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인재를 알아볼 수 있는 탁월한 안목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21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법 개정을 이슈로 여야가 공방을 거듭했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 보면 복잡하고 낯설기 짝이 없는 개정 내용을 두고 ’국민은 몰라도 된다‘는 발언이 나와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등과 함께 각 당의 정치적 이익 셈법이 얽힌 선거법 개정은 이른바 ’ 4+1(더불어민주당·정의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 대안신당)‘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며 국회 선진화법 사태를 남긴 채 결국 현실이 됐다. 

이렇게 개정된 선거법으로 인해 사상 유례없는 ‘위성정당’이라는 비례대표 정당이 출범하게 된다. 뒤늦게 개정된 선거법은 결국 '정밀하고 치열한 검증과정을 거친 공천이었나'라는 의구심을 안긴다.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라는 태풍까지 겹친 가운데, 대한민국의 제21대 총선의 막이 오른다. 총선은 여권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총선 경쟁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총선 결과에 대한 분석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여권의 한 젊은 비례대표 당선자가 유튜브 채널에서 국회의원 뱃지를 부적절하게 언급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치에 대한 친숙함을 주기 위해 그런 표현을 했다는 당사자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국민은 불편하게 느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가벼움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시선을 향해 이른바 '꼰대'라고 몰아붙일 수도 있지만 여론은 그렇게 또 다시 양분됐다.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이력을 가진 한 청년 당직자가 과거 문재인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글을 남긴 적이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그 글을 보면 거친 표현이나 상스러운 어휘가 등장한다. 정치적 생각이나 이념 성향의 변화에 따라 당적을 옮길 수 있다고 이해하더라도 가볍고 거친 언어를 사용하는 인물이 정치권에 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는 청년이라 하기에는 다소 연령이 많은 한 비례대표 당선자가 이력과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을 이유로 자진 사퇴를 권유받았으나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 이후 소속 당에서 고발하고 다시 당사자가 당을 맞고소하는 유례없는 일이 일어났다. 

성별, 연령, 이념 등을 떠나서 상스러움은 우리 정치를 저급하게 하는 바이러스가 된다. 목적이나 결과가 어떻든 과정이 옳지 않다면 민의를 대변할 수도 없고, 그럴 자격도 없다. 물론 이는 개인의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이런 인물을 걸러내지 못하고 민의를 대변하는 적임자로 영입해서 공천한 정당의 귀책 사유도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다. 

선거철이면 각 정당마다 경쟁적으로 '청년 인재 영입'이라는 명목의 이른바 선거용 ’신상품‘ 찾기에 혈안이 된다. 포장 좋고 스토리 있는 상품이면 별다른 검증 없이 '총선 매장' 가판대에 진열한다. 
운 좋으면 하늘에서 의원 뱃지가 뚝 떨어지는 셈이다. 그러니 그 뱃지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고 가벼운 언행이 뒤따르는 일이 발생한다. 왜, 무엇을 위해 의정활동을 할 것인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등의 치열한 다짐 없이 어느날 갑자기 상상조차 할 수 없이 막중한 권한과 의전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선거철마다 각 당은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식으로 ’인재‘ 찾기에 혈안이 된다. 밭에 씨 뿌려 김매고 가꿔서 수확하는 어려운 과정을 쉽게 뛰어넘어 총선에서 이기고 보자는 베짱이 심보가 아닐 수 없다. 평소에는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인재 찾기에 무관심하다가 총선에 임박해 짧은 시간 안에 인재를 쉽게 얻으려 하다보니 어리석은 일들이 반복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이 상처를 입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재는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재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땅 속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가 목숨 걸고 캐낸 원석을 다시 갈고 닦아야 비로소 인재라는 보석을 얻을 수 있다. 나이만 어리다고 청년이 아니고, 화려한 스펙만으로 인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씨를 뿌린 적도, 가꿔본 적도, 그럴 의지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청년 인재를 얻으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욕심일 뿐이며, 요행을 바라는 것뿐이다.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입 벌리고 누워있는 꼴이다. 설사 그렇게 얻은 청년이 우리 정치 토양을 바꿀 인재가 될 수 있을까? 우리 정치권의 얄팍한 현주소를 자인하는 것일 뿐이다. 

2020년을 인공지능(AI)의 시대라 한다. 인류가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인공지능 기술이 등장한다해도 최고의 인재를 구하고 싶은 것은 기업이나 정당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류의 영원한 화두다. 
조선시대 정조대왕의 말씀에 귀 기울여보자. “인재란 완성형이 아니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인물을 말하는 것이다. 인재를 발굴한다는 것은 인재를 인재로 알아보는 눈을 가져야 하고 그 인재를 어떤 장소에 써야 할지를 알아야 이를 인재라 할 수 있다.” 18세기에 나온 말이 오늘날까지 진한 울림을 전해준다.

각 정당이 국정을 올바로 논하고 민의를 그대로 펼치기 위해서는 우선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4년에 한번씩 전국을 뒤져 후보를 간택하려는 얄팍한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인재가 될 원석을 찾아, 갈고 닦아 보석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각 정당은 지금부터라도 재목을 심고 키워서 인재로 육성할 채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민의의 대변자가 된 젊은 정치인들에게 전한다. 그대가 앉을 그 의자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길. 더불어 그 자리가 갖는 막중함에 대해 무한 경계와 겸손을 항상 가슴에서 내려놓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