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고용'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기술창업을 통한 글로벌 스타벤처깅버을 육성해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기술창업을 통한 글로벌 스타벤처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는 지금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모두 스타트업 열기가 뜨겁다. 10여 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저성장과 고실업이 고착화되는 소위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게 됨에 따라 세계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빅데이터 등 기술혁신이 촉발한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면서 산업은 물론 사회 전체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대변혁이 일어나고 이를 통해 새로운 혁신 기반의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시도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이러한 대변혁의 중심에 기술 혁신과 이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 있고 혁신적인 테크 스타트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전 세계 정부가 추구하는 혁신과 고용의 두 마리 토끼를 기술 창업을 통해 잡으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 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팬데믹의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가운데, 스타트업의 혁신에서 그 해법을 찾고 코로나 사태 이후의 새로운 변화에 대한 대응책도 모색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기업의 혁신을 통한 경제 발전을 목표로 하는 혁신 성장을 경제 정책의 핵심축의 하나로 정해 우리 경제의 구조와 체질의 근본적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혁신 성장의 기치 아래 현재의 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를 중소•중견•창업•벤처기업 중심 구조로 발전시키기 위해 특히 스타트업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이렇게 국가적으로 중요한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 혁신과 고용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적 방향을 정리하고자 한다.


기술 창업의 중요성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혁신과 고용을 함께 달성하고자 하는 혁신 성장에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우리 정부의 창업정책의 초점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술창업 육성에 맞춰져야 한다. 경쟁력 있는 기술창업을 통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타벤처가 육성될 수 있다.

국내 부존자원이 빈약해 내수만 가지고는 경제발전을 이루기 어려운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로 발전해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50%를 상회해 36개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단연 최고 수준으로 수출이 우리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타트업의 육성도 국내 시장 중심보다는 글로벌 시장 중심으로 추진돼야 한다. 글로벌 시장은 물론이고 이제 자유무역협정(FTA)의 확대로 국내 시장에서도 해외 기업과의 직접적 경쟁이 불가피해져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스타트업의 육성은 필수적이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 창업 정책이나 전략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나 중국의 정책이나 전략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작은 국내 시장 중심의 창업 정책은 큰 성장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존 기업과의 제로섬 게임으로 귀결돼 궁극적으로 국가 차원에서는 고용 및 부가가치의 순증을 실현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한 스타트업의 고용이 증가하면 기존 기업이나 다른 스타트업의 고용이 감소하는 제로섬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스타트업 육성에 있어 기술창업 활성화가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소위 글로벌 스타벤처를 육성하려면 혁신적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즉,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그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제품 기반인 경우, 제품, 부품, 소재, 장비의 핵심 기술의 수월성과 차별성, 이에 대한 특허 등 지적재산권 확보가 중요하다.

서비스 기반이거나 제품 서비스 융합 기반의 경우에도 기술 경쟁력 없이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 사실상 어렵다. 이를 위해 산업별 핵심 기술은 물론 인공지능, 5세대 이동통신,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등의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한 기술창업과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를 통한 글로벌 스타벤처 육성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기술창업을 통한 글로벌 스타벤처 육성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창업을 통한 글로벌 스타벤처 육성을 위해서는 많은 성공요건이 있겠으나, 특히 우수 기술인재의 스타트업 참여 확대, 액셀러레이션(Acceleration) 환경 구축, 투자 중심의 창업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

먼저, 우리나라 우수 기술인재의 창업생태계 참여 확대가 중요하다. 여기서 기술 인재라 하면 기술개발 인재만이 아니라 생산기술, 상품화 등 기술 사업화를 위한 많은 관련 분야의 인재를 말한다.

미국과 중국의 경우, 대학의 우수 인재들이 졸업 후 창업을 하거나 스타트업에 취업하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우수 인재들이 대기업이나 공기업과 같은 안정적 직장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개선하지 않고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스타트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이는 20여 년 전 우리나라의 1차 벤처붐이 버블 붕괴로 이어지고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면서 '벤처는 위험한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굳어진 데 기인한다. 당시 창업•벤처정책의 조기 성과 창출을 위해 정부에서 스타트업에 보증을 제공하면서 투자가 아닌 융자 중심의 창업생태계를 만들었던 데 따른 부작용이었다.

이제 다시 우리 우수 기술인재들을 창업 생태계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투자 중심의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수 인재들이 안심하고 혁신적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창업을 하거나 기존 스타트업에 합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술창업은 기술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학교수 및 석•박사 과정 학생, 출연연 등 연구원, 기업 및 기관의 전문인력 등이 창업 생태계에 많이 참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우수 인재 유치 촉진을 위해 사회의 인식을 스타트업에 우호적으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둘째로,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를 감안해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액셀러레이션, 즉 성장 단계별 지원 및 육성이 중요하다. 미국과 같은 창업 선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많이 취약한 부분이다. 액셀러레이션이란 스타트업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성장 단계별로 사업전략, 비즈니스 모델, 기술개발, 마케팅, 재무, 투자유치 등을 지원하는 활동을 말한다.

