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해결 위한 리딩 방안은

인공지능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이라는 기술이 긴 겨울을 보내고 딥러닝으로 깨어났을 때, 불모지에 가까웠던 국내 인공지능 생태계에도 기대와 상승 기류를 조성하는 두 가지의 이벤트가 있었다. 하나는 2016년 3월 이세돌 VS 알파고의 대국이고, 나머지 하나는 2019년 7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청와대 방문이었다.

그리고 현재 인공지능 생태계는 또 한 번의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을만한 사건을 맞이했는데,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다. 이 세 가지 사건들을 연결해 살펴보면 몇 가지의 시사점이 존재한다. 첫째 알파고가 인간만의 전유물로 여기던 바둑을 정복하자 대중적인 인식은 기계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식의 대립 구도로 인공지능을 인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인공지능이 개인의 생활과 전 산업에서 수요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기대


이제 막 보여준 딥러닝의 가능성에 인간의 풍부한 상상력이 보태져 인간과 기계가 대립하는 기본 프레임을 유지한 채 각종 밈(meme•문화 유전자)이 생산됐다. 일자리 감소에 대한 논의와 인공지능 시대 대비라는 큰 상황을 염두에 둔 추상적인 상상이 지배적인 시기였다. 유관 스타트업들과 개발자 커뮤니티도 이 당시의 붐을 타고 많이 설립됐다.

미래 지향적인 주제인 인공지능이 스타트업 붐을 타고 기술 연구가 이뤄지고, 서비스화되기 시작했을 때, 많은 아이디어들이 시장으로 나와 어림잡아도 2016년 50개 미만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이, 2019년에는 500개 정도로 10배 폭증했다.

하지만 시장 수요의 모호함, 데이터의 부재, 실증화의 난항, 규제라는 벽, 그리고 표준화의 어려움에 부딪혀 시장은 기대치가 충족되지 않는 인공지능에 항상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 효용성보다 많이 부풀려진, 마치 ‘닷컴버블’ 같은 예전 상황에 빗대 다시 겨울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비전펀드를 필두로 전 세계의 인공지능 기업들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던 손정의 회장이 청와대에 방문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이라는 메시지를 던지자 다시 생태계에 많은 기대감이 감돌았다.

사실 세계적인 선도 기업들에 투자하던 손정의 회장이 국내에 들어와 메시지를 던진 것은 미•중 무역 갈등이 인공지능, 데이터, 통신 기술에 대한 안보 문제로 번지자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화가 차단되면서 많은 돈이 중국에 묶여 활로를 열고자 나온 차선책이었다. 하지만 이는 되려 국내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에게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회로 작용했다.

이 두 가지 이벤트가 일어나던 동안에 정부 정책도 시장의 요구에 대응해 시행됐다. 앞서 언급한 인공지능 생태계에 꼬리표처럼 붙던 이슈인 시장 수요의 모호함, 데이터의 부재, 실증화의 난항, 규제의 벽, 표준화의 어려움, 부족한 인재 문제에 대응하는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KDATA)의 데이터 바우처 사업,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인공지능 허브(Hub) 데이터셋 구축 사업,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인공지능 바우처 사업, 지방자치단체별 테스트베드 사업,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통과,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혁신인재 양성 사업 등의 이슈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를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잘 대처하면서 높아진 국격을 확인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은 단일 기술이 아니라 연결된 생태계


하지만 이 각각의 사업들이 시장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 마련됐다는 점과 그에 따른 성과는 높이 살 수 있으나, 인공지능 기술은 사실 데이터 수집, 가공, 저장, 학습, 서비스화라는 각각의 사슬로 연결돼 영향을 주고받는 생태계라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흔히 인공지능 기업이라 일컬을 때 위에 제시한 카테고리에서도 기능적으로 종사하고 있는 분야가 각기 다르며 비즈니스를 하고자 하는 산업을 추적하면 그 다양성은 더 넓어진다.

따라서 데이터 바우처 사업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에 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형태가 아닌 학습용 데이터를 가공하는 기업의 수익이 올라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술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매출이 잘 올라오는 가공기업으로 전환하거나 집중되는 현상을 보였다.

인공지능 허브 데이터셋 구축 사업은 기업이 구하기 힘든 다양한 데이터를 정부가 직접 구축해주는 멋진 사업이지만 누구에게나 오픈돼 있는 보편화된 데이터를 제공하기 때문에 자사만의 특장점을 확보하기 힘든 애로사항도 함께 안고 있다.

인공지능 바우처 사업은 기술 보유군과 수요 산업군의 매칭을 지원하지만 그간 수요가 적극적으로 개척되지 못해 공급사가 수요사를 모색해야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지원금만을 목적으로 하는 형태로 변질될 우려가 있어 시장에 대한 동기부여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테스트베드 사업들은 원격의료라는 하나의 예시만 보더라도 기존 산업과의 조율에 실패해 지지부진하거나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아이템과 겹치면서 기업 확보가 어려웠다.

인재 육성 사업 측면에서도 보더라도 인공지능 전문가는 학술적으로 접근하는 군과 공학적으로 접근하는 군 그리고 이론적 배경이 부족하더라도 툴을 활용해 경험이 많은 군으로 나눌 수 있다.

기초 과학 기술을 강화하는 측면에서는 정부와 대학이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 한편, 스타트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당장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툴을 활용할 수 있는 코더이기 때문에 기존 개발자 및 유관자를 트렌스포메이션 시키는 것이 전략적으로 현재 부족한 인재를 충당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잘 실현되지 않고 있다.

