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의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퇴치에 온 국민이 모두 동참해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옛날에 역병이 창궐하면 한 마을을 통째로 막아 출입을 하지 못하게 했다. 오늘날의 격리와 비슷하나 의술이 발달하지 못하고 인권문제가 빈약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도성에는 조금 다른 방법을 썼는데, 조선 시대에 도성 안에 역병이 발생하면 성 밖 교외에 병막을 설치하고, 환자들을 격리했다. 이를 출막(出幕)이라 했다. 오늘날의 격리병원 운영과 비슷하다. 

 


전염병 창궐에는 ‘격리’가 가장 기본


의료수준이 높은 현대사회라고 해서 옛날보다 전염병을 더 잘 퇴치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현대사회는 교통이 발달하여 전염병이 쉽게 전파된다. 직장, 학교, 교회 등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격리가 어렵고 대량감염 위험이 크다. 

더군다나 여객기, 선박, 국제철도 등을 통해 국경을 넘어 매우 빠른 속도로 많은 나라에 전파된다. 2015년 우리나라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메르스는 중동에 출장을 갔던 직원이 감염돼 옮겨진 것이었다.   

코로나19 사태는 격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주고 있다. 코로나19는 접촉뿐만 아니라 공기로도 감염되고, 전파력이 매우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신속한 격리조치가 있어야 했음을 절감케 하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세계보건기구(이하 WHO)는 중국을 의식해 늦장 대응, 편향 대응으로 일관했다. 특히, 국제적인 여행과 교역을 불필요하게 방해하는 조치가 있을 이유가 없다는 권고를 함으로써 국가 간 격리조치를 방해했다. 

그러나 WHO의 권고와 달리 미국은 최근 2주간 중국 방문 경험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불허하고, 중국으로의 여행 경보를 최고 단계인 ‘여행 금지’로 높였으며, 중국을 다녀온 자국인은 2주간 격리 조치하는 등 신속하게 조치를 취했다. 호주는 중국발 여행객들의 입국을 금지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북한과 몽골, 러시아 등은 사실상 국경을 폐쇄했다. 이들 나라는 격리 조치에 충실했기 때문에 평소 중국과의 교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환자가 적은 편이다. 

이번 전염병의 진원지인 중국도 초기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지만 심각성을 인식한 후에는 사회주의적 통제력을 활용해 우한을 중심으로 하는 후베이성과 수많은 도시들을 차단하고, 주민들의 이동을 철저히 단속하여 전염병 창궐 상황을 제어해 가고 있다. 

문제는 한국에 있다. 메르스 위기를 극복했던 경험도 있고 당초 환자 수도 많이 늘어나지 않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지금은 대한민국이 코로나19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이렇게 된 것은 ‘격리’라는 매우 기본적인 전염병 방지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심지어 무시했기 때문이다. 

 


총리주재 회의의 결정·발표 대책을 수 시간 후에 변경


설 명절이 시작된 1월 24일경에는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이 이미 크게 보도되고, 미국 등 적지 않은 나라들이 연이어 중국으로부터의 전염원 차단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한국은 2월 2일에서야 국무총리가 관계부처 장·차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제주특별법에 따른 무사증 입국 제도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겠다는 조치 역시 결정했다. 아울러 다른 조치도 내놓고 발표했는데, 문제는 수 시간 후에 발생했다.  

발표 후 2시간가량 후 “관광 목적의 단기 비자는 발급을 중단할 계획이다”에서 “관광 목적의 단기 비자는 발급을 중단하는 방법도 검토할 예정이다”로 문구를 바꿨다. 

또한, 그로부터 2시간가량 후에 “중국 전역의 여행경보를 현재 여행 자제 단계에서 철수 권고로 상향 발령하고,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도 금지될 예정이다”라는 문구를 “중국 여행경보를 지역에 따라 현재 여행 자제 단계에서 철수 권고로 조정하는 방안과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도 금지하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변경했다. 

‘관광 목적의 단기 비자발급 중단’과 '여행 경보 철수권고 상향 발령' 및 '관광 목적 중국 방문 금지'라는 기존 대책을 단정적으로 중단한다는 게 아니라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한다는 식으로 수정한 것이다.

당초 발표대로 시행됐다면 중국에서 오는 여행객을 보다 더 철저하게 차단하고 한국에서 중국으로 가는 여행객도 차단함으로써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으로부터 ‘격리’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중국 전역의 여행 경보를 ‘철수 권고’로 상향 조정하면 우리 국민들에게 더 큰 경각심을 심어줌으로써 전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수 시간 만에 바꿔 버렸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당시 중앙일보에서는 “비자 발급 중단과 여행경보 조정, 중국 관광 금지 등과 연관된 두 번의 수정 사항은 모두 중국 측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중국 정부로부터 항의를 받고 우리 정부가 내용을 바꿨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대학강의는 전면 온라인 강의로 대체해야


이제는 한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해 많은 나라들이 한국을 입국금지 국가로 지정하고, 중국 공항에서 한국인이 격리당하는 상황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바이러스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고 발언해 국민들 가슴에 염장을 지르고 있다. 

그동안 전면적인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하라는 요구가 거듭됐음에도 시행하지 않았다. 심지어 총리주재 회의에서 결정하고 발표한 내용을 바꿔버리는 것을 볼 때, 아무리 외쳐도 전염원 차단을 위한 중국으로부터의 실효적인 격리 조치는 애시 당초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 같다. 

한번 엎지른 물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그러나 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해야 한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거 들어오고 있는데, 지역사회에 감염되거나 밀폐된 강의실을 통해 확산되지 않도록 각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울러 베이징대학 등 중국대학들이 이번 학기에 온라인으로 강의를 대체하기로 한 것처럼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감안해 우리 대학들도 온라인 강의로 전면 대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의료지원, 마스크 등 물품 및 현금 후원


코로나19가 확산되지 않도록 예배활동이나 단체 신앙 활동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신천지교회는 교인 명단과 연락처 및 예배장소를 전면적이고 투명하게 제공하고, 신도들은 동선을 명확히 밝혀 확산 방지에 협력해야 한다. 

대규모 집회도 마땅히 자제해야 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이러한 문제에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일반 국민들도 가급적 이동을 줄이고 단체 활동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실효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의료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전국 의사들에게 희생과 봉사를 호소한다. 기업, 단체, 일반 국민들도 마스크 등 물품지원이나 현금 후원 등을 통해 동참해 이 어려운 난국을 극복해 나가자.

이강국 전) 중국 주시안 총영사
이강국 전) 중국 주시안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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