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애플리케이션 시대의 개막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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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개인비서 ‘알렉사(Alexa)’를 탑재한 가정용 단말 ‘에코(Echo)’를 출시한 이후 스마트 스피커 시장 시장규모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못지않은 주목을 받으며 빠르게 증가하시 시작했다. 

특히 스마트 스피커는 단순한 음악 재생이나 날씨와 같은 정보를 음성으로 물어보고 알려주는 기능에서 벗어나 여러 홈단말들을 작동시킬 수 있는 스마트홈의 허브 단말 역할을 하게 되면서 구글과 애플은 물론 중국 알리바바와 바이두, 샤오미, 한국의 SK텔레콤, KT, 네이버, 카카오 등 수많은 업체들이 차세대 단말로 더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스마트 스피커의 상품 홍보는 물론 직접적인 판매 채널로서도 역할도 더욱 커지고 있다.

1 알렉사를 이용할 수 있는 아마존의 다양한 에코 제품군. (출처: 아마존) / 2 알렉사 스킬 사례. (출처: 이치가와 준(Jun Ichikawa), 2017)
1 알렉사를 이용할 수 있는 아마존의 다양한 에코 제품군. (출처: 아마존) / 2 알렉사 스킬 사례. (출처: 이치가와 준(Jun Ichikawa), 2017)

알렉사 스킬과 구글 액션, 가정 대상의 새로운 스마트 생태계 선도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는 미국의 경우 현재 인터넷 사용자의 28.9%가 스마트 스피커를 사용 중이며, 2021년에는 사용자가 30.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장에서 현재 각각 에코 제품군과 구글홈(Google Home)을 앞세운 아마존과 구글이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홈팟(HomePod)’을 출시한 애플 등 여러 업체가 추격하는 양상이지만 가장 먼저 제품을 선보인 아마존이 지난해 기준 72.9%의 점유율로 타 업체를 압도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존은 지난 2015년 6월 외부 개발자들이 알렉사를 통해 음성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의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알렉사 스킬 킷(Alexa Skill Kit·ASK)’을 발표했다. 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알렉사 스킬(Alexa Skill)’을 통해 본격적인 음성 애플리케이션 시대가 열렸다. 

아마존은 이용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알렉사 스킬을 검색, 설치할 수 있도록 스킬 스토어를 개설함으로써 편의성도 높였다. 또한, 유료 음성 애플리케이션은 물론 구독(Subscription)이나 인-앱 결제(In-app purchase) 등 스마트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적용됐던 수익모델도 음성 애플리케이션에 똑같이 적용함으로써 개발자들이 음성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수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아마존의 발표 이후 구글 역시 ‘액션(Action)’이라 불리는 음성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아마존과 구글이 경쟁적으로 개발자 지원에 나서면서 수많은 업체가 퀴즈와 같은 게임은 물론 미디어나 제품 홍보성 음성 애플리케이션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에 이어 새로운 스마트 생태계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브랜드의 특화된 목소리로 제공되는 아마존의 ‘브랜드 보이스’. (출처: 아마존 홈페이지)
브랜드의 특화된 목소리로 제공되는 아마존의 ‘브랜드 보이스’. (출처: 아마존 홈페이지)

아마존, 마케팅 & 커머스 채널로서의 알렉사 가치 제고에 주력

아직은 스마트폰이나 PC에 비해 시장규모가 적지만 스마트 스피커 이용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스마트폰처럼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케팅과 커머스에 스마트 스피커를 이용하려는 업체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마케터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올해 말까지 2,160만 명이 스마트 스피커를 이용해 상품을 구매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체 이커머스 이용자의 10.8%가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상품을 구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업계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치지만, 이른바 보이스 쇼핑(voice shopping) 이용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미 다양한 업체가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알렉사 스킬 및 구글 액션을 제공하고 있는데, 최근 아마존은 더 많은 브랜드와 제휴하는 것은 물론 각 업체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적극 제공하면서 보이스 쇼핑의 활성화를 추구하고 있다.

코카콜라와의 제휴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데, 최근 아마존은 알렉사에 음성으로 요청하면 무료 음료 샘플을 보내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호주에서도 알렉사를 통해 요청하면 이용자의 이름 등을 프린트한 맞춤형 포장지로 장식된 콜라를 제공하는 ‘Share a Coke with…’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지난 2월에는 아마존이 알렉사의 목소리를 기업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브랜드 보이스(Brand Voice)’ 기능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KFC와 같은 업체는 알렉사 스킬을 아마존이 제공하는 기본 음성이 아닌 KFC의 창업자인 ‘샌더스 대령(Colonel Sanders)’의 목소리로 제공할 수 있다. 브랜드 보이스는 아마존이 개발한 신경망 기반의 음성합성(text-to-speech) 서비스인 ‘아마존 폴리(Amazon Polly)’를 통해 제공된다.

아마존이 특정 기업이 강조하는 목소리를 제공한다는 것은 알렉사가 마케팅 채널로서의 가치를 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아마존이나 구글 등은 이미 자체 개발한 음성합성 기술을 이용해 이용자들에게 보다 친숙한 목소리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각각의 기업들이 자사를 상징하는 목소리로 홍보하고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미 TV나 라디오 광고 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는 모델들의 목소리를 알렉사에서도 동일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됐다. 이는 기업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고 상품의 구매로 연결시킬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업의 독자적인 목소리는 단순히 스마트 스피커에서의 활용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 디스플레이나 스마트폰 등 스크린을 갖춘 단말에서도 시각적 요소와 결합돼 더욱 풍부한 이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 KFC에서는 알렉사 스킬을 창업자인 샌더스 대령의 목소리로 제공한다. (출처: KFC 홈페이지)◀ 아마존과 코카콜라가 진행한 프로모션을 통해 제공되는 맞춤형 콜라. (출처: 코카콜라 홈페이지)
아마존과 코카콜라가 진행한 프로모션을 통해 제공되는 맞춤형 콜라. / KFC에서는 알렉사 스킬을 창업자인 샌더스 대령의 목소리로 제공한다. (출처: KFC 홈페이지)◀

한국의 음성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향후 발전 가능성 커

한국의 경우 통신사(SK텔레콤, KT)와 포털(네이커, 카카오)은 각자의 인공지능 개인비서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와 셋톱박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곧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그리고 각 업체들의 상품 마케팅, 특히 통신사들이 추진한 인터넷멀티미디어TV(IPTV) 번들링 등의 전략을 통해 상당한 이용자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스마트 스피커 이용 측면에서는 초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본격적인 음성 애플리케이션시장이 열리지 않고 있다. 업체마다 개방을 외치고 있지만 아마존이나 구글과 같은 음성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충분한 이용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이용자들이 점차 음성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익숙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각 업체들이 적절한 지원정책을 펼칠 경우 새로운 시장이 개화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특히 국내 스마트 스피커 업체들 역시 커머스를 스마트 스피커의 주요 활용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이미 몇몇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음식배달과 같은 서비스를 론칭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음성 애플리케이션 시대가 열리게 될 경우 제품 및 서비스의 새로운 마케팅 & 판매 채널로서의 스마트 스피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리고 이를 사전에 준비한 업체들이 이용자들의 관심을 유발하며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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