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켜내는 방법

스타트업들에게 정부 지원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전 세계 경제와 산업이 심대한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스타트업 생태계도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전반의 소비 심리 위축과 수요 감소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에 더해, 향후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자금 유입이 중단 혹은 지연되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투자 급감···스타트업 생태계의 비용 감축과 고용 위축 가시화


코로나19 확산이 글로벌 경제 전반의 침체와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이동 제한과 자택 격리, 재택근무 트렌드 속에서 화상회의, 원격교육,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비대면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일부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스타트업들은 신규 펀딩 축소나 취소, 연기 등 벤처캐피탈 투자 심리 위축과 보수적 투자 행태 전환으로 자금 유입이 줄어들거나 막히고 있고, 이에 따라 경영 상황도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4월 초 발표된 미국 스타트업 분석 업체인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 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 12월의 전 세계 벤처캐피탈 투자 규모를 ‘100’으로 가정했을 경우, 2020년 2월의 투자 규모는 중국 ‘26’, 기타 지역 ‘83’으로 규모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스타트업에 대한 올해의 전 세계 벤처캐피탈 투자가 전년 대비 21.6~29.3%, 금액으로는 864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2000~2001년 닷컴 버블 붕괴와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해서도 더 극심한 스타트업 투자 감소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경고했다.

글로벌 벤처캐피탈 투자의 감소는 이미 각 스타트업들의 비용 절감과 고용 감소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드 투자에 초점을 두고 있는 벤처캐피탈인 NFX가 창업자 286명과 벤처캐피탈 업계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시리즈A 펀딩 이전 단계 스타트업의 24%가 최근 직원을 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사무실 경비(52%), 마케팅 비용(39%), 채용 동결(38%) 순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었으며, 특히 채용 분야에서는 57%가 ‘채용 동결’을, 28%가 ‘채용을 늦출 것’이라고 응답했다. ‘채용을 유지할 것’이라고 응답한 창업자는 9%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 스타트업이 선도하는 혁신 성장의 청사진을 새롭게 그려야 할 시점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해외 주요국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 실효성 둘러싼 논란 제기되기도


코로나19가 1~2월 중국과 아시아를 지나 3~4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된 가운데, 스타트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해외 주요국들의 지원 정책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실물 경제 전반의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적인 재정 및 금융 확대 정책도 필요하겠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없이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자칫 성장성과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의 잇따른 폐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향후 미래 성장 동력의 상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내부 유보금을 활용하거나, 유무형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과 달리, 외부 투자에 의존하는 창업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경우, 현 상황에서는 비용 절감과 인력 감축 외에 자체적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코로나19 사태와 투자 심리가 진정되고 시장이 정상으로 회복될 때까지 정부의 지원 정책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의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피난처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에게 정부 지원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국가별로는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정책을 발표한 프랑스와 독일 사례가 주목된다. 프랑스의 경우, 3천억 유로 규모의 코로나19 경제산업 지원 정책 중에서 40억 유로를 스타트업들에 지원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20억 달러의 대출보증, 8천만 달러 규모의 민관 공동펀딩(bride funding), 세제 혜택 제공 등이 포함돼 있다. 공공 투자기관인 비피아이프랑스(Bpifrance)가 8천만 달러를 민관 공동펀딩에 출연하는 등 직접적인 공적 자금 지원과 더불어, 대출보증 및 세제 혜택 등으로 스타트업 투자 리스크를 완화시키는 간접 지원을 동시에 시도하는 것이다.

독일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도 단기 자금 지원에 집중돼 있다. 앞서 3월 말 독일 정부가 대기업 지원 중심의 7,500억 유로 규모의 코로나19 경제산업 지원 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별도로 내놓은 것이다.

이는 국책 금융기관과 공공기금 및 펀드를 통해 벤처캐피탈들이 스타트업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가용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단기 자금 지원에 더해, 100억 유로 규모의 중장기 스타트업 지원 펀드를 조성,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직•간접적인 자금 지원이 가시화된 프랑스, 독일과 달리 영국과 미국에서는 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검토 중이거나, 스타트업 업계가 기존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우선 영국 정부도 프랑스, 독일과 같이 정부 차원의 스타트업 지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법을 정하지 못하고, 다양한 정책 옵션들을 검토 중이다.

영국 정부가 검토 중인 스타트업 지원 정책 방안으로는 코로나19 사태 진정 이후 일정 시점에 상환하거나, 향후 대출을 정부 지분으로 전환하는 것을 전제로 한 전환사채 매입(convertible loan)이 있다.

