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휘청이는 미술계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세계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휴관을 결정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미술계가 휘청이고 있다. 전시 개최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미뤄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다양한 예술 행사 또한 진행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과 영국 테이트 미술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등 세계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도 안전상의 이유로 휴관하기로 결정했다. 아트바젤 홍콩, 프리즈뉴욕, 스위스 아트바젤 등 올해 개최 예정이던 세계적 아트페어와 비엔날레도 연달아 연기 및 취소됐다.

우리나라 미술계도 다르지 않다. 아트부산, 아시아호텔아트페어 등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국립현대미술관(MMCA)과 서울시립미술관(SeMA) 등 공공 미술관은 잠정 휴관에 들어섰고, 대부분의 사립 미술관 또한 휴관 중이다. SIBKOREA 갤러리 또한 다양한 국가의 작가들과 계획 중이던 전시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이렇듯 수많은 미술 행사 일정이 틀어지면서 그에 따른 피해 금액도 상당하다.


재난을 맞은 미술계의 발 빠른 움직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우리의 속담처럼, 미술계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트바젤 인 홍콩은 지난 3월 18~25일 디지털 플랫폼 '뷰잉룸(Viewing Room)'을 운영했다. 참가 예정이었던 갤러리의 90% 이상이 참여하고, 25만 명 이상이 접속하는 등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쳤다.

경매 현장뿐만 아니라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미술관은 첫 한국 기획전을 온라인으로 선보였다. 이외에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피렌체 우피치 갤러리 등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구글 ‘아트 앤 컬쳐’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온라인 관람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미술관들은 고화질 이미지와 동영상은 물론이고, 큐레이터의 해설과 가상현실(이하 VR) 전시 공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국내 미술계 역시 자구책 마련에 한창이다.

서울 옥션은 VR 전시장 보기와 함께 전자책(E-Book) 도록 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 끝에 온라인 경매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미술관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2012년 국내 최초로 ‘VR 전시 감상’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비나 미술관은 그동안 진행된 29회의 전시를 모두 촬영해 VR 영상으로 만들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온라인 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의 '내 손 안의 미술관' 등도 언택트 뮤지엄(Untact Museum) 열풍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서로 다른 도시(서울, 뉴욕, 런던, 파리)에 거주하는 4명의 작가가 협업한 온라인 전시 'The peaceful Warriors In Museum'전(기획 조은정 큐레이터) 또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술계는 온라인 플랫폼 외에도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드라이브스루 형태의 도록 나눔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교동의 '적정 거리 유지', 길음동의 '불나방' 등 윈도우갤러리도 재조명되고 있다. 문을 연 미술관과 갤러리들도 사전 예약제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관람객을 받고 있고 손 소독제와 방문객 명단 리스트도 배치해 입장 전 사용, 기록을 하게끔 하고 있다.

이러한 미술관들의 변화는 분명 주목할 만하지만, 관람객과 컬렉터를 충분히 만족시키지는 못한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이사장존재한다. 실제로 전시 공간을 방문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감각적인 만족도와 현장감 등 여러 면에서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VR 기기가 충분히 보편화되지 않았고, 관련 업무를 수행할 인력과 기술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SIBKOREA 갤러리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다양한 국가의 작가들과 예정된 전시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SIBKOREA 갤러리 외부 전경. (출처: SIBKOREA 갤러리)
SIBKOREA 갤러리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다양한 국가의 작가들과 예정된 전시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SIBKOREA 갤러리 외부 전경. (출처: SIBKOREA 갤러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시에 비해 온라인 전시가 주는 감흥이 덜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안들을 통해 조망해본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예술 현장은 그리 암울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접근성의 측면에서 미술 현장이 대중들 가까이 자리하게 될 것이다. 거리가 멀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미술관에 방문하지 못했던 사람들, 신체적 불편함으로 전시 공간을 충분히 향유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보다 쉽게 미술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예술의 권위가 추락했다고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가까이 있기 때문에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전시 현장을 온라인 플랫폼에 그대로 재현하는 임시방편에 그치는 것이 아닌, 미술의 사회적 역할과 본질적인 접근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고민은 미술관과 갤러리에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뉴노멀 시대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예술 생산 주체인 작가들과 소비 주체인 관람객과 컬렉터, 그리고 정책 입안자들의 움직임 또한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위기 속 기회'가 현실이 되도록 예술계 종사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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