과거의 인공지능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관찰해본 결과, 민간에서 노력하고, 정부에서 일정 지원을 약속했어도 통합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태계의 불균형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

이 점이 정작 인공지능 기업들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이들의 이익 실현 및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힘들게 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그간의 부진함을 씻고 지금껏 언급한 부정적 사실이 한 번에 반전되고, 인공지능이 개인의 생활과 전 산업에서 수요를 확보할 만한 사건이 터졌는데 코로나19 사태다.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통해 기존 산업을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 해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이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내세워 세상을 선도하다


위기와 기회는 동시에 존재한다. 앞으로의 시대를 두고 여러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사태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뉴노멀이라 말한다. 반면, 별 것 아닌데 호들갑이라 치부하는 의견도 다수 존재하며, 불식되면 인류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는 응축된 에너지가 코로나19라는 트리거를 통해 격발된 것이라 결과론적인 해석에 매달리기보다는 그간 어떤 에너지가 응축돼 있었나 살피는 것이 현명하다.

흔히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미래 예측을 할 때 따라오는 수식어들은 인공지능의 보편화를 통한 경제 생산성 향상, 인간 노동의 종말과 기본 소득제, 데이터 생산자에 대한 자산 가치 부여, 초연결에 의한 정보 비대칭 해소 등으로 나열됐지만 메시지는 하나로 귀결된다.

'과거보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권한이 창출된다는 것'이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면 불편한 것들이 잘 보이며, 불편함이 문제로 인식되면 개인과 기업은 솔루션을 만들어 세상에 참여하고 해결하는 권한이 확장된다. 이런 구조가 용이해지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다.

그래서 인류는 코로나19 이전에 얼마든지 우화(羽化)하고자 하는 열의가 있었고, 얼마든지 이전보다 더 나아지겠다는 의향이 가득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선진국들이 이전의 방식으로는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밝혀지자 우리는 조금 더 의식적으로 깨어나야 하고 한층 더 민주적이며 전자화된 거버넌스와 인간의 존엄을 담보하는 기술적인 문명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 강제됐다. 우리 문명은 과거와 작별하고 수많은 미래학자들이 예견한 21세기의 레일에 올라탄 것이다.

이런 본질을 코로나19 사태로부터 캐치해야 한다. 우리가 그간 추상적이라 치부하던 예측들이 코로나19 때문에 눈앞에 닥쳐 실현을 앞두고 있다. 왜냐하면 전 세계적인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모든 산업이 데이터, 인공지능, 5세대 이동통신(5G)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 시장이 열리게 됐고, 때마침 정부는 한국형 뉴딜을 발표했다. 중요한 것은 한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선진적으로 코로나19 사태를 잘 수습하고 있어 이 시장을 세계적으로 선도할 지위가 확보됐다는 점이다.

지위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지위가 바뀌면 풍경이 달라지고 반전이 일어난다. 앞서 언급한대로 지난 세월 동안 국내 인공지능 생태계에는 막연한 기대와 상상만이 존재했으며, 정부의 사업들은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 없이 중구난방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통해 'K-방역'이라는 브랜드를 성공시킬 만큼 잘 막고 있는 지금의 형국에서는 한국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지위와 방향성을 가진다면 막연함은 가능성으로, 중구난방 시행착오는 큰 경험치로 격상된다.

이제는 'X인공지능(설명 가능 인공지능)이 중요하다, 국제표준화가 중요하다, 인재양성이 중요하다,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다, 데이터 가공인력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 인공지능 선진국을 따라잡아야 한다.

비지도학습 연구와 강화학습이 중요하다'라는 식의 귀납적인 되풀이에 매몰되선 안 된다. 코로나19를 세계 어느 국가보다 잘 대처하면서 높아진 국격을 확인한 이상, '뒤쳐졌기 때문에 따라잡기 위해 행동한다'라는 발상은 우리나라의 위상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실 콘택트(Contact)든 언택트(Untact)든 중요한게 아니다. 그건 코로나19에 대한 대처 방안이지 리딩 방안은 아니다. 언제든 리딩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균형을 가지고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것이기에 콘택트든 언택트든 자유롭게 선택하고 제시할 수 있는 시장 지위를 확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을 시대의 주인공으로 내세워야 하며, 이 지위를 글로벌 진출을 통해 마음껏 누리게 해주는 것이 한국인공지능협회 혹은 정부가 할 일이다.

정리하자면, 우선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활용해 기존 산업과 낙후된 아날로그의 잔재들을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 시키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의 구매처가 돼 주고, 나머지 산업을 지능화 산업으로 바꿔줘야 한다.

이렇게 발빠르게 대한민국이 인공지능을 통해 트렌스포메이션 된 산업 지능화(인공지능 + X) 모델을 구축하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수습될 시기에 각 나라에 전파하면 순서가 맞다.

우리 인공지능 스타트업과 대한민국에 기회가 왔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대한민국이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내세워 세상을 선도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다.

인공지능 생태계. (출처: 한국인공지능협회)

한국인공지능협회 김현철 회장

머신러닝 기반 추천 알고리즘 개발회사 'ISNESS' 대표, 청년 기업가정신 교육센터 '마음둘곳' 대표 등을 역임했다. 한국인공지능협회에서 사무총장과 상임이사를 거쳐 작년 12월부터 회장 직을 맡고 있다. 현재 서울시 인공지능 발전협의회 위원, 인천광역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기업지원허브 창업존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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