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 노조, 정부의 협력 필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 대한 타격이 심해지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과 경제적 영향


중국, 한국에 이어 미국, 유럽의 감염 확산과 국경 통제, 국내 이동 제한과 봉쇄 등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 대한 타격이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유가와 주가의 변동 폭이 확대되는 등 금융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 더불어 공장 가동 중단, 영업망 폐쇄, 실업자 증가 등 실물 부문의 타격도 심화되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유럽은 완성차 공장 103개 중 95개가 3월 초부터 4월 26일까지 완전 또는 부분적으로 가동이 중단됐으며, 미국에서는 3월 18일, 일본에서는 4월 3일, 인도에서는 3월 21일부터 이미 중단됐다. 4월 중순 이후엔 중국과 우리나라 그리고 일본 일부를 제외하곤 세계의 모든 공장이 문을 닫았다.

3월,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영업점 폐점과 수요 절벽이 병합되면서 주요 국가의 자동차 판매도 급감하고 있다. 서유럽은 전년 동월 대비 52.9% 감소했고, 독일은 37.7%, 프랑스는 72.2%, 영국은 44.4%, 스페인은 69.3%, 이탈리아는 85.4% 감소했다. 서유럽에 비해 늦게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된 미국은 37.9% 감소세를 보였는데, 4월엔 감소폭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국가들은 경제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긴급 대책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미국은 2조 2천억 달러 규모의 재정 지출과 무제한 양적 완화 등 유동성 조치를 추진 중이고, 중국은 1조 2천억 위안 규모의 재정지출과 2조 8천억 위안 규모의 유동성 조치를 단행했다. 지급 준비율도 기존 12.5%에서 11.5%로 낮추는 등 통화 공급을 확대했다.

유럽의 경우를 살펴보자. ▲독일은 단기 계약 근로자 고용안정화와 국내총생산(이하 GDP) 대비 4.5%에 이르는 재정 1,500억 유로 투입과 GDP 대비 17.9%에 이르는 유동성 공급 ▲프랑스는 GDP 대비 1.9%에 이르는 450억 유로 투입과 GDP 대비 12.7%에 이르는 유동성 공급 조치 ▲이탈리아는 세금 및 사회보장분담금, 관세 납부 유예와 GDP 대비 1.4%에 이르는 250억 유로 재정 투입과 GDP 대비 19.8%에 이르는 유동성 공급 조치 ▲스페인은 GDP 대비 1.5%에 이르는 재정 180억 유로 투입과 GDP의 16.6%에 이르는 2,000억 유로 규모의 유동성 공급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


국내 코로나19 확산세 진정과 중국의 생산 정상화 등으로 국내 산업은 일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의 대규모 감염 확산에 따라 위기의 확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일단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안정되면서 주력 산업의 생산이 회복되는 추세다.

자동차의 경우, 올해 2월과 3월 초엔 중국 부품 생산 업체들의 셧다운으로 와이어링 하네스 조달에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공장의 가동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의 부품 조달이 다시 원활해지면서 완성차 업체의 경우 가동률이 90% 이상 회복됐고, 부품 업체들의 가동률도 60% 이상으로 높아지고 있다. 3월에는 코로나19 확산 전 계약물량 수출이 공장 가동률 회복으로 가능해지면서 전년 동월 대비 3.0% 증가한 38억 2천만 불을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유럽과 미국의 코로나 감염 확산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수요 절벽에 대한 우려다. 미국과 유럽의 공장 셧다운과 인적•물적 이동 제한이 장기화될 경우 다양한 업종에서 국내 생산이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우선, 자동차의 경우 국내 업체 주요 수출국 자동차 시장이 3월부터 급격히 위축되는 등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이 가시화됐는데,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4월 수출은 전년 대비 39.2% 감소, 물량으로는 약 43.0% 감소할 전망이다.

반도체 장비의 경우, 수입액 중 미국과 네덜란드의 비중은 52.5%에 달하는 등 우리 반도체 업체들의 미국과 유럽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상당하다. 따라서 세계 3대 반도체 장비 제조 업체인 미국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 네덜란드의 ASML 등이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공장 운영을 중단함에 따라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가전•스마트폰 업계도 슬로바키아 삼성전자 공장과 인도 노이다 공장 등 해외 공장의 셧다운 영향으로 2분기 이후 본격적으로 실적 하락세가 우려된다.

문제는 앞으로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세의 진로다. 코로나19 확산이나 진정세에 따라 경제는 V자형 혹은 U자형 회복세를 보이거나 L자형의 장기 침체 양상을 띨 전망이다. 한편으론 대규모 감염과 사망자 급증으로 이미 우리와는 다른 경로로 가긴 했지만, 앞으로 유럽과 미국이 학습 효과로 인해 한국의 패턴을 따르게 된다면, 사태는 6월 말 전후로 V자 혹은 U자형으로 안정될 가능성을 전망해볼 수 있다.

이 경우 아래 [그림 1]의 시나리오 1에 나타난 바와 같이 공급망 차질과 수요 절벽 현상이 4∼6월 중에 집중될 것이다. 4월 현재 이미 유럽과 미국에선 영업망 폐쇄와 실업자 증가 등으로 수요 절벽이 시작되고 있고,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공급망 차질도 발생하고 있다.