이 방식은 민간 벤처캐피탈들이 공동으로 출연해 대출 재원을 마련하고, 벤처캐피탈들이 투자한 스타트업만 지원한다. 또한, 영국 혁신 지원 공공기관인 이노베이트UK(Innovate UK)의 스타트업 대상 보조금 지급 및 연구 개발(이하 R&D) 분야 세제 혜택 제공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영국 스타트업 업계는 영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이 프랑스 및 독일 정부와 비교해서 너무 소극적이라고 비판하고, 지난 4월 5일부터 ‘스타트업을 구하자(Save Our Startup, 이하 SOS)’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대정부 캠페인을 시작했다.

또한,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총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 대책 없이는 미래 영국 경제 성장의 주역인 스타트업 생태계가 붕괴될 것임을 경고하고 나섰다.

영국 스타트업 업계가 ‘SOS’ 캠페인을 통해 정부에 요청하는 바는 첫째, 위기의 스타트업을 위해 지분 매입을 포함한 긴급 자금 지원 패키지를 조속히 마련할 것.

둘째, 이노베이트UK 보조금이나 R&D 세제 혜택 등 공적 재원을 활용한 스타트업 신속 자금 지원(fast track payment)을 시행할 것.

셋째, 기업투자제도(Enterprise Investment Scheme•EIS), 초기기업투자제도(Seed Enterprise Investment Scheme•SEIS), 벤처캐피털트러스트(Venture Capital Trust•VCT) 등 기존의 기업 투자 지원 제도를 통해 스타트업 지원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해 줄 것 등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스타트업 지원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월 27일 서명해 발효된 코로나19 경기부양법안인 ‘코로나바이러스지원, 구호, 경제보호법(Coronavirus Aid, Relief, and Economic Security Act•이하 CARES Act)’에 포함된 중소기업지원 정책이 스타트업에게는 실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스타트업 업계는 CARES Act에 포함된 종업원 500명 이하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급여보호프로그램(Paycheck Protection Program•이하 PPP) 대출을 스타트업이 받을 수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PPP 프로그램은 미국 중소기업청(Small Business Administration•이하 SBA)이 인증한 대출기관이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연방정부가 보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심사 규정상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았거나 벤처캐피탈 관계자가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 해당 스타트업은 벤처캐피탈의 계열사(affliation)이자 인력 규모 500명이 넘는 비(非)중소기업으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은 이력만 있다면, 이제 막 창업한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미국 스타트업 업계는 향후 시장 현실을 반영한 명확한 계열사 규정 적용이나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혁신성과 잠재력을 내세워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은 경쟁력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CARES Act에 포함된 또 다른 중소기업 지원 대책으로, SBA를 통해 진행되는 ‘경제피해재난대출(Economic Injury Disaster Loan•EIDL)’이 있다. 대출액이 20만 달러 이상일 경우, 개인 보증을 요구하고 있고, 대출액이 20만 달러 이하일 경우에는 부동산 등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

이는 부동산 등 담보로 제공할 유형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대다수의 스타트업들이 지원하기에는 신청 문턱 자체가 너무 높다는 문제가 있다.

미국 외에 인도에서도 스타트업 지원 정책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인도 중소기업개발은행(Small Industries Development Bank•SIDBI)이 단기 자금 고갈로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운영 자금을 지원하는 ‘COVID- Startup Assistant Scheme’을 발표했는데, 일정 규모 인력 채용, 10년 이상의 업력,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할 혁신성 증명, 기존 공공기관 자금 지원 수혜 실적이 있을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각국 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보면, 모두 스타트업 지원 필요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각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영국과 인도에서는 스타트업들이 민간 기업인 만큼, 공공 재원 부담을 줄이고,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우려해 엄격한 기준과 신중한 접근법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프랑스와 독일은 스타트업이 민간기업이지만, 미래 경제 성장과 코로나19 사태 극복에 필요한 혁신 서비스 제공의 핵심 주체라고 인식하고, 공공 자금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제도 자체는 좋지만, 집행 과정에서 스타트업이 제외되는 제도상의 미비점이 발견됐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이후 글로벌 경제와 산업 지형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정상적으로 시장 기능이 작동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향후 글로벌 스트타업 생태계 지형은 결국 각국 정부가 스타트업을 어떻게 보고, 얼마나 과감하고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칠 것인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책 당국 역시 해외 요국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과 접근법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켜내고,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에 스타트업이 선도하는 혁신 성장의 청사진을 새롭게 그려야 할 시점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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