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아 이후

이제는 스타트업이 만들어낸 열매를 수확할 시기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 질적 성장 필요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예산은 13조 4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창업 지원 규모는 1조 4,517억 원 으로 이례적인 수치다. 이는 혁신 창업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정부는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는 보유했으나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단계의 신생 기업인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해온 창업 활성화 정책 덕분에 국내 신설 법인은 10만 개를 넘어섰고, 벤처 기업도 3만 7천 개 로 양적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은 이커머스, 배달, 핀테크, 게임, 숙박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의 유니콘 기업은 총 11개로, 미국 212개, 중국 101개, 영국 22개, 인도 18개 등과 비교하면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정부의 기존 정책으로 스타트업의
양적 성장은 이뤘지만, 질적 성장은 더딘 상태다.

정부가 혁신 성장에 집중하는 만큼 스타트업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스케일업 정책을 추진한다면, 정부의 최대 관심사인 일자리 창출 및 국가 경제 부양 등 여러가지 과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스케일업 단계에서 정부는 어느 한 쪽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규제 개혁, 완화를 논의해야 한다. 또한, 국민(소비자)의 이익과 선택권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산업과 기존 산업의 충돌이 법률적 분쟁으로 전개되지 않도록 정부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규제 완화의 필요성


모든 규제는 양면성을 지닌다. 특정한 누군가를 위한 규제가 이뤄진다면 그로 인해 다른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 하거나 피해를 입게 된다.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법 개정안’은 기존 택시 업계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서비스의 최종적 사용자인 소비자의 권익과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정부는 ‘선(先) 허용-후(後) 규제’로 신산업 규제를 완화하고 있으나, 규제 완화가 급속한 기술 발전과 융합의 중심인 신산업을 쫓아가지 못하면서 만족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9년 9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규제 개혁 체감도는 94.1로 전년(97.2)보다 3.1포인트 하락했다. 규제 개혁 성과에 대한 불만족(22.0%)은 만족(11.7%)의 두 배에 이른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대한민국의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규제를 언급하며, 한국 기업들은 해외 기업에 비해 정부의 각종 규제로 인해 가능성이 제한되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가 스타트업을 발아시키는 것은 잘하고 있으나, 육성시켜 열매를 수확하도록 돕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발간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스타트업 코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전 세계 상위 100대 스타트업이 국내에서 사업을 시도할 경우 약 53%가 규제로 인해 회사를 운영하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13곳의 사업 모델은 한국에서는 아예 금지된 것이다. 이 때문에 다수의 벤처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거나 처음부터 사업 기반을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찾고 있으며, 해외 투자자들은 각종 규제로 인해 국내 스타트업을 외면하기도 한다.

국내 규제 장벽이 높은 이유는 신사업과 기존 사업의 이권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입법부의 적극적인 조정과 중재 역할이 필수적이다. 규제는 개인과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양방의 권익을 보장하려면 사회 전체를 아우르며 더 큰 방향에 대한 합의를 이뤄가야 할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과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


규제 샌드박스란 신기술과 신서비스의 원활한 시장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신기술 및 신서비스 관련 규제를 면제, 유예해주는 제도다. 이는 혁신성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일정 기간 임시허가를 해주는 등 실증 테스트를 허용하는 ‘혁신 프리 존’이라고 할 수 있다.

업은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해가 되지 않는 한, 마음껏 도전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다. 국내 정부도 스타트업 기업들이 규제 장벽을 넘지 못해 시작하지 못했던 신기술 및 신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해 일부 기업의 신사업을 ‘임시허가’ 혹은 ‘실증특례’ 등으로 인정했다.

4월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발표에 따르면,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한 이후 총 21건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보이스의 신기술 및 서비스가 출시됐고, 이 중에서 2020년 5건이 신규로 출시됐다. 규제 완화가 기업의 혁신 성장을 촉진시킨 것이다.

신기술을 활용할 수 없게 만드는 제도와 규제는 스타트업의 생태계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정부가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 스타트업의 장벽을 낮춰야만 유니콘 기업도 지속적으로 탄생할 수 있다. 규제로 인해 창업자의 개발 의지를 꺾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포지티브 규제란 법률이나 정책에 허용되는 것들을 나열하고, 이외의 것들은 전부 허용하지 않는 규제를 뜻한다. 반면, 네거티브 규제는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는 한, 모든 것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포지티브 규제가 사전 규제 성격이라면 네거티브 규제는 사후 규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네거티브 규제의 포괄적인 도입을 통해 스타트업의 혁신 성장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스타트업의 자체적인 노력과 더불어, 정부가 효율적 운영전략을 마련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만 대한민국의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다.


강성진 에피치오 대표

강성진 에피치오 대표(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경영컨설팅학과 특임교수)

성균관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 과정 중이며, 스타트업 에피치오를 운영하고 있다. 2019 중앙우수제안 경진대회 국무총리 표창, 아시아 오픈데이터 챌린지 아이디어 공모전 행정안전부 장관상, 2019 자체우수제안 경진대회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 등 국내외에서 60여 차례 수상했다. 올해 청년창업사관학교 10기로 선발돼 ‘발광다이오드(LED)와 센서를 활용한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의 포켓볼 당구대’를 개발 및 제작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