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법·벤처기업법 공포로 달라지는 것은

벤처투자법·벤처기업법의 공포로 벤처 생태계의 중심이 관에서 민으로 옮겨갈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벤처투자법·벤처기업법의 공포로 벤처 생태계의 중심이 관에서 민으로 옮겨갈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벤처 생태계의 혁신을 이끌 양대 법안인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벤처투자법」)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벤처기업법」)이 2020년 2월 11일 공포됐다. 국내 벤처 생태계를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에 발맞추고, 민간 중심으로 구축하기 위해 시행되는 양대 법안 시행으로 벤처 업계에 일어날 변화들을 짚어봤다.


투자 규제, 일원화된다


벤처투자법은 1997년 제정된 벤처기업법과 1986년 제정된 중소기업창업법 두 가지로 나뉘어 있던 투자 규제를 하나의 법으로 일원화하고, 벤처투자제도를 보다 체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우선, 「벤처투자법」 공포로 실리콘밸리형 투자방식으로 알려진 조건부지분인수계약(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SAFE)의 투자방식이 도입된다. 미국의 에어비앤비와 스트라이프(Stipe)를 인큐베이팅한 것으로 잘 알려진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가 2013년 개발한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은 초기 창업기업의 투자 유치에 적합한 투자 유형이다.

투자자가 초기창업기업에 일정 금액의 자금을 투자하고, 이후 후속 투자자가 산정하는 기업가치에 따라 투자 지분율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자금이 가장 중요하지만,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초기 창업기업의 경우, 당장 기업가치를 산정하지 않으면서도 투자를 유치할 수 있고, 투자자의 경우, 기업의 가치 산정을 후속 투자자에게 맡기고, 향후 기업가치가 상승한 기업에 대한 지분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에게 유리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의 가치에 투자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또 다른 변화는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주체의 범위가 확대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개인투자조합만 결성할 수 있었던 액셀러레이터가 자본금과 전문인력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추게 되면,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할 수 있게 된다.

액셀러레이터의 대규모 자본 조달이 가능해짐으로써 창업 초기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자금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벤처캐피탈을 의미하는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이하 창투사)의 투자의무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창투사에서는 자본금으로 창업•벤처기업에 40% 이상을 의무로 투자하고, 개별 조합별로 창업•벤처기업에 40% 이상을 의무로 투자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창투사에서는 창투사 자본금과 조합별 출자금을 더해 총 운용자산 중 40% 이상만 의무로 투자하면 된다.

업계에서는 의무투자에 대한 부담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전문개인투자자 등록제 시행으로, 건강한 개인투자 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 개인투자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현행 전문엔젤확인제도를 개편해 전문개인투자자 등록제를 시행한다.


벤처기업 확인제도, 민간으로 이양


양대 법안 중 하나인 「벤처기업법」을 통해서는 벤처기업 확인제도가 개편된다. 벤처기업 확인제도의 확인 주체가 기술보증기금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중심에서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벤처기업확인위원회 중심으로 바뀐다.

벤처기업 확인 요건 역시 대대적으로 손을 봤다. 보증대출기업유형에서 보증 또는 대출금액의 각각 또는 합산금액이 8천만 원 이상이고, 총자산에 대한 보증 또는 대출금액 비율 5% 이상을 충족하는지 확인했었다면, 개편 후에는 보증•대출 실적 요건을 폐지하고, 혁신•성장성 평가로 대체한다.

연구개발기업유형에서는 기업부설연구소 1개의 연구개발조직만 인정했었지만, 개편을 통해 ▲기업부설연구소 ▲연구개발전담부서 ▲기업부설창작연구소 ▲창작전담부서 4개의 연구개발조직으로 인정 범위가 확대됐다.

벤처투자기업유형에서는 ▲창업투자회사 ▲창업투자조합 ▲신기술금융업자 ▲신기술투자조합 ▲벤처투자조합 ▲한국벤처투자㈜ ▲전문엔젤 ▲개인투자조합 ▲산업은행 ▲기업은행 ▲은행 ▲경영참여형사모집합투자기구 ▲외국투자회사 13개의 기관투자자의 투자만 인정하고, 벤처투자 금액은 5천만 원 이상이어야 했다. 그러나 개편을 통해 벤처투자 5천만 원 이상의 현행 요건은 유지하면서 액셀러레이터 등을 추가로 투자자로 인정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벤처기업법을 통해 벤처창업의 휴직 대상 범위가 확대된다. 벤처창업 휴직 제도란 대학 교원 등이 벤처기업 또는 창업기업의 대표자나 임원으로 근무하기 위해 최대 5년(1년 연장 가능) 간 휴직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휴직대상으로 인정되던 4개 유형인 ▲대학 교원 및 연구원 ▲국공립연구기관 연구원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 ▲전문생산기술연구소 연구원 ▲공공기관 연구원에 ▲과학기술분야 지자체출연연구기관 연구원 ▲공공기관 직원 2개의 유형이 추가됐다.

이번 양대 법안 공포로 기존의 관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국내 벤처 생태계가 민간 중심으로 이동할 것인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다만, 실제 벤처 생태계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하기 위해서는 민•관의 합심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투데이=임효정 기자] 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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