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및 혁신 사업 모델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

해외 주요 ICT 기업들의 스타트업 인수합병 동향과 트렌드를 주시해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투자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해외 정보통신기술(이하 ICT) 대기업들은 2019년 하반기에서 2020년 1분기에 달하는 기간 동안 핵심 기술과 차별적인 사업 모델을 보유한 스타트업 인수를 계속하고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해외 ICT 대기업에 인수된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서 기술 및 사업모델을 검증받았음을 의미한다.

또한, 인수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서비스와 사업을 운영하게 되는 경우에는 제2의 창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운 성장과 도약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2019년 하반기와 2020년 1분기에 걸쳐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해외 ICT 대기업들이 기존 사업 강화와 신사업을 위해 핵심 기술과 차별적 사업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을 인수한 사례를 통해 스타트업 인수 동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해외 ICT 대기업들의 스타트업 인수 사례


구글(알파벳)

2019년 말과 2020년 1분기 중 가장 주목 받은 구글(모기업 알파벳)의 인수합병(M&A) 관련 소식은 구글이 웨어러블 기기업체인 핏빗(Fitbit)을 21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이외에도 독특한 사업 모델과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인수한 경우도 있었는데, 아일랜드 소재 소매점(retailer) 재고 관리 솔루션 업체 ‘포인티(Pointy)’를 1월에 1억6,300만 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포인티’는 지역 소매상들이 결제용 바코드 스캐너로 상품의 바코드를 스캔할 경우, 이를 포인티 사이트에 업로드해주고 구글 맵과 연동해 온라인에서 상품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솔루션 업체다. 동사가 제공하는 ‘포인티 박스(Pointy Box)’는 상품 판매를 위한 자체 사이트가 없거나 아마존과 같은 대형 오픈마켓에 입점하지 못한 지역 소매상들에게 온라인 판매를 지원하는
솔루션이다.

구글이 ‘포인티’를 인수한 것은 구글 맵에서 검색 및 구입 가능한 상품 리스트를 보강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생활 정보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는 구글 맵에 인근 지역 매장과 구입 가능한 상품 리스트를 제공함으로써, 구글 맵을 교통과 생활 정보 제공를 넘어 커머스 플랫폼으로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전략적 차원에서 ‘포인티’ 인수에 나선것으로 풀이된다.

2020년 1월 구글이 인수한 미국 시애틀 소재 ‘앱 시트 (AppSheet)’도 2014년 설립된 인력 규모 50명 미만의 스타트업이다. 특히 '앱 시트'는 구글 드라이브나 드롭박스(Drobox) 오피스365 등,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업무용 프로그램의 데이터 소스를 활용하는 무(無)코드(no-code) 애플리케이션 개발 플랫폼을 제공한다. 업계에서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개발 능력 강화와 함께, 구글이 무코드 개발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앱시트를 인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포인티 사이트 검색 결과 노출 화면. (출처: 포인티 홈페이지)

아마존

아마존은 2019년 9월 미국 소재 INLT와 스웨덴 소재 IGDB 2개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INLT는 물류•배송 분야, IGDB는 온라인 동영상 사업을 강화를 위해 인수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설립된 INLT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반 물류 관리 및 세관 중계(custom broker) 업체로, 아마존은 이번 인수를 통해 수출입 관련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세관 시스템을 확보할 수 있다. IGDB는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이자 정보 사이트인데,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인 ‘트위치(Twitch)’ 기능 강화와 서비스 이용 환경 개선을 위해 IGDB를 인수했다고 볼 수 있다.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 1분기에 총 6건의 인수합병을 단행했는데, 이 중 2019년 12월과 9월에 발표된 패키지드(Packagd)와 서비스프렌드(Servicefriend) 인수 사례가 주목된다. 패키지드는 2017년 설립된 모바일 쇼핑 애플리케이션 개발 스타트업으로, 디즈니 산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훌루(Hulu)’의 창립 멤버 에릭 펭(Eric Feng)이 설립했으며, 2017년 이커머스와 온라인 동영상을 결합한 ‘언박스드(Unboxed)’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 바 있다. 또한, 서비스프렌드는 2015년 설립된 이스라엘의 고객 서비스용 챗봇 스타트업이다.

업계와 언론에서는 페이스북이 운영중인 개인간 물품 거래 서비스인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 강화를 위해 패키지드를 인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의하면, 페이스북이 서비스프렌드 인수에 나선 것은 암호화폐 ‘리브라(Libra)’기반 디지털 월렛 서비스 자회사인 ‘칼리브라(Calibra)’의 대고객 서비스 제공을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 주요 ICT 대기업들이 기존 사업 강화와 신사업을 위해 핵심 기술과 차별적 사업모델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을 인수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애플

애플은 2020년 3월 말 날씨 정보 애플리케이션 업체인 ‘다크 스카이(Dark Sky)’를 인수했다. 미국 스타트업 전문 데이터베이스 기업 크런치베이스 자료에 의하면, '다크 스카이'는 2012년 설립된 인력 10명 내외의 소규모 업체로,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인 버전의 '다크 스카이' 애플리케이션을 운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크 스카이’가 하이퍼로컬(Hyperlocal)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애플이 단말 제조사에서 다양한 정보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사업자로 변화해가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향후 애플이 제공하는 콘텐츠와 서비스 제공에 날씨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날씨는 애플이 제공하는 콘텐츠•서비스 이용자를 둘러싼 시간, 공간, 상황, 감정, 생각, 등 다양한 방면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되며, 정확한 날씨 정보가 이용자 상황에 부합하는 맞춤형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소스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다크 스카이’ 인수는 애플이 미래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행보라는 것이다. 이는 애플이 ‘다크 스카이’를 인수한 이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버전 애플리케이션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다크 스카이’의 사업 자산을 구글 생태계에 남겨두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에서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2020년 1월 애플이 2억 달러에 인수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엑스노.에이아이(Xnor.ai)도 특징적인 업체다. 2016년 설립된 엑스노.에이아이는 워싱턴주 시애틀에 소재하고 있으며, 워싱턴대학 (Univ. of Washington•UW)의 알리 피하디(Ali Farhadi) 교수가 설립했다. 특히 이 스타트업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이미지 인식 기술과 클라우드 및 전력 공급 없이도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엑스노.에이아이의 이미지 인식 기술을 아이폰, 아이패드, 웹캠 카메라에 적용하거나,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스마트 글래스와 스마트 반지 등 디자인상 대용량 배터리 탑재에 한계가 있는 웨어러블 단말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 해외 ICT 대기업들은 주로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있거나, 독특한 사업 모델을 보유 혹은 시도 중인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심각해진 2020년 1분기 이후에도 이같은 스타트업 인수합병이 지속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스타트업을 둘러싼 내•외부 환경을 감안할 때 향후 성장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집중되는 경향이 좀 더 심화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민간 투자와 자금 유입이 위축된 현실을 감안할 때, 각국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과 더불어 향후 ICT 대기업들의 스타트업 인수합병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것이다. 이는 2020년 남은 기간 해외 주요 ICT 기업들의 스타트업 인수합병 동향과 트렌드를 주시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다크 스카이’ 애플리케이션의 지역 날씨 정보 제공 화면. (출처: 애플인사이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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