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 슬기로운 생활법

나 홀로 문화가 도시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팬데믹이 갈수록 태산이다. 국내 상황이 조금 진정되나 싶더니 유럽, 미국발확산 공포가 연일 극에 달하고 있다. 미국, 유럽 대부분 지역이 전면 봉쇄에 나섰고 수많은 시민들의 발이 꽁꽁 묶여 사실상 집에 감금된 상태다. 언제쯤 상황이 나아져서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아직은 불투명하다.


언택트(Untact) 도시


요즘 비접촉을 뜻하는 언택트(Untact)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언택트란 ‘접촉하다(contact)’에 ‘언(un-)’을 합성한 말인데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며 국내 소비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만큼 생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상에서 최대한 접촉원을 차단하고자 하는 그리 달갑지 만은 않은 단어다.

버스•지하철 손잡이, 화장실 수도꼭지, 엘리베이터 버튼, 회의실 문고리 등 일상에서 매일 하루에도 수십번 접촉하게 되는 대상들이지만 잠깐이라도 닿을까 봐 ‘접촉 공포’가 두려운 나날이다.

자동으로 작동하는 수도꼭지, 콘돔 재질의 얇은 비닐 골무, 의사수술용 장갑처럼 보이는 차단 장갑 등.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기발한 비접촉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기업들은 앞다퉈 언택트 마케팅에 돌입했다. 온•오프라인 주문•배송 시스템은 기본이고 무인계산대, 가상현실(VR) 쇼핑, 모바일 구매를 넘어 스마트폰의 바코드 애플리케이션, 로봇커피, 무인 편의점, 키오스크 주문 계산기 등이 실생활에 빠르게 퍼져가고 있다.

최근 언택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코로나19 이슈 탓이 크지만, 이미 현대사회의 ‘사람과 대면하지 않는 것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와 생산성 증대, 원가절감을 꾀하는 ‘기업의 경영전략’이 혼재돼 있음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갈수록 팍팍한 세상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슬기로운 비대면(非對面) 사회생활


아직 낯선 용어지만 ‘비대면 식사’란 말이 생겨났다. 쉽게 얘기하면 ‘나 홀로’ 먹는 식사다. 1인 가구도 아닌데 ‘나 홀로’ 식사라니. 감염예방을 위해 궁여지책으로 요즘 많은 음식점들이 ‘나 홀로’ 1인 좌석을 마련하고 있다.

회사 동료, 친구들과 함께 식당을 방문해도 마주 앉기보다는 따로, 건너뛰어 앉아 식사를 한다. 회사 구내식당엔 테이블 한가운데 아크릴 재질의 투명 칸막이를 세운 곳이 늘고 있다.

대화 없는 오직 식사를 위한 시간만이 주어진다. 혼자서 음식맛을 감미하며 식도락을 즐길 수 있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라고 할까?

면벽(面壁) 식사와도 같은 ‘고독한 미식가’라. 유명한 일본 드라마 시리즈가 떠올려진다. 한술 더 떠 장례식과 결혼식도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가 예부터 소중히 여기는 경조 문화를 일시적으로나마 유튜브 중계로 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몇 일 전 친구의 부친상을 다녀온 바 있다. 설마 했는데 이정도일 줄이야. 아주 가까운 벗들이 그나마 얼굴을 보일 뿐 인맥이 마당발인 지인의 상가는 썰렁한 분위기 그 자체였다.

많은 조문객들이 방문 대신 문자와 메시지로 위로를 전하고 부조금은 온라인 송금으로 대체했다. 봄이 되고, 한참 성수기를 맞은 결혼식장은 한층 더 심각하다. 결혼식 초청장 대신 페이스북이나 카톡으로 소식을 전하고 사정상 취소 연기를 못 하는 결혼식장엔 축하객이 대폭 줄어 한산하기까지 하다. 넓은 뷔페식당엔 띄엄띄엄 테이블에 앉은 소수의 손님만이 자리하고 있다.

그뿐이랴? 요즘 많은 회사들이 임시휴직, 재택근무, 순차근무에 돌입 중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국민지침이자 공감캠페인이지만 여기에도 그간 경험하지 못한 애환이 뒤따른다. 처음 1~2주 재택근무는 해볼 만 하지만 날이 갈수록 이 또한 피곤해질 뿐이다. 업무와 휴식이 분간되지 않기 때문이다.

혼잡한 출퇴근 고생을 하지 않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불필요한 대화, 잡담이 사라져서 개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지만, 사실 ‘나 홀로’ 업무의 능률이 그닥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여러 사람이 협력하고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분야는 더욱 그렇다.

일부 대기업과 같이 재택근무에 적합한 인프라가 갖춰진 곳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사업장이 원시적인 재택근무 형태를 띠고 있다. 향후 대대적인 스마트 오피스 문화가 확산될 것임은 자명하다.