6월 이후엔 그동안 연기됐던 구매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수요가 폭증할 가능성도 있다. 모건스탠리 등에 따르면 자동차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는 4∼6월에는 판매량이 90%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연간으론 10% 내외의 감소로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7월 이후엔 그동안 지연된 구매력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유럽과 미국이 한국의 패턴을 따라가지 못하고 확진자와 사망자 급증이 오랜 기간 지속되는 시나리오 2의 경우엔 L자형이나 W자형, 심지어는 I자형의 공황 수준의 세계 경제 침체가 우려되며 이 경우 글로벌 산업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자동차 산업의 경우, 코로나 사태로 인해 2월 생산은 29만 대, 판매는 31만 대에 그치며 전년 동월 대비 각각 80% 감소했었으나,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3월 중엔 생산 142만 대, 판매 143만 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44.5%, 43.3% 감소하면서 감소폭을 줄였다. 4월 들어서는 공장들이 100% 가동되고 공장별 가동률도 90%에 육박하면서 완전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 재편 관련 주요국 중 가장 유리한 입장을 차지한 것이다.

수요 측면에선 2018년 중국의 차량 생산 대수 2,780만 대 중 수출 물량은 4.1%, 115만 대에 불과해 내수만으로도 버틸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어 자동차 산업 생태계도 별 손상 없이 존속될 전망이다. 부품 업체들이 완성차 업체들과 동반 진출하고 있어 부품 조달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한편, 중국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판매망 확보, 기술 축적 혹은 브랜드를 위해 볼보 등 적극적 서방기업 인수 합병(M&A)을 추진해왔는데, 코로나19 사태는 기회를 넓혀줄 수 있다. 이미 장성자동차는 올해 1월과 2월, GM의 구조조정에 따른 인도 탈레가온 공장과 태국 라용 공장을 인수했다.

서방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부품업체들도 인수 합병 시장에 많이 나올 수 있고, 이는 중국기업들에 기회를 줄 것이다. 제품군 감안 시 중국 기업의 우선 경쟁 상대는 우리 기업들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부상은 우리 기업들에 적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규제 조치를 유예하고 노동 규제를 한시적으로 배제할 필요가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앞에 놓인 과제


이런 상황에서 우리로선 수출 주력 산업의 생존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 우선은 코로나19 사태를 조기 종식하면서 내수에 집중해 세계 수요 절벽 기간을 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지 않도록 유동성 공급도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금 감면이나 고용 유지 지원도 산업의 생존 차원에서 적극 검토돼야 할 것이다.

주력 수출 산업이 붕괴되는 경우 임금, 이자, 배당, 세금 납부 등 총 수요가 줄어들어 내수 산업도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주력 수출 산업의 생존과 그 이후 회복기 대응 과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유동성 공급을 충분히 해줘야 한다. 현재 정부는 100조 원의 금융패키지와 50조 원 규모의 무역 금융을 공급하기로 했으나, 우리 경제 규모를 볼 때 충분하지 않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GDP 대비 15∼20%에 이르는 300∼400조 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

이러한 유동성은 대출 혹은 어음이나 회사채 인수에 사용하는 것이므로 기업이 생존하게 되면 회수될 자금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이 살아날 수 있도록 충분히 공급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는 세계의 수요 절벽을 넘을 수 있도록 이 기간 중 내수에 집중되도록 정책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 기간 동안 내구 소비재 구매 행위에 대해서는 취득세나 등록세를 감면해주고 각종 보조금 제공도 이 기간에 구입하는 경우엔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보조금의 경우, 5∼7월 에는 평소보다 200∼300만 원 더 제공하고 그 이후 구매에 대해서는 더 적게 제공하는 방법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공공기관의 조달도 이 기간에 집중되도록 공공기관장 평가에 가점을 주거나 행정지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각종 세금 납부와 부담금 납부도 유예해주는 등 기업들의 비용을 줄여주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법인2세나 부가가치세, 전기세나 각종 유틸리티 사용액의 납부도 유예해주고 늘어나는 실업을 방지하고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 고용유지지원금을 대폭 늘리고 지원 조건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실업 이후 수당을 제공하기보다는 고용이 유지되도록 하는 노력이 수요 회복기 생산 확대를 위해 필요하다.

네 번째로는 각종 규제 조치를 유예하고 노동 규제도 한시적으로 배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환경 규제는 산업이 크게 위축돼 환경 오염 발생이 자연적으로 줄어드는 점을 감안해 1∼2년간 적용을 유예할 필요가 있다. 연비, 이산화탄소(CO2) 혹은 화학물질 규제 등 다양한 규제 시행을 유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특히 수요 회복이나 폭증 시기의 생산이 수요에 따라 충분히 이뤄지도록 각종 노동 관련법을 재난회복기에 맞게 설정해 일시 배제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이 기간에는 노사가 합의하는 경우 주당 52시간을 넘는 근로 시간에 대해서도 불법이 되지 않도록 (가칭)「재난극복을 위한 특별 노동조치법」을 제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아니면 탄력근로제나 선택근로제 등 유연근로제 도입을 서두르거나 현재 노동부가 시행 중인 특별연장근로제의 조건을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산업은 어려운 시기에 처해있다. 비상한 시기엔 비상한 대책들이 필요하다. 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과 노조 그리고 정부의 협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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