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전) 중국 주시안 총영사
이강국 전) 중국 주시안 총영사

중국 국가통계국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6.8%로 발표했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한 이래 30여 년간 매년 약 10%의 고속성장을 해왔고, 몇 년 전부터 둔화현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그래도 올해 6% 성장은 낙관했는데, 마이너스 6.8%는 충격적이다.

가뜩이나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 속에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추세였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급전직하함으로써 중국은 계속 발전하고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관념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이다.

 


마이너스 성장, 수출부진으로 기업도산 속출과 대량 실업 우려


물론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마이너스 경제성장은 중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미국, 유럽이 심각한 상황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5.9%, EU는 -7.1%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0년 세계경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대량의 확진자와 사망자를 내고 있는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몰라 세계는 대공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1.4%로 집계됐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분기 기준 최대 역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전 세계로 번진 2분기에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다.

그리고 관세청이 4월 21일 발표한 4월 1~20일 전체 수출액은 작년 동기대비 26.9% 줄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글로벌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전례 없는 위기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미국, 유럽 등지로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세계 소비시장이 얼어붙고 있는데,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되면 기업 도산과 대량 실업이라는 쓰나미가 밀려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기간산업이 버티도록 금융지원과 정책지원을 실시해야


그러면 이러한 비상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첫째, 도산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 자영업과 실업자 등 특정 취약 대상에 초점을 맞춘 지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기간산업이 무너지지 않고 버텨나가도록 해야 한다.

특히 기계, 에너지, 조선, 자동차, 전자, 반도체, 항공, 해운 등 국가 산업의 토대가 되는 산업은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 이들 기간산업은 숱한 난관 속에서도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아 일자리를 유지하고 창출하면서 대한민국이 제조 강국, 무역 대국의 위상을 키우는 데 주도적 역할을 맡아왔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1,2차 협력업체를 포함한 전후방 산업이 도미노 위기에 몰리고, 고용과 투자, 소비, 생산 등 경제 전반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의 생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금융 지원과 함께 정책 지원도 과감하게 실시해야 한다. 법인세를 감면하고, 각종 규제들을 대폭 철폐하며, 최저임금제 시행에도 탄력성을 부여해야 한다.

아울러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에 직면한 우량기업들이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유럽에서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고 주식시장 폭락까지 겹치면서 외국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유럽기업들을 인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자국 기업들의 지분을 사들여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로 취약해진 전략적 부문에서 외국인 투자의 위험으로부터 지킬 것을 권고하고, EU 회원국 통상장관들은 화상회의를 통해 코로나19에 따른 경기둔화로 약화한 전략적 부문의 유럽 기업을 ‘약탈적 인수’로부터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도 해외 기업들의 인도 기업 인수·합병(M&A)을 통제하겠다고 밝혔고, 호주는 항공·화물·보건 분야에 대한 외국인 자본 투자를 외국인투자검토이사회(FIRB)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코로나 사태는 결국 극복될 것이다.

그런데 한 번 넘어가버린 기업을 되찾기는 매우 어렵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려움에 빠진 기간산업 분야 기업들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기업들이 국민 먹거리를 창출하고 수출을 견인하도록


둘째, 우리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좌절할 것이 아니라 기회로 삼아 역전의 발판을 만들어 나가도록 지원해 나가야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에 공문을 보내 임상보류(Clinical Hold)를 해제하고 환자 투약을 재개할 것을 허가했다.

코오롱티슈진이 개발 중인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신약 물질 ‘인보사’에 대해 미국 임상 3상 보류를 해제하고 재개 승인을 내린 것이다. 이로써 국내 품목허가 취소와 대표 구속, 환자 소송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코오롱생명과학이 기사회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한국 당국의 조치로 거의 죽어가던 기업이 미국 FDA의 조치로 회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최근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고 보도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톡스로 알려진 ‘메디톡신주’의 제조·판매·사용을 잠정 중지시키고, 품목허가를 취소하는 행정처분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히자 관련 회사에서는 식약처의 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및 ‘명령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코로나19 사태 상황에서 진단키트를 중심으로 글로벌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K바이오의 약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산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엄격한 법의 잣대만을 들이밀어 유수한 기업을 망하게 하면 한국만 손해다.

한국 기업들이 계속 행정처분을 당하자 외국 기업들이 웃고 있다고 한다. 정책 당국은 기업들이 국민 먹거리를 만들고 수출을 견인하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되새기면서 일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관성에 빠져 규제 일변도로 기업을 대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코로나 이후 상황에 대비하는 선도적인 방책도 강구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 세계 각국의 경기가 살아나면 정보기술(IT) 분야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산업 전반이 비대면·콘텐트 중심으로 재편되고 각종 신기술 채택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4차 산업 도래와 맞물려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전개하고 기업들도 새로운 추세에 뒤처지지 않도록 준비하고 투자해야 한다.