이는 위기 속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재택근무는 미래 근무환경의 필수 요소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고, 슬기로운 비대면 사회생활은 우리 현대인에게 생존을 건 과제로 등장했다. 각자 환경에 따른 체감지수가 다를 뿐.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낳은 최고의 히트작은 당연 ‘드라이브 쓰루(Drive through)’이다.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업체의 서비스를 우리 지자체와 의료진이 응용해 만든 방역 역사상 걸작으로 꼽힌다. 세계 보건방역 당국 전문가들이 최고로 꼽은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드라이브 쓰루 진단 시스템은 많은 파생 아이디어를 낳았다. 손님의 발길이 뚝 떨어진 어촌에 드라이브 쓰루 ‘활어횟집’이 등장했고, 전국의 무한 휴관 중이던 공공 도서관은 드라이브 쓰루 ‘도서대출’을 도입했다. 어린이 장난감, 신학기 학생 교과서 배부에도 이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주차 공간이 없는 공간은? 이 또한 사람이 1인 워킹 쓰루(Walking though)로 하면 된다.

일부 대형 백화점과 쇼핑몰은 ‘드라이브 픽’ 서비스를 선보였다. 온라인 혹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한 상품을 ‘드라이브 & 픽 데스크’를 통해 차 내에서 상품을 받아가면 된다.

심지어 종교에도 자동차 안에서 진행하는 ‘드라이브 인 예배’가 등장했다. 한 교회가 자동차 극장(오토 씨어터)을 빌려 진행한 사례인데, 굳이 이렇게라도 해야할까 싶지만 한편으론 감탄이 절로 나는 사례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그간 법적 규제에 까다로운 의료계의 변화도 보인다. 평소 건강검진 받기 전 작성하는 데만 최소 10여 분 이상 소요되던 서류 문진표가 온라인 애플리케이션 문진표로 대체되고 있다. 화상진료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 진료실로 나타났다. 의료진과 환자의 화상 면담, 진료는 전화•채팅으로, 진료비는 사전 등록한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그만이다.

올해 대학가 1학기에는 비대면, 온라인 강의가 대세다. 이미 존재하는 사이버 아카데미를 넘어 강의실 밖, 어디에서나 대학 수업이 가능해진 세상. 이러닝은 우리 교육업계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편 아쉬움도 크다. 이맘때면 봄철 캠퍼스의 낭만이 최고인데. 선배들이 누려왔던 향수를 새내기 신입생들은 올해만큼은 포기해야 할 듯하다. 짠하다. 신입생 환영회도, 입학식도, 모꼬지(MT)도 멀리 달아났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기발한 비접촉 아이디어가 넘쳐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슬기로운 비대면(非對面) 문화생활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문화생활은? 당연히 영화 관람이지만 전국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다. 화제의 작품은 줄줄이 개봉이 연기되고 느닷없이 추억의 작품이 재소환돼 상영되고 있다. 박스오피스 집계 순위는 의미가 없어졌다. 지난주 1위를 기록한 영화의 관객 수가 겨우 7천여 명이라니.

모두들 방구석에서 IPTV나 넷플릭스로 영화보기가 일상이 도시문화마케팅됐다. 뮤지컬, 연극 등 오프라인 공연도 거의 다 사라지고 일부 유명 작품의 공연이 영상으로 제작돼 유튜브를 통해 가까스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현장의 생생한 감동이 사라진 반쪽자리 공연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예술은 관객을 만나야 하니까. 하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이 기대되기도 한다. 이미 최고의 유명 클래식 공연이 극장 채널과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상영)된 바 있다. 방탕소년단 콘서트를 동시에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관객이 관람할 수 있다면? 방법은 비대면 온라인 시청뿐이다.

올 초에는 스포츠 팬이라면 누구나 기다려지는 빅 이벤트들이 몽땅 사라졌다. 국내 프로농구, 배구 챔피온시리즈도, 기대를 모은 2020 프로야구 시범경기도 일찌감치 물 건너갔다. 뿐만 아니라 세계 축구, 야구 등 빅리그 프로스포츠가 모두 멈춰 섰다.

도쿄 올림픽 역시 1년 연기됐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이 왔건만 올봄은 스포츠팬에게는 가혹한 계절이다. 몸은 근질근질한데 땀흘리고 운동하며 스트레스 풀 곳이 없다.하지만 여기에도 슬기로운 비대면 스포츠생활 법(法)이 있다.

실내 스포츠가 아닌 야외로 가면 된다. 물론 단체는 금물이고 ‘나 홀로’가 전제다. 요즘 등산로에는 홀로 등산족이 많이 등장한다. 우리네 등산 문화가 상당수 산악동호회를 중심으로 주말에 단체로 움직이기 마련이지만, 요즘엔 ‘나 홀로’ 고독 산행을 즐긴다고 한다.

한가한 낚시터에서는 ‘나 홀로’ 낚시가, 야외 산책로엔 ‘나 홀로’ 트래킹이 눈에 띄다. 주말 조기 축구회, 사회인 야구가 사라진 반면 고독하지만 혼자 즐기는 ‘나 홀로’ 스포츠는 바이러스 고난시대를 이겨내는 슬기로운 생활법인 셈이다. 참 웃픈 얘기다.

 
(주)와이어반컬쳐 윤순학 대표
(주)와이어반컬쳐 윤순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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