%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2%를 2배나 상회함으로써 가계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어 소비가 위축되면서 기업 실적은 악화되고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문제 해결을 추진하고 있으나 쉽지 않아 보인다. 

원인은 경쟁력 약화인데 이를 재정 확대로 풀어내려니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경쟁력 약화를 감수하면서까지 달성하려 했던 소득불균형 완화가 충분히 이뤄진 것도 아니다. 

최저임금 상승과 기존 노동자 보호 확대로 기존 취업자들의 입지는 좋아졌을 수도 있지만, 경제침체와 기업 실적 약화로 기업이 신규 인원 고용과 비정규직 활용을 줄이고 있고, 취업 문턱이 높아져 노동시장 밖의 실업자는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실업은 증가하고, 근로시간 단축으로 저급 노동자의 경우 소득이 줄어들면서 양극화와 소득불균형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의 획일적 도입으로 잔업수당, 특근수당 위주로 추가 소득을 올리던 근로자들의 보편적 임금도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투기자본이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에 집중되면서 부동산 가격 양극화로 인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고소득층은 고가 수입산, 저소득층은 중국산 등 저가 수입산 소비를 확대함으로써 내수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우려도 있다. 예를 들어 고소득층의 3억 원 이상 고가 수입차량 소비와 저소득층의 중국산 소비재 수입은 확대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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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 방향 

두 가지 정책 방향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는 기업경쟁력 제고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며, 둘째는 분배와 재분배 정책을 명확히 구분해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우선, 기업경쟁력 제고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기업경쟁력 제고가 궁극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 제고 방안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계 부담을 줄이고 가계 소득은 높임으로써 소비를 진작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계소득 향상은 최저임금 인상, 임금격차 해소, 사회보험료 지원, 고용보험 확대 등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추진하고, 지출 경감은 의료비나 보육료 경감 등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노동소득 분배율이 2016년 62.6%에서 2018년엔 63.8%로 개선되는 성과도 있었으나 문제는 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이 취약해진 점이 문제로 보인다. 

사회적 약자 보호와 소득 불균형 완화의 취지는 좋으나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이 급속하게 이뤄지면서 한편에선 가격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대체근로나 파견근로의 불법화, 비정규직 활용의 어려움, 주 52시간 근무제의 획일적 운용 등으로 노동 경직성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 역량도 약화되면서 총체적 경쟁력 약화로 매출이 정체되거나 줄어들면서 고용도 줄어, 사회적 약자들은 더 어려움에 부닥치고 있다. 

특히, 소득불균형 완화의 재원 확충을 위한 법인세율 인상 등 기업에 대한 세제 감면 축소도 문제다. 예를 들어, 법인세의 경우 징수액은 ‘법인세율 × 기업의 과세표준(매출액과 영업이익) × 기업 수’로 나타나고 있는데, 법인세율 조정이 기업의 경쟁력 변화를 크게 고려하지 않고 이뤄지다 보니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임금 등 각종 경쟁력 결정 요인의 가격 상승에 더해 외국에 비해 우리만 법인세율을 높임으로써 기업 경쟁력 약화와 그로 인한 기업의 이익 감소, 해외로의 산업 이전이나 폐업 증가 등을 초래해 결국은 법인세 징수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에는 국세 수입이 정부가 전망한 세입 예산보다 부족해지면서 5년 만에 세수 호황이 막을 내렸는데, 이는 주로 목표치 대비 법인세의 징수액 부족에 기인한다. 작년 법인세는 전년 대비 1조 2천억 원 이상 늘어난 72조 2천억 원이 징수됐으나, 정부 목표치보다는 7조 원 부족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는 최고세율 인상에도 불구하고 법인들의 실적 부진으로 중간예납이 감소한 것에 기인했다고 한다.

