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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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당혹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름도 낯선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보다 더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바로 마스크가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겨울 방한용, 혹은 감기 환자나 사용했던 마스크였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낯선 KF라는 영문 표기에 숫자가 붙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그 숫자를 확인하며 구입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렇게 약국 한편에 흔하게 걸려있던 마스크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생명을 지켜줄 비책(?)이 된 것이다.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스크를 한 장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수 백미터씩 줄을 서야 하는 이 상황이 쉽게 이해될 리가 만무하다.

예방 백신도, 명쾌한 치료 약도 없다는, 언제까지 얼마나 확산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막연함이 공포를 배가하는 상황에서 그 유일한 대안을 구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국민 가슴을 더 조여오는 것이다.

물론 처음 경험하기로는 비단 국민만의 일은 아니다. 보건 당국이나 정부도 경험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을 안정시킬 수 있어야 했다. 국민이 느낄 불안감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한 논거가 필요했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면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은 그 순간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과도한 불안감 조성은 오히려 해악이 된다며 우리 의료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므로 안심하라 했던 정부였다. 마스크가 효과 있다, 없다, 반복 사용해라. 안 된다. 면마스크 써라, 소용없다, 보급하겠다, 불가능하다... 우리나라가 고작 마스크 보급 문제 하나에 갈팡질팡할 정도의 수준이었나 하는 자괴감이 국민을 더욱 화나게 하고 있다.

최근 대책이 나왔다. 생년 끝자리 숫자에 따라서 일주일에 두 장은 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단다. 그 발표가 나온 후 판매를 담당할 약국과 국민 모두로부터 우려가 쏟아졌다. 어린이, 노약자, 장기 입원환자 등에 대한 대책을 보면 현실에 대한 고민이 깊지 않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듯하다. 정부 정책은 시기도 중요하지만 신뢰가 가장 무거운 덕목이다. 정부 정책이 국민 신뢰를 잃으면 참담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 대책이 갈팡질팡하는 중에도 우리 의료인들은 뭉클한 감동을 전했다. 기본적인 장비마저 부족한 여건을 무릅쓰고 현장을 지키고 있다. 전국에서 의료인들이 대구 경북으로 달려갔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직접 마스크를 제작하겠다고 나섰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주민들에게 마스크를 직접 배달하고 있는 지자체가 있어서 주목을 받았다. 부산시 기장군이 바로 그곳이다. 구체적 내용이 궁금했다. 부산이 고향인 아우의 부인이 기장군 일광면 부면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라 전화를 했다.

부산 기장군청 직원들이 지난 2일과 3일 전체 군민들에게 나눠줄 마스크를 포장, 이송하고 있다. ⓒ 기장군청
부산시 기장군청 직원들이 지난 2일과 3일 전체 군민들에게 나눠줄 마스크를 포장, 이송하고 있다. ⓒ 기장군청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수천 개씩 트럭에 싣고 직접 운전해서 마을마다 배달한다고 한다. 마스크 착용하고 운전해서 박스 나르고 나눠주다 보면 땀이 흐르고 지치기도 하지만 마스크를 받고 고맙다 말씀하시는 어르신들을 뵈면 피로를 느낄 틈이 없다고도 한다. 그런데 정작 더 힘든 일은 사무실에서 마스크와 손 소독제 다섯 개씩 개별 포장하는 일이라 한다. 그렇게 봉투에 일일이 넣고 있는 공무원들 모습이 떠올랐다.

부산 기장군청 직원들이 지난 2일과 3일 전체 군민들에게 나눠줄 마스크를 포장, 이송하고 있다. ⓒ 기장군청
부산시 기장군청 직원들이 지난 2일과 3일 전체 군민들에게 나눠줄 마스크를 포장, 이송하고 있다. ⓒ 기장군청

누구의 발상이었을까, 예산은 어떻게 조달했을까, 실행 단계에서 어려움은 없었을까 등등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한의사 출신인 기장군수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마스크와 소독제 예산 일부를 지원하고 현장 방역을 도왔다 한다. 이에 주민을 위한 일이라는 점에서 기장군 공무원들이 기꺼이 참여했다. 기업과 지자체, 공무원이 뜻과 힘을 모아 위기에 더 빛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 어려운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공기업과 주민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찾아서 탁상이 아닌 현장에서 땀 흘리는 지자체 단체장과 공무원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 초유의 상황을 이겨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기 탓인지 국민 가슴에 상처를 주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 집단 감염자가 속출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해서 ‘대구사태’라는 말로 비난하고 ‘특정 정당을 지지한 어리석은 짓의 결과’라고 말하는가 하면 대구에 대해 ‘손절’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아무리 총선이 급해도 할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는 것이다. 국민의 고통과 어려움이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그에 비하면 현장 속에서 땀으로 봉사하는 우리 공무원들이, 그리고 책임감으로 병원을 지키는 의료인들이 더욱 빛나는 이유이다.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붕당으로 다투는 위정자들이 아니었다. 진정한 주인공은 언제나 민초들이었다.

그 민초들의 선택이 다가오고 있다.

스타트업투데이=심산(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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