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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상 칼럼] 꼬부랑 예찬론
[정은상 칼럼] 꼬부랑 예찬론
  •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 승인 2020.03.09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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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이란 꼬불꼬불하게 휘어짐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꼬부랑은 다른 말로 곡선이다. 곡선은 모나지 아니하고 부드럽게 굽은 선이다. 제주 올레는 꼬부랑 길이다. 바닷가와 오름을 끼고 도는 올레에는 직선 길이 거의 없다. 직선 길은 재미도 없고 운치도 없다. 눈앞에 빤히 보이는 길이라도 꼬불꼬불 걸어가면 새로운 길이 보이고 재미있는 스토리가 차곡차곡 쌓인다. 

도랑에서 개천으로 개천에서 강으로 다시 강에서 바다로 흘러가는 물은 꼬불꼬불 잘도 돌아간다. 막히면 돌아가고 걸리면 둘러간다. 우리 삶도 다르지 않다. 평생 직선만 바라보고 내달리고 싶지만 실상 곡선이 훨씬 많다. 젊은이에게는 이런 꼬부랑 길이 거추장스럽게 여겨지지만 나이 들면 오히려 그런 꼬부랑 길 덕분에 쉬어 갈 수 있다. 

곡선에는 상승 곡선과 하강 곡선이 있다. 영어로는 업&다운(up&down)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계속해서 오를 수 없고 계속해서 내려갈 수도 없다. 오르고 내려가면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수년 전 지리산 종주를 할 때 참 많은 계단을 오르내렸다. 오를 때는 숨이 턱 막혀 왔지만 내려갈 때는 다시 오를 것을 생각하니 숨이 더 막혔던 기억이 새롭다. 그래도 무리하지 않고 오르내리다 보니 어느새 끝이 보였다. 

제주 올레는 곳곳에 얼마만큼 왔는지 보여주는 거리 표시가 있다. 힘이 들 때는 그 표지로 인해 다시 힘을 내게 된다. 우리 삶에는 표지가 없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표지를 정해두고 길을 오르내리다 보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이른다.

필자도 지나온 길을 회고하면 오로지 오르막만 생각하고 달려온 것 같다. 뭔가 하나라도 더 가지려 온 힘을 쏟았다. 하지만 이제는 가끔 내리막길을 만나면 쉬어가는 법을 알게 됐다. 위기를 만나면 기회를 찾아내듯이 말이다. 

최근 나라가 온통 코로나19로 난리법석이다. 마치 힘차게 철길을 올라가던 증기 기관차가 멈춘 듯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는 모양새다. 다들 힘들어한다. 정신없이 달려온 우리 모두에게 숨 고르기 한번 하고 가라고 하는 것 같다. 

분명히 힘든 시기이지만 우리는 다시 이겨내야 한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며 재충전하고 일어서야 한다. 이 길도 또 하나의 꼬부랑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꼬부랑······. 세상에는 직선보다 곡선이 훨씬 더 많다.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도 꼬부랑이나 곡선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꼬부랑을 모르면 세상을 한편으로만 바라보고 살다 간다. 

하지만 꼬부랑의 묘미를 알면 좀 더 포용력을 갖고 느긋하게 살아갈 수 있다. 결핍을 두려워하기 보다 자연스럽게 껴안고 가려는 생각이 욕심을 내려놓게 만든다. 욕심 없이 살면 세상이 좀 더 살아볼 만한 곳으로 바뀐다. 실제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변해 버린다. 

필자는 꼬부랑 예찬론자다. 쥐뿔도 없으면서 무한 긍정에 젖어 산다고 주위에서 가끔 핀잔을 듣지만 그래도 좋다. 아등거리며 살지 않고 매사에 긍정으로 살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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