법인세율이 높아짐에 따라 경쟁력 약화로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해외 이전 확대 등으로 내국에서 운영하는 기업 수가 줄어드는 경우 근로자 수 감소로 근로소득세 징수가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출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법인세율(Statutory Corporate Income Tax Rates)
출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법인세율(Statutory Corporate Income Tax Rates)

이런 측면에서 <표1>에 나타난 것처럼 우리와는 달리 미국, 유럽 등은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해온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법인세율 인하는 기업의 가격 경쟁력 상승과 투자 여력 증진으로 이어져, 결국 기업 경쟁력 제고와 이를 통한 세원과 과세표준 확대를 통한 세수 확대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 분배정책과 재분배정책을 명확히 구분해서 시행함으로써 시장 효율성을 높이고 재분배 효과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생산은 시장 가격에 따라 이뤄지게 하고, 소득 불균형 해소는 재분배정책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 시장 효율성을 높여 경제 활력을 유지하면서도 소득 불균형을 완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다양한 세부 정책들이 분배와 재분배 효과를 검증하지 않고 시행함으로써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은 전형적인 분배 과정 개입 정책으로 면밀한 정책 효과 검증이 선행될 필요가 있었다. 임금도 다른 재화나 서비스처럼 희소성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이뤄지는 가격이기 때문에 노동 수요와 공급을 고려하지 않고 단행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노동시장의 왜곡을 가져옴으로써 생산 감소는 물론 실업률 증가와 양극화 확대를 초래하고 있다. 

법률에 의한 강제적인 노동 내부시장에서의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도 재화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과는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이뤄짐으로써 재화시장에서는 수요대비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 소비자 대기시간을 증가시키거나 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를 수입 제품으로 전환하는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은 시장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야말로 최저 생활 수준을 보장하는 보완적 수단으로만 활용돼야 할 것이다. 이들이 노동력 수급을 결정하는 기본 지표로 사용되는 경우 노동시장에서 결정되는 임금이라는 자율 조정 장치의 왜곡을 초래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를 결과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나 저소득층의 보호는 생산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분배정책보다는 조세와 재정정책에 의한 재분배정책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다만, 재분배를 위한 조세정책도 기업경쟁력 약화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세심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한편, 재분배정책의 구체적 시행도 생산적 방향에서 설계될 필요가 있다. 특히, 청년수당, 농민수당 등 보조금 성격의 각종 수당 제공은 일시적인 생활의 어려움이나 노동력을 상실한 국민을 대상으로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 현장 집행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각종 수당이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경우 도덕적 해이 유발, 성취 동기 약화, 노동 공급 감소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료: 한국고용정보원
자료: 한국고용정보원

<표2>에 나타난 것처럼 실제로 최근에는 실업수당, 청년수당 등 과다한 수당 제공으로 일부 청년 실업자들의 경우 위장 구직활동을 전개하는 등 취업보다는 실업급여 확보에 치중하도록 함으로써 이들의 기술기능 역량은 약화되고 지방 중소 제조업에서는 높은 청년실업률 속에서도 인력구인난을 겪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혁신정책은 정부 연구개발(이하 R&D)사업의 나열과 같은 세세한 정책추진보다는 근본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혁신정책은 미래 신산업 육성, 벤처 창업 생태계 조성, 규제혁신 추진 등을 통해 기업의 생산 활동과 활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다. 때문에 이 정책에 대해서는 3대 핵심 산업 등에 대한 투자 확대, 규제 샌드박스에 의한 규제개혁 활성화 등의 성과가 나온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한편에선 혁신성장 파급 범위가 좁고, 속도가 미흡하고, 규제혁신도 수요 대비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기득권과 신규 사업자 간 가치, 이해관계 등의 충돌에 따른 사회적 갈등으로 공유경제, 원격의료 등 핵심과제 추진이 지지부진하고, 신산업 성장에 필수적인 법령 제·개정이 지연됨으로써 성과창출에 한계가 있으며, M&A 등 투자금 회수시장, 민간의 규모 확장 투자, 인재 육성·공급, 도전적 R&D 등 금융·인력·기술 혁신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판단컨대, 혁신정책은 근본적인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혁신정책의 효과가 근로시간의 획일적 단축 등에 의해 상쇄되거나 반감되고 있어, 이에 대한 근본적인 부작용 해소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특히, R&D 생산성 제고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출연연 중심의 연구개발체제를 기업수요 중심으로 전환하고, 탄력시간제 확대, 연구개발직 52시간 적용 예외 등을 신속히 시행해야 한다.

한편, 우리의 연간 입법 건수가 1,700여 건으로 미국의 210여 건, 일본의 84건, 영국의 36건 등 경쟁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아 정부의 부분적 규제 완화 노력으로는 규제혁신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 입법 규제 양산을 체계적으로 차단하는 정책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각 부처의 의원 청부입법 양산을 줄이기 위한 국무총리의 조정기능이 강화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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