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나눔재단 한정화 이사장
아산나눔재단 한정화 이사장

“이봐, 해보기나 했어?”

이 한마디만큼 한국식 기업가정신의 일면을 실감 나게 표현해주는 말은 없을 것이다. 널리 알려진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어록 중 하나다. 정 창업자 서거 10주기를 기념으로 2011년에 만든 재단이 아산나눔재단(이하 재단)이고, 재단에서 2014년 설립한 창업지원기관이 마루180이다. 한정화 이사장은 재단 설립 당시 등기이사였지만 중소기업청장이 되며 잠시 재단을 떠났다가 이사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그에게 기업가정신과 재단 그리고 마루180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기업가정신 계승한 아산나눔재단


6년 만에 이사장으로 복귀했다. 소감은?

재단 출범 시 이사로 활동했었기 때문에 많은 애정을 갖고있다. 2013년 중기청장으로 부임하면서 이사직에서 물러났다가 6년 만에 복귀했다. 우리 재단은 기업가정신으로 특화된 곳이다.

기업가정신과 도전, 개척정신의 산 역사를 보여줬던 고 정창업자를 기리기 위해 출범됐으니 당연한 얘기다. 국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혁신성장이 주목받고 있는 이때에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오랜 연구로 나름의 전문성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이사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선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한다. 이에 따른 보람도 찾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가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업가정신은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이다. 기업가에게 고객, 시장, 기술, 공공정책 등 불확실한 요소가 너무나 많다. 그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만 할 것이 아니라, 준비하고 도전해 그 결과로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때에 혁신은 이뤄질 것이다.

현재는 기업가정신 침체의 시기다. 정 창업자는 프론티어 기업가정신의 아이콘이다. 조선소 건립 계획에 대한 직원들의 우려를 “이봐, 해보기나 했어?” 이 한마디로 불식시켰던 정 창업자의 기업가정신은 21세기에 맞게 재조명돼야 한다. 나아가 침체의 시기를 벗어나게 하는 의식의 견인차로 활용돼야 한다.

  


긴 안목으로 규제 바라봐야


벤처 활성화를 위한 방편으로 규제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뜨겁다. 이에 대한 생각은?

규제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어제오늘의 이슈가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에 더욱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혁신성장과 관련이 있다. 혁신성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주목받는 때에 규제가 혁신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이 더욱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규제에는 많은 이해관계자가 관련돼 있다. 규제에 따라 손해를 보거나 이익을 보게 되는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이러한 갈등의 조정 및 조율이 필요한데, 정치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민간에서 미래에 대한 발전적인 청사진을 제시했을 때 규제가 이를 막아선다면 혁신은 요원해진다. 반면 규제의 존재 목적도 있는 것이다.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조율하며 먼 안목으로 규제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마루180 개관 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명예 이사장. (출처 아산나눔재단)
마루180 개관 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명예 이사장. (출처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5T'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트렌드(Trend)다. 사회적인 변화, 시장의 현황, 기술의 발전 등 흐름을 알아야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트렌드는 학습과 현장경험을 통해 인지할 수 있다. 다음은 트레이닝(Trainig)이다. 어려서부터 경제와 경영, 글로벌 감각, 특히 기업가정신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 준비된 경영자, 창업자로 만들어져야 한다.

세번째는 팀(Team)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떠한 인력으로 팀이 구성됐는지, 소속원 간의 공감이나 소통이 깊고 긴밀한지, 리더십은 이들을 잘 리드하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네번째는 타이밍(Timing), 일종의 운(運)을 말한다. 시쳇말로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시대에 뒤떨어져도 문제지만, 너무 앞질러가는 사업아이템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는 투자(한글 발음 Tooja)다. 사업아이템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자원이다. 이 다섯 가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고 하면 역시 팀이다.

지난 해, 사단법인 창조경제연구회(이하 연구회) 이사장도 맡았는데, 타개한 ‘벤처 대부’ 고 이민화 이사장의 뒤를 이은 것이다. 어떤 계기로 연구회 이사장을 맡게 됐나?

고 이 이사장과는 개인적인 친분이 깊다. 연구회는 이 이사장의 개인적 역량으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그의 커다란 빈자리를 채워 줄 인사가 선뜻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 자리를 맡지 않으면 연구회가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에 의무감으로 그 자리를 맡았다.

연구회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Open Think Network' 연구회를 표방하며, 국가적 혁신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매월 일정 주제를 가지고 포럼을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 2월 54회를 맞았다.


강남권 창업지원 인프라 구축의 선구자 마루180


재단의 상징인 마루180이 이뤄낸 성과는 무엇이고, ‘한정화 표’ 마루180의 청사진은?

마루180의 가장 큰 성과는 강남 지역에서 인큐베이팅, 투자와 함께 액셀러레이팅 모델이 순조롭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는 자타의 평가가 아닌가 싶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디캠프가 2013년에, 마루180이 2014년에, 2015년에는 팁스타운이 차례로 개관되면서 강남권에 본격적인 창업지원 인프라가 구축됐다.

마루180에서 사무공간을 지원받은 스타트업 수는 5년간 182개다. 고무적인 것은 졸업한 스타트업의 5년 생존율이 90.3%라는 점이다. 국내 전체 스타트업의 생존율이 36%에 불과한 것을 보면 엄청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한정화표’ 마루180이라 하면 너무 거창하고 (웃음), 향후 계획을 몇 가지 말하겠다. 내년 초에는 (가칭)마루360을 오픈할 예정이다. 마루180이 창업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마루360은 기업의 스케일업(scale-up) 기능에 방점을 둔다. 스케일업을 위해서는 국내시장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해야 한다. 따라서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한 여러 가지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다.

더불어 재도전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최근 (가칭)재도전지원법의 제정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데, 실패 경험이 자산이 되는 재도전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제도 혁신이 필요하다. 이 이슈는 기획재정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공정위원회 등 여러 부처가 연관돼 있어 복잡한 측면이 있지만, 기업가정신의 저변 확산을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라 여기고 있다.

 

2021년, 재단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아직은 구상 중이다.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기본 방향은 지난 10년을 평가해보고, 재단의 향후 10년을 바라보면서 우리 사회의 기업가정신과 혁신 문화를 확산할 보다 영향력 있는 사업을 구상하는 것이다. 기업가정신과 스타트업 분야의 심층적인 조사 연구를 바탕으로 다른 기관과 차별성 있는 재단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한정화 이사장은···

조지아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박사 출신인 한 이사장은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원장, 제13대 중소기업청 청장, 제1대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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