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구매 플랫폼 '트렌비' 박경훈 대표·조세원 부대표·이종현 부대표

없어서 못 사는 아이템 기획전세일 스캐너. (출처 트렌비)
(왼쪽부터)트렌비 이종현 부대표, 박경훈 대표, 조세원 부대표. (출처: 트렌비)

2016년, 유럽과 한국 시장을 연결하기 위해 옥스포드대학원의 한인 유학생들이 모였고, 2017년 유럽과 한국을 잇는 명품 구매 플랫폼 트렌비가 탄생했다. 100% 책임인증제로 전 세계 최저가의 명품을 선보이고 있는 트렌비는 소수 부유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명품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평가 속에서 트렌비는 2019년, 창립 첫해 대비 5배 증가한 451억 원의 거래액을 달성했고, 월간 순 이용자(MAU)수 역시 2년 만에 32만 명에서 195만 명으로 6배 늘었다. 내부적인 성장과 더불어 외부에서도 70억 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이뤘다. 창업 3년이 채 되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이 이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트렌비의 세 중심축 박경훈 대표, 조세원 부대표, 이종현 부대표를 만났다.

 


전 세계 명품을 한눈에


정보기술(IT)과 명품의 만남을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

박경훈 대표(이하 박): 전 세계 어딘가에서는 계속해서 명품들이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 정보들을 모두 모아서 볼 수 있게 만들면 사람들에게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무작정 검색엔진을 만들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트렌비는 어떤 뜻을 담고 있나?

박: ‘트렌드가 되다’라는 뜻의 ‘Be the Trend’를 한국 어순과 발음에 맞게 만들어 보니 ‘트렌비(Trenbe)’가 됐다

 

트렌비가 일반 명품 직구 플랫폼과 다른 점은 무엇이며, 궁극적인 서비스의 방향, 브랜드 이미지 등이 있다면?

조세원 부대표(이하 조): 궁극적으로는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트렌비를 유능하고 든든한 쇼핑 파트너로 생각할 수 있도록 트렌비의 쇼핑 인공지능(AI) 트렌봇을 학습시키는 한편, 고객의 감성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사용자인터페이스(UI)·사용자경험(UX) 디자인을 고도화하고 싶다.

 

전 세계 명품 업계 현황을 들려달라.

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럭셔리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이 5%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유입과 온라인 판매의 증가가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2018년 기준 온라인 매출은 전체 럭셔리 시장의 10% 수준이었으나, 2025년까지 25% 수준으로, 2.5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럭셔리 시장은 총 13조 원 규모로 전 세계 8위의 큰 시장인데, 이 중 온라인 시장은 2017년 1조 1천 2백억 원 규모에서 2019년 약 3조 원 규모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5,000여 개의 다양한 명품 브랜드를 최저가로 빠르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이종현 부대표(이하 이): 기본적으로 명품 구매 과정은 단순히 속도만 빠르다고 충분한 것이 아니라 검수 과정도 중요하다. 트렌비는 상품을 각 지사에서 수령한 뒤, 일일이 검수 사진을 찍어 고객에게 전송하고 원하는 상품이 맞는지, 혹시 하자가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요소는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시차를 고려할 때 약 2일이 소요되며, 고객의 확인이 끝나면 한국으로 배송되기 때문에 평균 8~10일이 걸린다.

없어서 못 사는 아이템 기획전세일 스캐너. (출처 트렌비)
없어서 못 사는 아이템 기획전세일 스캐너. (출처: 트렌비)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비교검색까지


트렌비를 통한 명품 구매 절차에 대해 알려달라.

박: 보통 직구족들은 3~4개 이상의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한 후, 별도로 환율을 계산해서 가장 가격이 저렴한 국가를 찾는다. 그러나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한국 신용카드 결제를 허용하지 않는 해외 사이트들이 많기 때문에 여러 차례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반면, 트렌비의 경우, 결제 최종 단계에서 개인통관부호를 입력해야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한국의 다른 쇼핑 애플리케이션의 구매 과정과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 환율까지 고려했을 때, 트렌비는 가장 저렴하게 명품을 살 수 있는 국가나 웹사이트를 찾아서 가격비교표까지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트렌비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모든 비교검색을 마무리할 수 있다.