셋째, 국제정치 상황을 냉정히 보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 역사적으로 큰 전쟁이 끝나면 대규모 국제회의가 개최되어 전후 처리 문제를 논의하고 이 과정에서 국제질서가 재편됐다.

대표적인 것이 나폴레옹 전쟁 후 개최된 비엔나회의,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개최된 파리 강화회의,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종식 무렵인 1945년 2월 개최된 얄타회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얄타체제는 동서 냉전체제의 특징을 극명하게 보였고, 소련의 도전을 받았지만 미국은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발판으로 헤게모니적 주도권을 행사했다.

 


'중국몽' 달성을 위한 두 개의 백 년 목표, 속도 조절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뤄 미국에 도전하는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나타나고, 미중경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투키디데스 함정(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스 전쟁의 원인이 급격히 부상하던 아테네와 이를 견제하려는 스파르타가 빚어낸 긴장관계의 결과였다고 분석했고, 미국의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이를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명명)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꿈인 ‘중국몽’을 표방하면서, 두 개의 백 년 목표를 강조해 왔다. 첫 번째 백년 목표는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에 전면적 샤오캉 사회(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를 실현하는 것이고, 두 번째 백 년 목표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미국을 제치고 최대 강대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1분기 마이너스 6.8% 경제성장률 기록으로 2020년 국내총생산(GDP)을 2010년의 두 배로 만든다는 양적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게 됨에 따라 2021년 '전면적 샤오캉 사회' 건설 달성이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17일 발표된 중국공산당 정치국 회의 공보문에 ‘전면적 샤오캉 사회’ 건설에 관한 표현도 수위가 낮아졌다. 그동안은 샤오캉 사회 건설을 ‘확실히 실현하라’라고 했는데 이번 회의 공보문에서는 ‘정조준하라’는 표현을 썼다. 백 년 목표의 속도 조절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중국 중심의 공급체인(supply chain)을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두 개의 백 년 목표 달성에 차질을 줄 수 있다. 중국경제가 곧 반등해 회복할 것이지만 외국인 기업들이 빠져나가면 고용과 수출에 타격을 받게 된다.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돌아오는 기업의 이전 비용 100%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코로나 관련 경제원조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급체인 개혁과 관련해 2,435억 엔의 자금을 할당했다.

이 돈은 일본 제조업의 중국 철수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 미국과 일본 기업의 철수는 미·중 무역전쟁보다 더 큰 충격을 중국에 안길 수 있다.

 


국제 질서 재편 속에서 상황을 냉정히 보고 대처해야


코로나19 피해가 급증됨에 따라 증폭되고 있는 전 세계 ‘반 중국 정서’와 배상문제는 중국에게 더 큰 도전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의 확산 가능성을 파악하고도 일부러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럽에서도 ‘중국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책임을 묻는 집단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중국 정부를 상대로 코로나19의 책임을 묻는 약 6조 달러(약 7,300조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됐다.

다만, 국제법상의 ‘국가면제(state immunity)’ 법리에 따르면, 외국 국가의 비상업적 행위에 대해서 외국정부를 상대로 국내소송을 제기하면 피고적격이 부인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실제로 소송이 끝까지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미국인과 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책임에 대해 중국 정부를 고소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이 미 하원에서 발의됐다. 세계보건기구(WHO)를 의도적으로 오도한 나라들의 ‘국가면제’를 박탈하는 내용으로서 중국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이것도 국내법으로 국제법 원칙인 ‘국가면제’를 무력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법리에 맞지 않고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반 중국 정서’ 증폭은 다른 문제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중국 책임론’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외교부 대변인이 강력하게 부인함은 물론 역으로 ‘미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왕이 외교부장은 각국 외교장관과 전화외교를 통해 ‘중국 책임론’ 불식과 함께 우군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은 세계대전의 영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광범위하고 심각하다. 인명 피해는 물론 경제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가하고 있다. 세계인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인 쇼크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은 큰 전쟁 종결 이후 수반되었던 것처럼 국제질서 재편을 초래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물론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은 과거처럼 한곳에서 모여 논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NGO 등 광범위한 행위자가 관여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긴장과 갈등은 상황 전개에 따라 봉쇄정책, 경제 제재와 불매운동, 반 인종 정서 등이 난무하는 ‘신 냉전’이 올 수 있다. 국제사회 전반에 격랑이 일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코로나발 신 냉전에 대비하는 주도면밀한 전략을 펼쳐 나가야 한다. 그리고 웅크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할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특히 코로나 격랑 속에서 우리 기업을 지켜내고 국익을 우선에 두는 실리 외교에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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