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에 갇혀 세상을 바라보면 안 된다

우물 안에 갇혀 세상을 바라보면 안 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영국의 산업혁명과 미국의 대공황 시절까지 굴뚝 청소부라는 직업이 있었어. 영화나 책 속에서만 보던 이 직업은 지금은 상상 속의 이야기가 됐지만 실제로 존재했었어. 추억을 소환한다는 드라마들을 보면 전화 교환원, 신문을 들고 “호외요”를 외치며 뛰어다니는 아이 등을 보았을 거야. “아스께끼~”, “재첩국 사이소”라는 외침이 골목에 쩌렁쩌렁 울리는 장면들 역시 눈에 익을 거야.

지금은 이러한 직업들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지?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많은 직업들이 사라지고, 듣도 보도 못했던 직업들이 생겨나길 반복하면서 지금과 같은 세상이 됐어.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라는 생소한 말이 익숙해질 무렵부터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졌고, 요즘엔 평생 직업이란 말보다는 투•쓰리잡처럼 멀티 직업을 선호하는 추세야. 많은 직장인들에게 이직과 퇴사는 익숙한 문화가 돼버렸지.

상의 변화와 흐름이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아. 오히려 틀에 박히고 정형화된 직업관이나 한정적인 범위 내에서 자아 성찰을 했을 때보다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게 됐거든. 긍정적으로 보면, 비록 자발적이지는 않지만 다른 직업과 다양한 업무들을 경험하게 되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현실 속에서 직접적으로 찾아가는 과정을 겪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어릴 때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대통령이나 우주선 조종사, 과학자라는 직업들을 쉽게 말했지. 그리고 나름 상상하는 모습을 크레파스로 그려서 엄마, 아빠에게 보여 드렸던 기억이 떠올라. 그땐 뭐든 다 될 수 있을 것 같았고,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그러다 나이가 들고, 세상을 알아갈수록 오히려 “꿈이 뭔데?”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 못하게 되는 것 같다는 말이 아이러니하면서도 공감되더라. 나 역시 중간에 수없이 인생 계획이 바뀌고, 현실과 타협도 하고, 꿈도 바뀌고 그랬으니까.

되고 싶다, 어떻게 하고 싶다는 주장보다 몸소 부딪힌 경험을 토대로 무엇을 해야겠다, 어떻게 할 수 있겠다는 구체적인 근거가 앞으로 우리의 우물을 찾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마치 여러 곳을 탐지하고 직접 확인해야 우물을 팔 곳을 알게 되듯 말이야.

그래서 창업 전 가급적이면 많은 경험이 필요해. 단지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얻은 간접적인 지식보다는 아르바이트, 여행, 직장과 같은 직접적인 체험, 현실적인 경험이 '한우물 파기'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될 거야.

특히 창업 초반에는 사업 방향에 대해 더 자주 의심하고, 더 많이 확인해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정말 이 우물이 맞는 걸까?”


우리의 선택이 항상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늘 기억해야 해. 이제 막 우물 팔 자리를 찾았다고 믿었고, 첫 삽질을 시작했어. 그런데 아니다 싶으면 빨리 다른 자리를 찾아봐야 해.
확신을 가지고 더욱 깊숙이 파 내려가다 보면 어느 지점부터는 정말 돌이키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찾아오거든. 잘못된 방향으로 왔을 때, “아이고! 여기가 아닌가 봐”라고 한탄했을 때는 이미 들인 시간과 노력, 비용을 되돌릴 수 없잖아.그렇기 때문에 창업 초반에 특히나 사업 방향에 대해 더 자주 의심하고, 더 많이 확인해야 해. 그동안 들어간 기회비용이 아깝다며 고집부리지 말길 바라.

나 역시 첫 아이템에서 그러한 실수를 했었어. 애지중지했고, 온갖 수고와 비용이 들어갔기에 중도에 포기하지 못했어. 시간이 지날수록 확연하게 잘못된 방향이라는 걸 인지했지만 그때까지도 헛된 요행을 기대하면서 고집을 부렸지.

분명 처음부터 우려되는 피드백들과 잠재적인 리스크가 너무 많았고, 시장에서 실패가 예상되는 징조들이 있었어. 팀원들의 의견들도 여러 갈래로 나뉘었고, 하물며 제품화 과정에서 통제되지 않는 비용 구조들이 뻔히 보였지만 안이하고 편협한 결정으로 결국 첫 아이템에 실패했어. 진심으로 뼈 아픈 손실을 보게 됐어.