우리 정부도 수년 전부터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육성을 위해 관련 법령을 보완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천여 개 수준의 미국과 비교해 아직은 적지만 단기간에 200여 개의 액셀러레이터를 확보해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액셀러레이터의 양적 확대도 중요하나 질적 제고가 더욱 중요하다. 실리콘밸리의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 500스타트업(500 Startups), 플러그 & 플레이(Plug & Play) 등의 대표적인 액셀러레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평균적으로 스타트업의 5~8%의 지분을 받는 대가로 10~20만 불의 씨드(Seed) 투자를 하고, 각자 특유의 멘토링 프로그램과 함께 다양한 액셀러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성공한 선배 창업자들이 액셀러레이터로 변신해 후배 창업자를 돕는 윈윈 창업 생태계 구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미국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우리나라도 우수한 액셀러레이터를 확보함으로써 창업 생태계를 강화해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스타벤처를 육성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공한 벤처 1세대, 과거 우리 경제의 고도 성장을 주도해온 시니어급 기술인재나 글로벌 마케팅 인재 등 선배 기업가들이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스타트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셋째로, 과거 융자 중심의 창업 생태계를 속히 투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우수 기술인재들이 과거처럼 실패에 따른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스타트업에 뛰어들 수 있는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이러한 투자 중심 창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우리 정부의 강력한 벤처투자 확대 정책의 결과로 현재 역대 최고의 벤처펀드 결성과 함께 역시 역대 최고의 벤처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2019년 벤처투자 금액이 4조 2,777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4조 원을 돌파했고, 엔젤투자 금액도 세제 혜택 등 엔젤투자 확대 정책의 결과로 2018년 기준 5,538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2000년 전후 벤처붐에 이어 '제2벤처붐'을 만들고 있다.

벤처투자 금액이 국내총생산 대비 0.22%로 미국(0.4%), 이스라엘(0.38%), 중국(0.27%)에 이어 세계 4위로 상승했으나 아직 금액 면에서 미국의 약 5%, 중국의 약 10% 수준으로, 지속적 확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최근 성공한 벤처 1세대를 중심으로 자산가들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벤처투자에 뛰어들면서 투자 중심의 창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투자 중심의 창업 생태계 구축과 함께 심도 있게 추진해야 할 정책 방향은 투자회수의 활성화다. 투자회수가 부진하면 벤처투자의 지속적 확대가 어려울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세컨더리 펀드 등 단기적 투자회수 방안도 필요하나, 궁극적으로 기업공개(IPO) 또는 인수합병(M&A) 등 시장 중심의 투자회수 활성화가 중요하다. 투자회수를 통해 지속 가능한 벤처투자 생태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투자회수의 양대 방안인 기업공개와 인수합병 중 특히 인수합병의 활성화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다. 미국의 경우 인수합병이 전체 투자회수의 90% 이상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10% 이하에 불과해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요즘과 같이 기술 변화가 광속으로 진행되는 시대에는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한 기업이 이러한 초고속 변화를 단독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기업 간 및 산•학•연 간 협력 기반의 개방형 혁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이유다.

기존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개방형 혁신을 신속히 추진하는 효과적 방안으로 스타트업 인수합병을 선호하고 스타트업과 투자자 입장에서도 적절한 가치에 조기 투자회수를 선호해 인수합병 중심의 투자회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인수합병 중심의 투자회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재 걸림돌인 가치평가의 이견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조건부지분인수계약(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SAFE), 컨버터블 노트(Convertible Note) 등 미국에서 이미 도입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기술탈취 방지, 세제 혜택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인수합병 활성화는 투자회수 측면 만이 아니라 개방형 혁신 등 기업생태계 내의 혁신 파이프라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인수합병 활성화를 통해 기존 대•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간 혁신 파이프라인을 활성화시켜 기업 생태계의 혁신을 촉진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스타벤처 육성을 위해 기술인재의 스타트업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스타벤처 육성을 위해 기술인재의 스타트업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스타벤처가 되려면


우리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술창업 기반의 글로벌 스타벤처가 되려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사업으로 돈을 벌겠다는 것이 목표가 돼서는 안 돼고 우리 사회, 더 나아가 인류 사회를 한층 더 좋게 바꾸겠다는 담대한 목표를 가진 기업가가 많아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혁신과 함께 개인화가 가속되고, 정보화로 사회의 정보 비대칭이 해소되며, 사회에서 기업의 역할이 커짐에 따라 사회적 가치 기반의 경영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경제적 가치만 추구하는 기업보다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이 미래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시대적 소명의식에 입각한 기업가정신이 전 세계 공통적인 기업의 성공요건이 되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가로서 글로벌 스타벤처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사회적 가치의 동시 추구라는 시대적 소명의식을 전 직원과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스타트업의 사업 비전과 목표를 우리 사회, 더 나아가 인류 사회가 지향하는 방향에 맞춰야 한다.

구체적으로 인류 사회가 지향하는 건강한 사회, 지속 가능한 사회, 스마트한 사회, 안전한 사회, 성장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우리 스타트업들이 기여할 수 있다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다.

상기의 비전은 우리 사회만이 아니라 세계 사회가 지향하는 비전이다. 다시 말해 이러한 비전에 기여하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시장에 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해져 글로벌 스타벤처로 성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건강한 사회에 기여하는 의약품, 의료기기 등 바이오헬스 기술, 지속 가능한 사회에 기여하는 에너지, 자원, 환경 기술, 스마트한 사회에 기여하는 스마트 홈,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 공장, 스마트 시티 등 스마트 기술, 안전한 사회에 기여하는 재난, 기후변화 등 대응 기술, 성장하는 사회를 기여하는 각종 제품 및 서비스, 부품, 소재, 장비 기술 등의 혁신을 이루어낼 수 있다면 글로벌 스타벤처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러한 담대한 비전과 목표를 가진 기업가와 스타트업이 많이 나와 글로벌 스타벤처를 다수 육성하고 혁신 성장에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주영섭 고려대학교 석좌교수(전 중소기업청장)
주영섭 고려대학교 석좌교수(전 중소기업청장)

주영섭 고려대학교 석좌교수(전 중소기업청장)

현재 한국ICT융합네트워크 회장,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주력산업총괄 MD,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산학협력위원장 겸 초빙교수, (주)현대오토넷과 본텍 대표이사 사장, GE써모메트릭스 아시아태평양담당 사장 등 정부, 대학, 기업을 아우르는 산·학·연·관 주요 요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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