 

창립 2년 만에 누적거래액 700억 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고속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박: 빠른 기획과 실행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하게 기획하느라 시간을 끌기보다는 고민하는 것들을 만들어 보고 소비자의 평가를 빨리 받아보자는 것이 지난 2년간 고수한 가장 중요한 원칙이었다. 창업 이후의 시간들은 트렌비 비즈니스 모델의 시장 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한 시제품(Minimum Viable Product·MVP)을 만들고 테스트해 본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서비스 내에서 다양한 이커머스의 방향성과 콘텐츠 전략들을 실험했다.

스스로가 명품 마니아이거나 패션 전문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것, 좋아 보이는 것을 밀어붙이기보다는 여러 가지 실험을 하면서 고객들의 취향과 니즈를 검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 구조를 만들었다. 이제부터는 이러한 학습을 바탕으로, 트렌비의 코어 사용자층이 열광할 수 있는, 트렌비의 색깔과 가치가 잘 드러나는 서비스들을 자신감 있게 선보일 예정이다.

 


투자 유치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


트렌비는 2019년 총 70억 원의 투자를 유지했다. 벤처캐피탈 등으로부터의 투자 유치 비결은?

박: 트렌비는 2019년 3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영국에 있었기 때문에 한국 투자자들을 만나기가 어려웠고, 투자설명회(IR)를 원격으로 진행해도 신뢰 관계를 높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투자 유치에 시간을 쏟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것에 집중했는데, 오히려 그런 점이 투자유치에 도움이 됐다.

아울러 외부 투자가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외형을 키우기보다는, 꼼꼼하게 재무 상태를 점검하면서 초기 2년을 보냈다. 투자자들이 얘기하길, 초기 스타트업이 꾸준히 20% 수준의 마진율을 유지하고 안정적인 광고 대비 매출액(ROAS)을 만들어 내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특히 최근 들어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계획된 적자를 계속해서 용인해 주지 않는 투자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J-커브의 매출을 만들면서 불필요한 현금 소진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 너무 크고 추상적인 비전보다는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BM)과 구체적인 성장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스타트업들에게 조언 한 마디.

이: 투자를 단지 자금유입으로만 생각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성장을 같이 고민해 줄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특히 첫 창업이거나 시리즈 A 단계의 투자라면, 자금뿐만 아니라 경험을 나눠주고 힘든 레이스를 응원해 줄 수 있는 파트너인지가 더욱 중요하다.

 

트렌비의 향후 계획은?

박: 현재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올해 안에 주요 사업 서비스들을 선보이면서 트렌비가 구상하는 쇼핑 플랫폼의 성격을 명확히 하는 것이 목표다. 이 작업이 끝나고 나면 이를 기반으로 아시아 및 미주 시장을 두드려 볼 수 있는 글로벌 버전 서비스를 만들 예정이다.

 


박경훈 대표는···

영국 옥스포드대학원에서 소프트웨어 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Sprtzrush 최고기술책임자(CTO), 캠든소프트 CEO, 한국 최대 닷넷 개발자 커뮤니티 훈스닷넷 CEO를 지냈다.

조세원 부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미국 터크경영대학원(Tuck School of Business at Dartmouth) MBA를 졸업했다. 구글 본사(Google Detroit) 어카운트 플래너(Account Planner), ㈜야놀자 마케팅총괄상무(CMO)와 고객경험총괄전무(CBEO)를 역임했다.

이종현 부대표는···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를 졸업했다. 메쉬코리아 운영총괄과 사륜차사업추진단장을 지냈다.

[스타트업투데이=임효정 기자] 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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