더 나은 선택을 할 기회가 많았고, 여러 번 이탈할 수 있는 시기가 있었어. 이걸 굳이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얻은 깨달음이라고 둘러대기엔 부끄럽고, 한심한 경험이라는 게 솔직한 내 고백이야. 그러니 너는 나와 같은 시행착오는 굳이 반복하지 말고 바로 하이패스 하길 바라.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하는 사람은 그에 알맞은 준비를 할 수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우물만 파는 건 위험하지 않아? 요즘 누가 한우물만 팔까?”


갓 창업했던 때와 달리 사업에 대한 시스템이 돌아가기 시작했다면, 더이상 한 우물에 대해 의심할 단계는 지난 거야. 비록 수익은 좀 적어도 매출이 일어나고, 하나둘 거래처와 신뢰 관계가 형성되며 대표의 비중이 회사 내부에서 외부로 집중되기 시작할 시점이랄까?

그런데 이때가 다른 곳에 눈을 돌리거나 뭔가를 착각하기 쉬운 때이기도 하지. 이전에 비해서는 회사가 알아서 돌아가는 것팁처럼 보이니까 사업 다각화와 아이템 다변화에 관심을 두거든. 이런 게 틀리다는 건 아닌데.

요즘은 한우물만 파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들 하지. 근데 조금 딴죽을 걸자면, 한 우물이라도 제대로 파고 다른 우물 팔 능력이나 여력은 있는지 되묻고 싶어. 딱 이맘때가 사업 방향에 대한 고민보다는 속도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야. 대표가 사업 방향에 확신하고 밀고 나가는 단계라고. 이제는 더 깊이, 더 빨리 우물을 파는 것이 중요하단 말이야. 본업이 제대로 굴러가는 건지 아니면 삐걱삐걱 거리면서 가까스로 구르기 시작하는 수준인지를 잘 파악해야 해.

모두가 위기라고 말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 19)으로 인해 시장이 공포와 두려움에 떠는 이때, 한우물을 파서 성공하는 사례들을 바로 옆에서 찾을 수 있어. 7년 전,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분석 쪽으로 창업해서 끊임없이 연구하던 대표가 있는데 이번 코로나 19 진단시약을 납품하면서 매출과 수익이 역대 최고를 갱신하고, 회사가 순식간에 성장 가도를 달리더라고. 지금은 주 단위로 매출이 '후덜덜'해.

또 다른 사례로 내 동기 창업가는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주로 다니다가 오랜 고민 끝에 4년 전 마스크 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했어. 그가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는 이미 사양산업이 돼 다들 내일을 기약하기 힘든 상황이었어. 굳이 그 친구의 현재 소식을 남기지 않아도 예상은 되지?

이전에는 너무 고지식한 거 아니냐며, 걱정스러운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확신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이끌어 온 거야. 갈팡질팡하며 휘둘리는 게 아니라 본업에 온전하게 집중하며 꾸준히 준비해왔고 버텨왔기에 가능한 성공 사례지.

변화는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바보야! 문제는 우물의 개수가 아니라 그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 신세가 되는 거야”


사실 한 우물을 파는 게 나은지 아니면 여러 우물을 파는 게 나은지는 그다지 논쟁거리도 아냐. 실제로 한 가지 아이템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도 많아. 두루두루 이것저것 비즈니스를 늘려가며 성장하는 회사들도 많지. 뭐가 딱 정석이라고 정해 놓을 수는 없어.

중요한 건 결과를 만들어내기까지 정보수집과 검증의 과정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인사이트(insight)’라는 능력이야. 사업 집중이냐 다각화냐에 대한 논의나 단계별로 어떻게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은 대표 또는 경영진의 인사이트에서 시작되는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만들어낸 우물 안에 갇혀 세상을 바라보지 말아야 해. 우물 안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하는 순간 딱 거기까지가 상상의 끝이야.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하는 사람은 그에 맞는 준비를 할 수 있어.

다음에는 대표가 갖춰야 하는 초능력 ‘인사이트’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를 준비해 올게. 그럼 오늘도 모두 읏샤읏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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